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가 증가했을까 ‘확산’이 빨라졌을까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6.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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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형 범죄’ 확산에 기여하는 SNS

 


 

최근 들어 연이어 보도되는 반인륜적인 범죄들을 보면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고. 분노형 범죄들은 왜 이리 자주 발생하는지, 세상은 왜 이렇게 무서워졌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들 법하다. 언론은 우리 사회를 ‘분노 사회’로 명명하고, 거대화․복잡화된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무기력함, 좌절감, 고립감 등이 축적돼 ‘분노’의 형태로 폭발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이것들은 현대판 새로운 범죄일까. 사실 분노형 범죄, 그 자체가 새로울 것은 전혀 없다. 노인을 폭행하거나 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를 살해하는 등의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다만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퍼지고, 보도되고, 나아가 많은 이들의 공분을 표출하게끔 하는 환경이 조성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로 세상이 연결되면서부터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최근 흉악한 범죄가 더 많이 일어나는 것 같이 느끼는 데에는 SNS의 영향 크다”고 말했다. 분노형 범죄 발생 뒤에는 이 같은 사회․경제적 구조적 문제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여기에 더해 달라진 정보 유통 환경이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범죄 발생 건수는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반인이 범죄 소식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졌다는 설명이다.

 

“SNS의 발달로 같은 생각을 공유하기가 쉬워졌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애써 숨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감대를 빠르게 형성하고 이를 손쉽게 확대재생산할 수 있게 됐다.” 차선자 전남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공감대 형성과 확산에 있어서 SNS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만기 남서울대 교수(광고홍보학과) 역시 SNS의 파급력에 주목했다. 그는 “SNS의 특성 상 정보 접근과 전달이 누구에게나 용이해졌다”며 “특히 분노․슬픔이란 감정은 사람들에게 쉽게 공감을 유발할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에 이런 사건들이 SNS를 타고 먼저 퍼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SNS는 양날의 검이다. 대중의 공분을 불러 모아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SNS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는 유통과 소비가 빠르고 휘발성이 강한 특징이 있다.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 할 소식을 전달할 때 효과적인 매개체로 사용된다. 반면 부정적 여론 전파와 잘못된 생각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우려도 있는 법이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교수(경찰학과)는 SNS를 통해 왜곡된 여성관을 학습하게 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의자 역시 평소 SNS를 통해 왜곡된 여성관을 접하고 정당화해온 것 같다. 평소 SNS를 통해 접한 여성 비하, 여성 혐오적 콘텐츠에 각성되고 결국 현실과 머리 속의 괴리가 일어난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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