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 입찰은 일반경쟁 가장한 제한 입찰”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9.10.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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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토토 입찰 돌연 중지 배경 두고 설왕설래…가처분 이어 형사 고발 가능성도

연매출 5조원 규모의 스포츠토토(국민체육진흥투표권발행사업) 수탁사업자 선정 입찰이 파행을 겪고 있다. 10월24일 조달청 접수 마감 후 돌연 입찰 절차가 중지됐기 때문이다.

사업자 선정 입찰은 지난 9월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공고됐다. 발주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다. 에이스침대, 제이준코스메틱스, 케이토토 등 5개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공단은 10월 말까지 심사를 끝내고, 11월1일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입찰 접수가 마감되고, 자격 심사를 앞둔 10월24일 갑자기 입찰 절차가 중지됐다. 공단이 조달청을 통해 최종 입찰에 응한 업체에 통보한 내용은 ‘심사를 연기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다른 내용은 일체 함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24일 스포츠토토의 새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돌연 입찰 절차가 중지돼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 시사저널 DB

토토 입찰 앞두고 가처분 신청 잇달아

스포츠토토 발주처인 국민체육진흥공단 측은 조달청에 책임을 넘겼다. 공단 관계자는 “조달청에서 현재 입찰을 컨트롤하고 있다. 내부 방침이 정해지면 공단은 따를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반면 조달청 측은 “접수가 마감된 상태에서 업계의 이의신청이 접수돼 입찰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취지다”며 “업계와 공단 의견을 반영해 방향을 정할 예정이다. 조만간 재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법원에 접수된 ‘입찰중지 가처분’ 신청이 조달청 입찰 절차 중단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토토 입찰에 참여했거나 참여 의사를 밝힌 컨소시엄 6개사 중 3개 컨소시엄이 조달청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입찰 자체가 특정 업체에 매우 유리하게 돼있다. 이 때문에 일부는 입찰 참여마저 봉쇄당했다”며 “입찰제안서는 일반경쟁으로 공고돼 있지만 실제로는 제한경쟁 공고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각 컨소시엄에 필수적으로 은행이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 요건을 지점 600개 이상 보유로 한정했다.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은행은 6개 시중은행이 전부였다. 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은 일찍부터 각 컨소시엄과 협력을 맺고 입찰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반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6개 컨소시엄 중 3개 컨소시엄은 입찰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더군다나 공단은 입찰제안요청서에 은행별 점수를 미리 매겼다. 6개 은행을 공정하게 평가하지 않고 지점수에 따라 점수를 차별화한 것이다. 앞서 관계자는 “지점이 643개인 기업은행은 6점, 750개인 하나은행은 7점, 800여개인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8점, 지점이 1000개 이상인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은 10점으로 제안요청서에 미리 평가점수를 매겼다”며 “사업자의 경쟁력을 평가한 것이 아니라 컨소시엄에 포함된 은행으로 사전에 심사를 한 것으로 문제가 있어 가처분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토토 사업은 연매출 5조원 규모로 '황금알을 낮는 거위'로 평가되는 만큼 새 사업자 선정 입찰 때마다 잡음이 적지 않았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시사저널 DB
스포츠토토 사업은 연매출 5조원 규모로 '황금알을 낮는 거위'로 평가되는 만큼 새 사업자 선정 입찰 때마다 잡음이 적지 않았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시사저널 DB

검찰 고발 이어질지도 주목

기업은행과 농협은행 사이에 이미 4점 차이가 나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 스포츠토토나 로또 등 유사 입찰의 1등과 2등이 2점 차이로 갈린 사례가 있었다”며 “입찰에서 4점을 먼저 준다는 것은 엄청난 특혜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8년 로또복권 입찰 당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1위와 2위 업체의 평가 결과는 각각 776.3점과 774.2점으로 차이는 2.1점에 불과했다. 스포츠토토 입찰을 앞두고 “특정 업체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소문이 업계에 무성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법률 전문가들도 이번 입찰 방식에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법원에 입찰중지가처분을 낸 법무법인 세종의 이숙미 변호사는 “특정 은행만 참여하게 하고, 특정 은행에 사전에 점수를 많이 준 것 자체가 국가계약법령에 명백히 위배된다. 이번 입찰은 사업자의 경쟁력이 아니라 은행으로 사전 평가를 실시했다”며 “공단이나 조달청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을 것으로 본다. 결과적으로 일반경쟁 입찰이 아니라 지명경쟁 입찰로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일부 업체는 현재 검찰 고발 등 형사적인 절차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스포츠토토는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특정 업체 밀어주기 의혹이 검찰 고발로까지 확대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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