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 원조 3인방의 10년史, 승자는 누가 될까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1.24 13:00
  • 호수 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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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같았으나 지금은 너무 다른 쿠팡·티몬·위메프의 발자취

지금부터 10년 전인 2010년. 그때가 바로 소셜커머스 시장의 원년이었다. 시장에 뛰어든 업체만 수백 곳에 달했다. 불과 1년 만에 옥석은 가려졌다. 티몬과 쿠팡, 위메프, 그루폰코리아가 시장을 주도했다. 시장을 먼저 선도한 티몬과 쿠팡이 1위 다툼을 벌였고, 위메프와 그루폰이 3위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2014년 티몬과 그루폰이 합병되면서 소셜커머스 시장은 빅3의 3파전이 됐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소셜커머스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반값 할인’을 내세우는 저렴한 가격은 소비자들에게 큰 메리트였고, ‘몇 명 이상 모이면 거래 성사’라는 조건이 걸려 있기 때문에 상품을 구매하고 싶은 사람들이 직접 상품을 알리며 마케팅에 나섰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정보를 공유하고 구매하는, 진정 ‘소셜커머스’였던 것이다.

성장세 둔화되면서 이커머스로 변신

시장이 커지면서 소셜커머스는 지상파 TV광고까지 진출했고, 인터넷 배너 광고 등을 통해 업체를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시장을 키워 나갔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후발주자였지만 모바일 시장에 특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소셜커머스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각 사가 주력한 지점은 달랐다. 쿠팡은 배송 서비스에 주력했다. ‘로켓배송’을 도입해 오늘 주문하면 물건을 내일 받을 수 있게 했다. 자체적으로 고용한 ‘쿠팡맨’ 서비스로 배송 혁신을 구현했다. 위메프는 최저가를 앞세우는 전략으로 맞섰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고객을 잡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었다. 주요 품목군부터 최저가 물량을 늘려 나가는 방식을 취했다. 티몬은 가격과 다품목에 주력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세는 확연히 둔화됐다. 판매자와 고객을 연결해 주고 수수료만 받는 오픈마켓과 달리, 소셜커머스는 물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공동구매 제품을 선별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 했고, 누가 봐도 저렴한 제품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의 종류도 한정적이었다. 또 직접 판매보다 중개 상품의 규모가 커지면서, 오픈마켓에 비해 소셜커머스 판매업자가 지는 부담이 크다는 점도 이들의 변화를 유도했다. 공동구매 형태상 구매 확정부터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점도 ‘빠른 배송’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손실도 커졌다. 산업연구원(KIET)은 2015년 말 ‘소셜커머스, 성장과 명암’ 보고서를 통해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은 지난 2010~14년 연평균 360%씩 성장했지만 영업이익 면에서는 오히려 손실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기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심화돼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발생했고, 물류나 배송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점, 오픈마켓보다 관리 비용과 인력이 많이 필요한 것 등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여러 소셜커머스의 단점이 부각되면서, 원조 소셜커머스 3인방은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했다.

먼저 시장의 변신을 꾀한 것은 쿠팡이었다. 쿠팡은 2017년 마지막 남은 소셜커머스 영역인 로컬 상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소셜커머스로서의 정체성을 완전히 거둬들였고, 직매입 상품 판매, 오픈마켓 등 전통적인 방식의 이커머스 기업으로 전환을 완료했다. 티몬 역시 금융감독원에 오픈마켓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전자금융업을 등록하면서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다. 포화 상태에 이른 소셜커머스 시장 상황을 감안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일반 배송 상품 이외 주력 제품 발굴에도 나섰다. 특히 전체 거래액의 4분의 1을 차지한 ‘여행’ 분야를 핵심 상품으로 낙점해 투어 사업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시도했던 티몬의 여행 사업은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위메프는 마케팅 효율이 낮은 서비스를 정리하면서 내부 투자비를 줄이고, 유통사업자와 협력관계를 강화해 상품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매출·기업 가치 1위 쿠팡의 질주

