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논문 1저자’지만…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조국 딸 차이는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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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근 회장, 경기과학고 시절 1저자로 참여한 논문 의혹 제기돼…“조국 딸과는 차원이 다르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사퇴 집회를 이끌고 있는 도정근 서울대 총학생회장(23·물리천문학부)에 관해 논문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조 후보자 딸 조아무개(28)씨와 마찬가지로 본인도 고등학생 때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이 발견돼서다. 하지만 조씨와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혹을 산 도 회장의 논문 제목은 ‘광공해가 위해요소로서 마우스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2014년 8월 발표된 이 논문의 제1저자는 당시 경기과학고에 재학 중이던 도 회장이다. 그 외에 공저자 3명도 모두 같은 고등학교 소속이다. 이 중 교신저자(책임저자)인 김아무개씨는 당시 경기과학고 교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정근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2014년 경기과학고 재학 시절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 '광공해가 위해요소로서 마우스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 ⓒ KCI 홈페이지
도정근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2014년 경기과학고 재학 시절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 '광공해가 위해요소로서 마우스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 ⓒ KCI 홈페이지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도 회장의 논문을 두고 “조국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의견이 올라왔다. 조씨가 한영외고 재학 당시 의학논문 1저자로 등재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한 국립대 의전원의 A 교수는 “도 회장의 사례는 조씨와 차원이 다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학생들이 연습 삼아 쓴 논문과 과학자들의 연구 논문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도 회장의 논문이 실린 학회지는 ‘과학영재교육’이다. 이에 대해 도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명시적으로 중·고등학생들의 투고를 받는 학회지”라고 주장했다. 학회지 규정에 따르면, 여기에 수록되는 논문 유형에는 ‘과학영재들이 연구자로 참여한 자연과학 학술연구논문’이 있다. 그 예로는 △과학영재교육원 사사과정 △창의적 산출물 △중학교 R&E(학생들이 연구를 하고 보고서를 쓰는 활동) 등이 언급돼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과학영재교육에 실린 논문 ‘피자를 합리적으로 나누는 방법’에는 중학생이 제1저자로 기재돼 있다. A 교수는 과학영재교육에 대해 “사교육 시장에서 입시 준비용으로 유명할 법한 학회지”라고 추측했다. 이 학회지는 지난해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등재후보에서 탈락했다. 정부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의 심사통과 기준에 못 미친다는 뜻이다. 

반면 조씨 논문이 실린 대한병리학회는 2002년 이후 줄곧 KCI 등재지로 자리매김했다. 2008년에는 SCIE에도 등재됐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전문 학술지가 됐다는 뜻이다. 과학영재교육 관계자는 “우리는 학생들의 결과물을 싣는 학회지”라며 “(대한병리학회와) 성격부터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또 조씨 논문은 한국연구재단에서 2500만원을 지원한 과제의 성과물 중 하나로 제출됐다고 알려졌다. 재단으로부터의 지원 사실은 해당 논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도 회장 논문에는 외부기관의 지원에 관한 내용이 없다. 한 사립대 의전원 B 교수는 “일반적으로 특혜나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면 반드시 이를 논문에 밝혀야 한다”고 했다. 

도 회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논문 작성 과정에서 국비 지원은 없었고 학교 시설을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과학고를 졸업하려면 논문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학술지 논문 게재로 대체했다”며 “해당 논문이 서울대 입학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한 부분은 없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2010년 고려대 입학 당시 제1저자로 기록된 논문 등을 경력사항에 적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조국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8월28일 열 계획이다. 이미 23일 한 차례 집회를 가진 적이 있다. 도 회장은 “우리 세대가 공유하고 있는 공정성이란 가치가 훼손됐다”며 “이번 집회에 참여하는 학부생이 지난번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8월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8월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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