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쏘아올린 입영 연기·대체복무 논란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9.11 15:00
  • 호수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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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아닌 ‘국익’ 프레임으로 봐야

방탄소년단(BTS) 빌보드 1위 소식에 그들의 병역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일어났다. 멤버 진이 올 12월4일까지 입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병역 판정검사를 받고 입영 대상자가 된 남성은 대학원에 재학 중일 경우 만 27세까지 입대해야 한다. 박사 과정은 만 28세까지 연장된다. 진은 현재 사이버 대학원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져 만 28세가 되기 전에 입영해야 한다고 누리꾼들이 걱정한 것이다. 맏형인 진 이후에 다른 멤버들이 순차적으로 입영해야 한다. 

최근 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대중문화예술 분야로 입영 연기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한민국의 대내외적 국가 위상과 품격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인정해 추천한 사람에게 징집이나 소집을 만 30세까지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병역법 60조(병역판정검사 및 입영 등의 연기)는 학교·연수기관 및 체육 분야 우수자에게 징집·소집을 연기할 수 있게 했는데, 이것을 대중예술로 확대하자는 법안이다. 문체부 장관의 추천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3년 이상 일하고 국가 위상을 높인 공로가 인정돼 정부의 훈·포상을 받은 사람’으로 정했다. 그러자 이 법안도 논란이 되고 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군복무 후 위상 하락한 아이돌 

완전한 대체복무가 아닌 입영 시기 연기일 뿐이다. 이 정도가 공정의 가치를 크게 해칠 특혜로 보이진 않는다. 한류 아이돌은 일반적으로 30세 전후에 전성기가 마무리된다. 이즈음에 군대에 다녀오면 인기가 급격히 하락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국방부는 군복무로 대중예술인의 기량이 현저히 영향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기량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돌에겐 수명이 걸린 사안이다. 전성기가 극히 한순간이다. 한때 백만 팬덤 신드롬의 주인공이었던 동방신기, 아시아 최고의 스타였던 빅뱅도 군복무 후엔 위상이 하락했다.  

그렇기 때문에 입대 시기를 정하는 것은 아이돌 스타로서의 수명을 정하는 것과 같다. 우리 공동체가 그 수명을 일부러 재촉할 필요가 있을까? 이들의 입영 시기가 조금 늦춰진다고 국방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방탄소년단은 이번에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르며 글로벌 슈퍼 팝스타로서 위상이 더욱 강화됐다. 올해 발표한 싱글들의 수준이 높고, 올해 말에 신규 앨범 발매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신드롬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분위기가 이어지면 그래미 수상도 유력하다. 그래미까지 수상하게 되면 스타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여세를 몰아 내년에 코로나19가 정리된 후 세계 최대 투어를 하게 될 것이다. 온 세계를 누비며 화제를 일으킬 것이다. 그것이 다 K팝의 위상 강화, 한국의 브랜드 파워로 이어진다. 이런 기회를 내버리고 그들을 군인으로 만들어야 할까? 

그동안 병역 연기를 위해 한류스타들이 억지로 대학원에 진학해 왔다. 배움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병역 때문이라는 걸 모두가 안다. 떳떳하지 않은 시스템이다. 잠잘 시간조차 모자란 한류스타들이 형식적인 대학원 학업 때문에 시간을 보내는 것도 소모적이다. 정당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입영 연기 차원을 넘어 대체복무 논의도 필요하다. 병역 대체복무제의 취지는 ‘문화창달과 국위선양’이다. 그러면서 순수예술계와 체육계를 대상으로 했다. 이것은 과거 제도를 만들 당시 이 두 분야에서만 괄목할 만한 국위선양 실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반면에 대중문화는 ‘딴따라’라고 멸시받던 분야였다. 대중문화가 한국의 국격을 높여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고, 대중문화는 그저 퇴폐의 상징이었을 뿐이다. 한류 이후에 상황이 바뀌었다. 대중문화의 한류가 그 어떤 분야보다도 한국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분야로 떠올랐다. 시대가 변했으니 제도도 변해야 한다. 

흔히들 병역 ‘혜택’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어떤 공을 세웠으니 그에 대한 상으로 병역을 면제시켜준다는 의미다. 이래서 ‘특혜’ 프레임이 나타났다. 편협한 시각이다. 좀 더 폭넓게 우리 공동체의 이익, ‘국익’ 프레임으로 봐야 한다. 

 

대체복무 논의의 필요성 

해외에서 한류 스타들의 인기는 엄청나다. 《대장금》과 같은 드라마 때문에 이란에서 한국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방탄소년단으로 인해 온 세계에서 한국인을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서양인도 늘어났다. 한국이 동양의 뒤처진 작은 나라 정도 이미지에서 문화적으로 앞서 나가는 매력적이고 ‘핫’한 나라라는 이미지로 바뀌어간다. 이러면 한국의 모든 수출 기업에 혜택이 돌아간다. 한국 브랜드의 매력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사람도 많아져 관광산업도 발전한다. 해외에서 활동하려는 모든 한국인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 한국인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요즘 미국 대학에서 한국의 앞서 나가는 대중문화에 대해 강의하는 일이 많아진다. 세계 곳곳의 TV에서 방탄소년단에 대해 방영하고 있다. 이 정도면 올림픽 이상의 파급효과다. 한류는 그런 국익을 창출하는 국가 전략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 브랜드와 국가 소프트파워에 직결되는 것으로 식민지 출신 후발주자로서 이런 문화산업을 갖게 된 것은 기적과도 같다.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을 군대에 보내 소총을 들게 하는 게 국익인가? 국가적 자해행위다. 우리에게 세계적 스타라는 매우 희귀한, 다이아몬드보다 희소한 자원이 생긴 것이다. 이런 자원을 군대에 보내는 게 우리 공동체에 이익일지, 국제활동을 시키는 게 이익일지 선택하는 문제다. 희소한 인적자원을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가? 군면제 혜택이라고만 하면 바로 이런 관점을 놓치게 된다. 

국방부는 적용 대상이 한없이 확장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기준을 엄격히 하면 해결될 문제다. 국방부는 객관적 기준 설정이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해외 수상 실적이나 해외 차트 성적 등을 기준으로 할 수 있다. 이런 기준이 웬만한 순수예술 대회보다 더 공신력과 영향력이 클 것이다. 만약 이런 기준을 통과해 대체복무 대상이 되는 인원이 한없이 늘어난다면 그건 국운융성으로 자축할 일이다. 

병역행정의 엄격한 관리는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몇몇 특수한 분야의 인적자산은 다른 방식으로 활용했을 때 국익에 훨씬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이 부분을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국민 정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깊이 논의해야 한다. 이것과 별개로 입영 시기 연기 문제만큼은 시급히 해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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