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코노미 특집] 대세는 1코노미, 국내 산업지도 바꿨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1 07:30
  • 호수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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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서 파생된 ‘혼○’ 시리즈 39개로 늘어…기업도 1인 가구 니즈 살피기 총력전

빅데이터 분석기업 다음소프트 생활변화관측소의 키워드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혼자 밥을 먹는다’는 의미의 ‘혼밥’에서 파생된 ‘혼○’ 시리즈는 현재 계속해서 신조어를 낳고 있다. 2013년 혼밥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이래 지난해까지 유사한 패턴의 키워드가 39개까지 늘어났다. 생활변화관측소는 이 단어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즐거움’이라고 분석했다. 관계 단절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표현어라는 설명이다. ‘혼자’가 더 이상 청승의 아이콘이 아니라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런 현상은 1인 가구의 급증과 무관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전체 가구의 15.6%이던 1인 가구 비중은 2013년 25.9%로 늘어났고, 2035년 34.3%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가 되는 셈이다. 이는 소득과 교육 수준 향상으로 인한 개인의 경제자립도 향상과 결혼연령 상승, 독거노인 급증, 혼인율 감소, 이혼율 증가, 출산율 감소 등 다양한 사회적 현상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1인 가구 소비·지출 가파르게 증가

1인 가구의 증가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가구구조 변화 이상이다. 소비의 주체가 4인 가구로 대변되는 다인(多人)에서 1인 가구로 전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1인 가구들은 왕성한 소비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연구원은 1인 가구의 소비·지출 규모가 2010년 60조원에서 2020년 120조원으로 10년 사이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1인 가구 모시기’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업들이 1인 가구를 겨냥한 제품 및 서비스 개발과 판매에 집중하는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에 이어 1인(1)과 이코노미(Economy)를 더해 탄생한 1코노미(1conomy)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그렇다면 1인 가구 증가는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일단 주거환경이 바뀌고 있다. 가구·가전이 설치된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 콤팩트형 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1인 가구를 위한 주택을 계속 공급하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다. 하나의 집을 여러 개로 나눠 임대수익을 올리는 ‘불법 쪼개기’가 성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가구와 가전 기업들은 좁아진 생활공간에 맞춘 소형 제품들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들도 1인 가구를 위한 초소형 가전들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현재 1인용 냉장고나 세탁기부터 건조기,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미니 가전들은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사이즈가 작은 제품들만 인기를 끄는 건 아니다. 출근한 사이 집을 청소해 주는 로봇청소기나 원격으로 입을 옷을 미리 손질할 수 있는 스타일러 등 1인 가구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가전들도 각광을 받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혼밥’이 보편화되면서 식품·유통 시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편의점의 활황이 대표적이다. 도시락·컵밥 등 1인식뿐 아니라 소포장·소용량 상품을 가장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쇼핑을 하는 직장인을 의미하는 ‘편퇴족’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그 결과 편의점 시장의 매출 규모는 최근 수년 사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2017년 시장 규모는 22조원으로 전년 대비 14.6%나 증가하기도 했다.

더불어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 시장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3년 2조원에서 지난해 4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가정간편식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며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다인 가구는 주로 주말에 백화점 또는 근교 대형마트에서 쇼핑을 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반면 1인 가구는 필요한 물건을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구입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유통시장도 변혁기를 거치고 있다. 일단 1인 가구의 니즈에 부합하는 온라인쇼핑 시장이 지속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다. 2016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64조9134억원으로 전년 대비 20.5%나 증가했다.

반면,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기존 유통 채널은 계속 부진을 겪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 철옹성으로 여겨지던 이마트가 올해 2분기 창립 26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을 정도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백화점은 소셜커머스 업체와 손잡고 온라인 소량 배송을 통해 판매를 늘리는 전략을 펴고 있다. 대형마트들도 온라인 판매는 물론 자동차를 탄 채로 주문한 상품을 수령할 수 있는 ‘드라이브 앤 픽’과 쇼핑을 대행해 주는 ‘장보기 도우미’ 등 1인 가구 공략을 위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특화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고 있는 만큼 1인 가구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9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서 조사 대상 1인 가구의 60%는 생활 전반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혼자 사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1인 가구만의 고충도 명확하다. 외로움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대표적이다.

1인 가구의 증가로 편의점 업계가 호황을 맞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1인 가구의 증가로 편의점 업계가 호황을 맞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1인 가구 최대 고충은 ‘외로움’과 ‘안전’

이 중 외로움은 반려동물에 대한 니즈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반려동물 연관산업 발전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조8994억원이던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올해 3조원을 거쳐 2027년 6조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펫코노미(Pet+Economy)’가 새로운 경제 트렌드로 부상한 것이다.

특히 최근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펫팸족’을 넘어 반려동물을 자신처럼 아끼는 ‘펫미(Pet=Me)족’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그만큼 반려동물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며 관련 서비스 업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애견미용실이나 애견유치원에 더해 반려동물을 돌보는 ‘펫시터’와 ‘펫호텔’부터 이동 서비스인 ‘펫택시’ 등 다양한 업종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1인 가구의 또 다른 고충인 생활 안전 및 보안에 대한 우려는 여성 1인 가구에서 특히 높다. 혼자 사는 여성을 표적으로 한 강력범죄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어서다. 이를 위해 보안업체들은 센서와 사물인터넷(IoT), CCTV 등 첨단 장비를 동원한 안전·보안 서비스를 계속 출시하고 있다. 세콤과 KT텔레캅은 집 안에 센서를 장착해 침입자를 감지하는 서비스를 현재 진행 중이며, ADT캡스는 LG유플러스와 협업해 사물인터넷 보안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1인 가구의 증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개발원 연구보고서에서 ‘솔로 이코노미 분석’ 자료를 작성한 한 관계자는 “국내 1인 가구는 빠른 속도로 증가 중이며,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1인 가구는 2인 이상 다인 가구에 비해 소비 성향이 높아 내수 진작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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