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고기의 시대가 온다②] 대체고기의 맛 어디까지 왔나…직접 먹어보니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5 10:00
  • 호수 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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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극찬한 비욘드 미트 제품 시식…맛에 대한 평가는

고기의 맛과 식감을 재현한 대체고기가 식품업계의 최대 화두가 될 정도로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0’에서 가장 주목받은 분야 역시 바로 콩이나 코코넛 오일 등 식물성 재료로 만든 가짜 고기, ‘대체고기 산업’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인들이 잇따라 대체고기 회사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체고기 산업은 더 화제를 모았다.

대체고기는 크게 식물성 재료를 이용한 ‘식물육’과 동물의 세포를 이용해 만드는 ‘배양육’으로 나뉜다. 두 종류의 대체고기 모두 아직 상용화되는 데 장애물은 있다. 식물성 대체고기의 부족함은 ‘맛’이다. 과거에 비해 식물성 대체고기가 맛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도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고기 자체의 육즙이나 향, 지방이 섞인 고기를 씹는 식감 등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배양 대체고기의 맛은 고기와 유사하지만 세포를 배양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비용도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유통되는 대체고기는 대부분 식물육이다. 그렇기에 아직까지 관건은 ‘맛’이다.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중에 판매되는 대체 고기를 직접 먹어봤다. 대상은 빌 게이츠가 “가짜 고기가 진짜 고기보다 맛있다”고 평가했던, 대표적인 대체고기 회사 비욘드 미트의 ‘비욘드버거’다. 온라인을 통해 구매자들의 많은 호평을 접한 제품이기도 했다. 햄버거 패티로 판매되고 있는 이 제품의 원재료는 정제수와 분리완두단백, 카놀라유, 정제 코코넛오일, 쌀단백 등이고 감자전분과 사과 추출물, 석류열매분말과 비트과즙 추출물 등이 들어간다.

비욘드 미트사의 비욘드 버거 제품. 정제수와 분리완두단백, 카놀라유, 정제 코코넛오일, 쌀단백 등이 함유돼 있다.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서울시의 대형마트 두 곳을 방문했지만 제품을 파는 곳은 없었다. 오히려 ‘콩 고기’는 팔지 않는다는 말이 돌아왔고, 대체고기 상품의 위치를 아는 직원도 없었다. 결국 온라인을 통해 주문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신선제품 배송을 통해 아침 7시에 수령한 제품을, 설명서에 따라 24시간 동안 냉장 해동한 뒤 팬에 구워 섭취했다.

동그랗게 뭉쳐놓은 패티의 생김새는 일반적인 고기 패티와 유사했다. 그러나 고기에 비해 붉은 빛은 덜했고, 뭉쳐짐도 단단하지 않았다. 종이포장과 비닐포장을 개봉하자 약간은 비릿한 냄새가 올라왔다. 익히지 않은 고기 패티 특유의 향과는 달랐다. 예열한 팬에 굽자 고기처럼 ‘치익’ 소리를 내며 구워졌고, 패티는 점점 고기의 색을 입어갔다. 패티를 구우면 기름이 흐르는 것과 달리 자체적인 기름은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 단면은 일반 패티와 유사했다.

대체고기 패티를 굽자 일반 고기 패티와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 맛은 어떨까. 한입 베어 물자 패티가 부스러지며 씹히는 식감이, 모르고 먹었다면 고기라고 믿게 했다. 고소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육즙’은 없었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고기 패티의 식감, 고소한 맛, 지방 없는 담백한 패티 맛’이었다. 포장 뒷면에 적힌 조리법 레시피대로 햄버거에 채소와 함께 끼워서 먹었다면 대체고기라는 사실을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다만 ‘향’은 달랐다. 콩의 비린 향이 조금 느껴지는 것 같았고, 먹은 후에는 두유를 먹고 난 뒤와 유사한 텁텁한 맛이 입에 오래 남았다.

 

다음은 비욘드 미트를 시식한 시사저널 편집국 기자들의 한 줄 평.

“담백하긴 한데 씹는 느낌이 부족하다. 고기라는 생각은 들지만 육즙이 부족한 느낌”

“풍미가 없고 퍽퍽하다. 고기라고 우기면 조금 오래된 고기라는 느낌”

“모르고 먹었다면 맛없는 햄버거 패티. 향이 부담스럽다”

“맛있다. 햄버거 패티로 활용할 경우 고기로 생각하고 먹을 것 같다”

“고기 맛은 나는데 맛은 없는 편. 고기인 줄 알았다”

“맛있는 편이지만 고기와는 뭔가 다른 맛이 난다. 입에 남는 향이 오래가는 것이 단점”

“맛있고 부담스럽지 않은 고기 맛. 간이 없는 편이라 심심한 입맛의 소유자는 선호할 것”

과거에 맛봤던 ‘콩 고기’와는 확연하게 성장했지만, 아직까지 고기를 대체하기에 맛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주로 나왔다. 평소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지 않거나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는 기자들은 대체고기에 대해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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