변신을 꾀한 소셜 3인방의 성적은 어떨까. 매출을 보면 쿠팡이 단연 1위다. 2018년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업계 최대 규모인 4조4227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쿠팡을 통한 거래액은 9조원에 달한다. 위메프(약 5조4000억원), 티몬(약 4조원)의 두 배 수준이다. 로켓배송이라는 혁신적인 서비스와 로켓페이 결제 시스템 등을 도입한 쿠팡은, 빠르고 쉬운 쇼핑 방식을 갈망했던 소비자들을 사로잡으면서 이커머스 기업으로 도약했다.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기업 가치 레이스에서도 쿠팡이 독주하고 있다. 소셜커머스의 기업 가치 산정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통상적으로 투자나 인수합병 과정에서 평가된 기업 가치로 규모를 따지고 있다. 쿠팡은 2018년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에서 20억 달러를 투자받으면서 기업 가치를 90억 달러(약 10조원)로 평가받았다. 당시 쿠팡의 거래액은 7조원 수준으로,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거래액의 1.4배에 해당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분석했다. 위메프는 지난해 넥슨코리아와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2조8000억원으로 기업 가치가 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4월 미국의 시장 조사 리서치 기관인 CB Insight에 등재된 위메프의 기업 가치는 3조885억원으로, 대략 3조원 안팎 선으로 좁혀진다. 티몬의 기업 가치는 1조7000억원으로 알려졌는데, 1조원 이상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 대부분의 시각이다.

앱 이용자 수에서도 쿠팡이 독보적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전문기업 아이지웍스가 발표한 대한민국 모바일 앱 사용자 순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쿠팡 앱 이용자 수는 1397만6799명으로 1위였고, 11번가가 657만981명으로 2위, 위메프가 466만9485명으로 3위였다. 티몬(358만9471명)은 지마켓(424만6523명)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쿠팡은 여러모로 위메프와 티몬을 크게 따돌리고 있다. 그러나 늘어난 매출만큼 영업손실도 크다는 점이 쿠팡의 발목을 잡는다. 1조970억원의 영업손실 역시 3사 중 최대 규모다. 최근 3년 동안 쿠팡의 영업손실을 계산하면 거의 3조원에 이른다. 이커머스 기업 중 유일하게 직접 물류 시스템을 운영함으로써 발생하는 인프라 유지 비용, 막대한 인건비가 영업손실로 계속 추가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은 계속 달리면서 공격적으로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다. 2020년 목표 역시 외형 성장이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인 로켓프레시의 확장과 음식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의 서비스 개선, 배달 커버리지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배송을 타사와 다른 강점으로 부각시키는 노력을 지속 중이다. ‘도서, 산간 지역은 배송이 불가능하다’는 로켓배송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의 쿠팡맨을 채용 중이다. 2021년 전국 최대 규모의 대구 물류센터 완공도 계획돼 있다.
 

내실 다진 위메프, 타임커머스 집중하는 티몬

반면 위메프와 티몬은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특히 위메프는 2018년 기준 3사 중 가장 적은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도 가장 적어 내실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업손실은 2017년(417억원)에 비해 2018년(390억원) 6.4% 줄었다. 손익이 개선된 것은 3사 중 유일했다. 직매입 매출 비중을 줄이면서 물류와 배송 비용을 크게 줄인 결과다. 위메프는 지난해 넥슨코리아로부터 투자금 3500억원 중 2500억원을 지급받았고, 12월에는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12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자본 잠식이 해소됐다. 위메프는 재원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강화하면서 중점 사업에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력하는 것은 오픈 마켓 위주의 특가 상품이다. 과거부터 상품의 우수성과 최저가에 주력해 온 것과 다르지 않게, ‘가격 경쟁력’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위메프는 지난해 11월 이미 4000개 이상의 신규 파트너사를 확보했고, 1000명의 MD를 신규 채용해 파트너사와의 시너지 강화에 나섰다.

티몬은 창립 10주년을 맞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 이미 티몬은 신선식품을 특정 시간에 배송해 주는 슈퍼예약배송을 지난해 중단하면서 배송에 힘을 뺐다. 주력하는 것은 ‘타임커머스’다. 짧은 시간 내 특가 상품을 제시해 판매율을 높이는 것이다. 매 시간 파격적인 할인 상품을 선보이면서, 10분 등 분 단위로 특가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티몬이 타임커머스를 통해 10분 만에 자두 10만500개를 판매한 것은 국내 이커머스 사상 최단시간 최다 판매 기록이었다. 이후 판매 기록을 연이어 세우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6월 취임한 이진원 대표 체제에서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고객들이 특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티몬을 찾게 되고,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타임커머스에 집중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적자가 전년 대비 80% 개선되면서 올 상반기 내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티몬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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