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잠복기 14일에 매몰되선 안 돼”
감염병 전문가들이 우려해 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사례가 발생했다. 바로 잠복기 이후 양성 판정이다. 국내 신종 코로나 3번째 환자(54·남)와 중국에서 함께 입국한 중국인 여성(28번 환자·30)이 잠복기가 지난 이후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 보건당국의 시스템 구조상, 이 환자는 '양성'임에도 불구하고 격리 해제로 지역사회를 활보할 수 있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1일 "국내 28번째 확진자는 30세 중국인 여성으로 자가격리 중 검사를 실시해 양성으로 확인돼 현재 명지병원에서 격리 중”이라고 밝혔다. 28번째 확진자는 3번째 확진자와 지난달 20일 중국 우한에서 국내로 들어와 같은달 22일과 24일에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도 동행했다. 3번 환자가 확진된 이후 28번 환자는 밀접접촉자로 자가격리 상태였다.
중대본 관계자는 "자가격리 기간 중 발열이 확인되지 않았고, 격리 전 이뤄진 타 치료와 관련된 진통소염제를 복용중이어서 추가증상 확인이 제한적이었던 점을 고려해 잠복기 완료 시점을 앞두고 8일 검사를 시행했다"면서 "1차 검사상 양성과 음성의 경계선상의 결과가 나와 재검을 통해 전날(10일) 양성으로 판정했다"고 말했다.
◇잠복기 지나 '양성'판정…감염 가능성 제로일까
문제는 이날 신종코로나 확진을 받은 28번 환자가 3번 환자와 마지막 접촉 후 14일 지난 시점에서 양성으로 판정됐다는 점이다. 보건당국이 설정해 온 최대 잠복기(14일)가 절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재 이 환자는 명지병원에서 격리된 상태이며, 뚜렷한 증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지병원측은 음성과 양성의 경계 수준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음성에 가까워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다만 바이러스학을 전공한 한 미생물학과 교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말 그대로 신종 감염병이기 때문에 기존 사례가 많지 않아 잠복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잡기 어려운 상태"라면서 "환자 상태에 따라 바이러스 증폭 여부가 달라지고, 또 아직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결과가 많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증상이 없다고 해서 감염 가능성이 약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종 감염병 고려한 대책 마련 필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보건당국의 잠복기 기준에 의존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보건당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인 14일 권고안을 따른다는 입장이지만, 신종 바이러스라는 점을 고려해 예외를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8번 환자가 잠복기 내 감염됐지만 무증상이었을 뿐이었는 지, 잠복기 기준 이후 감염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보건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특히 인수공통감염병 특성상 돌연변이가 많아 초기에 제대로 잡지 못하면 예상하지 못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후속대책을 책임진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보건당국이 잠복기 기준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은 데, 감염됐음에도 무증상일 경우 등을 고려해 기준을 보다 유연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신종 감염병은 실체가 규명되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면서 "특히 격리 해제 이후에도 손 오래 씻기, 기침 예절 지키기, 장갑·마스크 착용하기 등의 예방수칙을 유지하도록 하는 권고안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