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재난기본소득’ 확정, 전국 확산 도화선 되나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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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추경예산안 처리…위기직면 5만여명에 지원
1인당 52만7158원…일부 지자체·정치권도 ‘만지작’

전북 전주시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득절벽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 직접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 당장 다음 달부터다. 재난기본소득을 주는 것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빠듯한 살림살이에도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한 배경과 함께 전주시의 행보가 전국 확산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金시장 쏘아올린 공, 시의회 화답 ‘급물살’

전주시의회는 13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재난기본소득 지원금 263억5000여만원 등 총 556억5790만원 규모의 긴급 추가경정예산안을 증액, 통과시켰다. 이날 시의회의 결정으로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지원 금액은 1인당 52만7158원으로 확정됐다. 전주시의 재난기본소득 지원은 김승수 시장이 먼저 쏘아 올렸다. 김 시장은 지난 10일 시의회 임시회에서 “코로나19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일용직 근로자, 실직자, 생계형 아르바이트 등 취약계층 5만여명에게 50만원씩을 지원하자”고 긴급 제안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지난 10일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재난기본소득을 제안하고 있다. ⓒ전주시
김승수 전주시장이 지난 10일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재난기본소득을 제안하고 있다. ⓒ전주시

김 시장이 쏘아올린 공에 시의회가 화답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코로나19로 생계 위기에 직면한 시민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사안의 시급성에 뜻을 같이해 애초 이달 20일 열기로 한 임시회를 열흘 앞당겨 지난 10일 개회한 데 이어 이날 신속하게 처리했다. 앞서 시의회 예결위는 전주시가 당초 책정한 1인당 지원액보다 오히려 2만7158원을 증액했다. 예결위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규정이 정하는 1인 가구 생계급여인 52만7158원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지역 정치권도 환영했다. 민주당 김성주 예비후보는 “전국 최초로 전주시에서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전주시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예산편성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민생당 정동영 예비후보도 이를 환영하면서 “IMF 이후 최대 국난인 코로나19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전폭적인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이와 별도로 100억원의 추경예산을 전주시에 편성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은 정부 예산이 아닌 시 자체 예산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여타 지자체의 제안과는 결을 달리한다. 재난기본소득 지원은 ‘전주시 저소득 주민의 생활안정 지원조례’에 따른 것으로 재난으로 소득이 줄면서 생계 자체가 어려워진 시민에게 직접 돈을 지급하는 것이다. 대상은 실업자와 비정규직 등 5만여명으로, 지역은행의 체크카드 형태로 4월에 지원될 예정이며, 3개월 안에 전주지역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긴급 구호 목적 외에 생필품을 구입하거나 전통시장에서 장을 볼 수 있도록 해 침체된 지역경제 회생 동력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김 시장은 “경제 위기로 고통을 받고 정부 지원 대상에서도 배제돼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에 재난기본소득이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승수 시장 “도로 하나 까는 것보다 착한 정부가 필요한 시기”

전주시가 신속하고 과감한 적극행정으로 전국 최초로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나선 것은 ‘인간’을 중심에 둔 시정철학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돈이 남아도는 지자체는 없다. 다만 예산 사용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도로 하나를 깔지 못하더라도 소득 절벽에 직면한 서민들이 삶의 끈을 놓지 않도록 민생대책을 더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생이 흔들리는 지금은 착한 건물주뿐만 아니라 착한 국가(지자체)가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은 전주시가 자체 예산으로 전격 추진한 것이어서 다른 지자체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부 지자체장의 재난기본소득 지원 제안에 정부가 난색을 보이는 가운데 전국의 여타 지자체들도 사정은 다르지만, 재난기본소득 또는 유사 형태의 지원책을 모색할 기세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다른 지역 시도지사들도 재난 기본소득 지원을 정부에 건의한 바 있지만 현재까지 정부의 반응은 미지근한 상황이다. 정치권 역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과 위기 직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일정 수준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4·15 총선을 앞두고 ‘핫이슈’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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