당신 인생의 결정적 순간은 언제인가요?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5.3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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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 <붉은 소파> 작가 조영주를 만나다

 “당신 인생의 결정적 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입니다.”

 
5월30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신작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진 조영주 작가를 만났다. 조영주 작가의 장편소설 <붉은 소파>는 15년 전 살인사건으로 인해 딸을 잃은 사진작가 정석주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추리소설로, ‘제12회 세계문학상’에 당선됐다. 

미스터리 추리소설 쪽으로 한우물만 파다 세계문학상까지 당선됐다. 

감사드린다. <붉은 소파>는 늘 필명으로 작품을 써오다 처음 실명으로 공모전에 낸 작품이었다. 소설 <붉은 소파>는 사진작가 호르스트 바커바르트의 동명의 인터뷰 사진집에서 영감을 받았다. ‘붉은 소파’라는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다니며 다양한 장소, 다양한 피사체를 찍은 이 사진집을 우연히 발견한 뒤 어쩌면 붉은 소파 자체가 모티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엔 노래방·다방·영화관 등에 붉은 의자가 있다. 소설 속 주인공 정석주도 그 붉은 소파에 다양한 사람을 앉히며 자신의 딸을 죽인 살인범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가 왜 그토록, 15년이란 시간 동안 붉은 소파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어야 했는가, 그 이유에 대해 독자들이 공감하기를 바랐다.

말한 것처럼 ‘붉은 소파’란 소재는 우리 일상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를 전면으로 내세웠을 때 진부해 보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소설 <붉은 소파>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었나.

사실 소설을 쓰는 동안엔 내가 무엇에 대해 쓰고 있는지 몰랐다. 상을 타고 나니까, 내가 쓴 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시간이 오고 난 뒤에 깨달았다. ‘아, 나는 한 장의 사진을 찍는 과정에 대해 쓴 것이었구나!’ 나는 누구에게나 인생에 단 몇 컷 뿐인 ‘결정적인 순간’이 어떻게 탄생하는가에 대해 적고 싶었다. 소설 속 주인공에게 있어 사진은 일종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사람이 살다 보면 겪는 ‘인생의 굴곡’. 소설 속 주인공은 이미 너무 많은 굴곡을 겪었고, 그때마다 사진으로 도피했다. 때문에 그는 어떤 순간이든지 카메라를 손에서 못 놓았다. 그의 사랑하는 딸이 살해 당한 현장에서까지 말이다. 그가 늘 지니고 다니는 무거운 ‘뷰카메라’는 결국 그가 느끼는 인생의 책임감, 그 부담감의 무게를 의미하는 것이다.

<붉은 소파> 역시 반전이 인상적이다. 평소 글을 쓰는 방식은 어떤지? 

처음부터 개요를 완벽히 짜거나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글의 흐름을 늘 그때그때의 감각에 맡겨두려고 노력한다. 나는 추리소설 밖에 못 쓴다. 다른 건 쓰고 싶어도 안 써진다. 추리소설을 쓰면서 ‘누구를 죽이고 그 사건을 여기서 해결해야지’ 정도의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글을 쓰면서 추리와 사건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작법에 대해 제대로 배운 것도 대학교를 졸업하고 이미 한 편의 소설을 출간한 뒤였다.
일단 초고는 굉장히 빠르게 쓰는 편이다. 만화가인 아버지(조 작가의 아버지는 만화가이자 소설가 조강타 씨다)의 원고 작업을 어릴 때부터 도와드려서 그런지 글 쓰는데 대한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 그 대신 원고를 계속 고친다. 이번 작품도 인쇄소 들어갈 때까지 고쳤고, 지금도 고치라면 아마 평생 고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구상하고 있는 작품과 관련된 콘텐츠들은 형식·장르에 상관없이 찾아본다. 사진·다큐멘터리·영화·사료(史料)·드라마 등 정말 닥치는 대로 본다. <붉은 소파> 역시 2013년부터 제대로 앉아서 쓰기 시작했는데, 관련 영상 자료만 100편 남짓 본 것 같다. 처음에 등장인물 3명을 딱 잡고 아무 계획 없이 쓰기 시작했다. 결국 이 작품으로 세계문학상까지 타게 될 줄은 몰랐다. 

세계문학상에 ‘홧김에’ 냈다고 들었는데, 정말인가?

맞다. 원래는 완성된 원고를 들고 평소 알고 지내던 모 일간지 출판 담당자를 찾아갔다. 그런데 거기서 그 분과 대판 싸웠다. 그 분은 소재가 올드하다며 문제를 삼았었는데 내가 수긍을 못한 거다. 결국 크게 싸우고 나오는 길에 “내가 이걸로 상 받고 만다!”고 소리 치고 나와 버렸다. 그리고 그 길로 세계문학상에 응모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 일이지만 정말 그랬다. 재밌는 건 세계문학상 발표 전화가 오기 전 꿈을 꿨는데 화장실이 폭발하는 꿈이었다. 꿈속에서 한 친구랑 빨간 소파가 놓인 극장에 갔다가 극장 화장실이 폭발했다. 총 천연색의 똥이 막 여기저기 터졌다. 사실 어제까지도 당선됐다는 사실이 실감이 안 난다. 이제 좀 실감이 나는 것 같다.

학생 때는 시나리오 집필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다시 시나리오 작업을 할 계획은 없나?

시나리오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시나리오에서 소설로 오기까지 힘든 과정을 겪었고 이제 소설의 재미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년 간 취미 반, 생업 반 삼아 하던 바리스타 일도 지난주에 그만뒀다. 당분간은 <붉은 소파> 관련 일에 집중할 예정이다. 또 ‘예스24’에 타락한 천사와 악마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다. 조만간 출간 작업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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