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왜 ‘장자연 추행 혐의’ 기자에 무죄를 확정했을까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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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자연 깅제추행 사건’ 무죄 확정 판결 난 두 가지 이유

대법원이 전직 조선일보 기자의 고(故) 장자연 성추행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과 2심에서의 무죄 선고가 끝내 대법원에서 뒤집어지지 않았다. 무죄 판결의 핵심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법원은 핵심 증인이었던 윤지오씨의 증언에 신빙성이 없고, 경찰 수사 단계에서 윤씨를 대상으로 실시한 범인식별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28일 대법원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아무개씨의 상고심에서 1·2심에서 선고된 무죄를 확정했다. 조씨는 2008년 8월 서울 강남구 한 가라오케에서 고 장자연씨의 기획사 대표인 김종승씨 생일축하 자리에 참석해 장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고(故) 장자연 사건 증언자인 배우 윤지오 씨가 4월24일 오후 캐나다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고(故) 장자연 사건 증언자인 배우 윤지 씨가 지난해 4월24일 오후 캐나다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윤지오 진술 부정확, 범행 여부 자체에 의문”

대법원은 무죄 판단의 이유로 1심·2심과 마찬가지로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들었다. 당초 이 사건은 생일축하 자리에 장씨와 함께 참석했다는 윤지오씨의 증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윤씨는 지난해 법무부의 재조사에 증인으로 나서 “조씨가 장씨의 손목을 끌어당기고 강제로 추행했다”고 진술했다.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윤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조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윤씨의 진술이 믿을만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1심과 2심은 “윤씨가 추행장면을 목격했는지 여부 자체에 강한 의문이 있다”며 “신빙성이 없는 윤씨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에게 형사처벌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한 근거 중 하나는 윤씨의 최초 진술과 실제 조씨의 인상착의가 불일치하는 점이 많다는 것이었다. 윤씨는 2009년에 있었던 경찰 수사 당시 5차례에 걸친 조사에서 피의자를 다르게 특정했다. 1차 조사 당시에는 ‘50대 초반에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언론사 사장’이라며 언론사 대표를 특정했지만, 4차 조사에서는 ‘언론사 대표가 아니다’고 번복했다. 이후 경찰의 최면법검사를 거쳐 5차 조사에 임해서는 언론사 대표와 피의자 조씨의 동영상을 보고 언론사 대표가 아닌 조씨로 진술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인상착의에 대한 묘사도 조금씩 변했다. 초반에는 자신보다 키가 작은 사람으로 표현했지만, 이후 검찰 조사에서는 “나보다 키가 컸던 것 같다”고 바뀌었다. 검찰이 “추행한 사람의 키를 경찰 수사 당시 잘못 진술한 것이냐”고 묻자 “크던 작던 알게 뭐냐”며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경찰에서의 범인 식별절차도 부적절”

법원은 또 윤씨를 대상으로 경찰이 실시한 범인 식별절차가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5차 조사에서 윤씨에게 언론사 대표와 조선일보 기자의 영상을 보여주며 범인을 특정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 목격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평가할 수 있게 하려면 범인의 인상착의 등에 관한 목격자의 진술 내지 묘사를 사전에 상세히 기록화한 다음, 용의자를 포함하여 그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람을 동시에 목격자와 대면시켜 범인을 지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씨가 피고인이 나오는 동영상과 언론사 대표가 나오는 동영상만으로 보고 피고인을 지목했다는 것으로 이 사건의 범인 식별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한 원심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윤씨는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해 법무부 과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거짓 진술 의혹과 후원금 문제 등으로 피소당한 상태다. 경찰은 윤씨에 대해 인터폴에 적색수배 요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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