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1인 가구가 일본 혁신 프랜차이즈 키워드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5 13:00
  • 호수 157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니어 다방·여성 전문 피트니스·1인 불고기 식당 등…고령사회인 일본 흐름 눈여겨봐야

일반적으로 혁신 업종의 라이프 사이클은 세 단계를 거쳐 성장한다. 첫 번째가 토픽(Topic) 단계다. 시장이 아직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필요성이 제기된 단계를 말한다. 두 번째는 트렌드(Trend) 단계다. 토픽 단계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업종으로 성장 가능성이 예상되는 업종을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트래드(Tradition) 단계다. 즉, 전통 업종으로 완성된 최종 단계를 말한다.

‘노래방’을 예로 들어보자. 1990년 마산의 지하층에서 개인이 처음 시작한 후 부산 남포동으로 넘어왔다. 토픽기다. 당시에는 일본에서 가라오케 기계를 분리해 수입한 후, 다시 조립하는 수준이었다. 2년 후인 1992년 반주만 나오던 가라오케 기계에다 자막 처리를 하고 PC 기반 시스템을 구축한 ‘아싸노래방’이 프랜차이즈로 설립됐다. 이즈음이 트렌드 단계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모습 ⓒ 연합뉴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모습 ⓒ 연합뉴스

혁신 업종 라이프 사이클 주목

이후 금영, 태진 등이 시스템 고도화를 이어가면서 꾸준히 성장하던 노래방은 2011년 3만5316개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금은 트래드 단계, 즉 전통 업종으로 자리 잡았다. 노래방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하나의 혁신 업종이 프랜차이즈화하려면 시장 파이가 커지는 트렌드기에 도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잠시 일본으로 건너가 보자. 지난해 일본에서는 어떤 프랜차이즈 트렌드 업종들이 성장했을까. 창업은 본질적으로 장기전이기 때문에 다가올 미래시장을 예측하려면 선행하는 국가의 관련 시장을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2019년 일본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도약한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해 보면 크게 2개 키워드로 나타난다. 고령화와 1인 가구가 그것이다. 내수시장은 인구 기반이어서 인구의 변화가 사업의 성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가운데 비즈니스 모델이 가장 표준화된 프랜차이즈는 자영업 시장을 예측하는 척도다. 비즈니스 모델이 표준화된다는 것은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먼저 고령화로 인해 나타난 업종을 보자.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시니어 다방’이다. 갈 곳 없는 퇴직자들이 노트북을 챙겨들고 즐겨 찾는 곳이다. 일반 카페는 청년들이 주된 고객이어서 앉아 있기 부담스러운 만큼 이곳을 주로 찾는다. 우리나라도 강남에 중년 다방이 몇 곳 있긴 하지만 아직 태동기로 보인다.

여성 전문 피트니스도 그중 하나다. 이 업종은 여성 전문이지만 특히 노년 여성의 지지를 받고 있다. 노인들의 체력을 감안해 짧은 시간 동안 꾸준히 할 수 있도록 30분 운동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다. 일본 프랜차이즈체인협회 자료를 보면 한 업체(카브)는 2018년 현재 점포 수가 1700개에 이를 정도로 확대일로에 있다. 

노인 도시락 배달업도 성장하는 업종이다. 마트에 가기조차 부담스러운 독거노인이 주된 고객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70세 이상 노인은 장을 보기 위해 500m 이상 걸어가는 비율이 23%밖에 되지 않는다. 같은 맥락으로 중산층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방문 마사지업도 점차 가맹점을 늘려가는 중이다.

이번에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전개 중인 프랜차이즈. 우선 일본 1인 가구 현황을 보자. 총무성 가계조사 자료를 보면 1974년까지만 해도 4인 가구가 14.6%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1988년에는 2~4인 가구를 제치고 1인 가구 비중이 17.8%로 1위에 올라섰다. 당시 1인 가구는 유업(有業) 1인 가구였다.

2017년에는 무업(無業) 1인 가구가 1위(16.95%)가 됐고, 유업(有業) 1인 가구가 2위(15.65%)로 내려앉았다. 두 유형의 1인 가구를 합하면 32.6%나 된다. 2020년에는 그 비중이 더욱 높아져 35.7%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유업’은 ‘직장인이거나 자영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을 말하며, ‘무업’은 이혼이나 사별로 인해 혼자 사는 노인이거나 히키코모리, 즉 은둔형 외톨이 등이다.

이들을 대상 고객으로 한 프랜차이즈 업종으로는 ‘1인 불고기 식당’이 눈에 띈다. 주기적으로 육식이 필요한 노인들이지만 일반 식당에서는 1인식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했다. 독서실처럼 가벼운 칸막이를 해서 눈치 보지 않고 혼자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혼술족을 위한 ‘닭꼬치 전문점’도 같은 콘셉트로 시장을 넓혀가는 중이다.

 

인구 감소 시 음식업 줄고 서비스업 늘어

1인 식당의 특징은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조명과 눈치 주지 않는 편안함에 있다. 음식에만 집중된 부채꼴 조명을 사용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받지 않아도 된다. 마치 독서실과 음식점의 통합 모델처럼 보인다. 국내 1인 식당들과 다른 점이라 하겠다. 

최근에는 아침에 식빵을 배달하는 프랜차이즈도 생겼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조식은 식빵이라는 인식이 커졌고, 특히 씹거나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에게 부드럽고 단맛을 내는 건강 식빵을 즉시 구워 배달하는 식이다. 부가 메뉴로 수프를 추가했다.

1인 가구 전문 이삿짐센터도 눈여겨볼 업종이다. 2005년 228개에서 2013년 950개, 2018년 1300여 개로 늘어났다. 일반 이삿짐 서비스와 다르게 포장이사는 물론이고 주소 이전, 각종 사회 서비스, 계약해지 및 이전 등 부가 서비스까지 대신해 준다. 싱글들은 이사를 자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일본은 5년 이내에 이사하는 경우가 30%나 된다. 그래서 이삿짐센터뿐 아니라 1인 가구를 위한 임대 정보 서비스업도 각광받고 있다.

‘노노(老老)매칭 서비스업’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1인 가구에 조금 더 젊은 노인을 가족으로 묶어주는 서비스다. 월급으로 주는 경우도 있지만 사후에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같이 사는 경우도 있다. 일종의 사회적 가족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인구가 감소하면 음식·소매·서비스 등 3대 자영업태 중 음식업은 줄어들고 서비스업이 늘어난다. 일본은 2008년부터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해 2019년 51만2000명이 자연 감소했다.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다. 고령사회 일본의 흐름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