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역사 속으로” 구포가축시장 정비사업 첫 발
  • 부산경남취재본부 김완식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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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광도시 사업 연계…동물복지 관광 명소로 육성
전국 최초 상인과 상생협약으로 만들어낸 대표적 성과

60년 만에 전국 최초로 상인과의 완전한 상생협약을 통해 폐쇄한 부산 북구 구포가축시장정비사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정비사업 부지 내 손실보상 협의를 마친 일부 건물과 도시 미관을 저해하고 있는 약 60m 길이의 낡은 아케이드 철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하는 것이다.

시는 3월10일 오전 10시 30분 구포시장의 건축물 철거현장에서 오거돈 시장, 정명희 북구청장과 공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구포가축시장 정비사업의 주요 추진사항, 공영주차장 확충 및 공공공지 조성 일정과 계획 등에 대한 현장보고회를 열었다.

구포가축시장 정비사업의 총사업 예산은 410억 원이다. 이 중 현재까지 주차장 건립 및 공공용지 확보를 위해 187억 원을 투입했다. 공공용지가 확보되면 동물입양카페, 동물보건소, 동물 관련 자격증 교육이 가능한 도심형 동물복지센터, 주민 쉼터와 문화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오거돈 부산시장과 정명희 북구청장 등이 구포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부산시
오거돈 부산시장과 정명희 북구청장 등이 구포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부산시

오거돈 시장은 현장브리핑 후 코로나 확진자 방문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역 안심 클린존 인증업체인 구포국수와 공차를 방문해 클린존 인증마크를 직접 부착하고 상인들을 격려했다.

오 시장은 “구포가축시장은 민관정의 협력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성과”라며 “구포시장은 완전히 새롭게 바뀌게 될 것이며, 이곳이 갖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부산시의 국제관광도시 사업과 연계해 세계인이 찾는 동물복지의 관광 명소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시와 북구는 오는 7월 3일부터 5일까지 구포가축시장 폐쇄 1주년을 기념해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에 공동으로 선정된 동물사랑 문화축제를 구포가축시장 정비구역과 화명 생태공원 일원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동물 학대 온상지 '오명' 구포 개 시장…합의에 따른 첫 폐업

동물 학대 논란을 일으키며 60년 넘게 영업을 이어왔던 부산 구포 가축시장(개 시장)은 6·25 전쟁 이후 당시 부산 최대 전통 시장이던 부산 구포시장에 처음 생겨났다. 1970∼1980년대는 점포가 60∼70곳에 육박하는 등 전국 최대 규모의 개 시장으로 손꼽히며 호황을 누렸다.

동물복지와 개 식용에 관한 인식이 지금과 달랐던 당시만 해도 구포 가축시장은 구포시장 큰 축을 담당했다. 개들은 손님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온종일 가게 앞 철장 안에 갇혀 진열품 신세로 있다가 업소 안 도축장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당시만 해도 개 시장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개는 반려동물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가축시장 내 철장과 도축장은 동물 학대의 상징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구포가축시장 건축물 정비사업 현장 모습 ©부산시
구포가축시장 건축물 정비사업 현장 모습 ©부산시

1980년대부터 동물보호단체와 일부 시민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복날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개 시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일부 시민은 개 시장을 구시대 산물이라며 손가락질했다.

도심 한복판 개 시장은 개 식용 찬반 논쟁의 상징적인 장소로 자리 잡았다. 이후 서울 경동시장, 성남 모란시장 안 개 시장이 먼저 문을 닫았고 구포 가축시장도 존폐 갈림길에 섰다. 이때부터 폐업 논의가 본격화됐다. 하지만 실제 폐업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2017년 말 구포 개 시장 전체 19개 상점 중 15개가 영업을 대체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면 전업이나 폐업에 동의한다는 '업종 전환에 대한 조건부 동의서'를 제출하면서 폐업으로 가는 첫발을 떼기 시작했다.

이후 폐업 논의는 급물살을 탔고 지난해에는 199억원을 투입하는 구포가축시장 정비사업 계획이 발표됐다. 부산 북구는 동물 보호팀을 신설해 구포 가축시장 상인 업종 전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했고 마침내 모든 점포가 업종 전환에 동의했다.

구포 가축시장 환경정비 및 폐업 상인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돼 업종전환하는 상인들을 지원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구포가축시장은 서울 경동시장과 성남 모란시장과 달리 합의에 따른 폐업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경동시장과 모란시장은 폐쇄 과정에서 강제철거 등 행정력이 동원됐고 폐쇄 이후에도 고기 판매가 계속됐다. 구포 가축시장은 이와는 달리 남은 19곳 업소 모두 업종 전환에 동의했고 물리적 충돌이 없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강제적인 방법이 아닌 대화로 폐업을 끌어냈다는 점 등에서 구포 가축시장 폐업은 완결성을 갖춘 모델”이라며 “대구 칠성시장 등 다른 지역에서도 구포 가축시장 폐업 과정을 따라야 한다”고 평가했다.

구포가축시장 상인들도 마지막까지 일부 반발이 없지는 않았지만, 시대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점을 모두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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