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로 세계 정복 꿈꾸는 빅히트의 ‘빅피처’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0.12.31 14:00
  • 호수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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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후 주가 반 토막 나며 ‘거품 논란’…플랫폼 사업 강화하며 ‘엔터 업계 아마존’ 꿈꿔

2020년 IPO(기업공개) 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가 빅히트엔터테인먼트다. 방탄소년단(BTS)의 글로벌 인지도를 앞세워 말 그대로 상장 대박을 터트렸다. 1117대 1의 경쟁률도, 확정된 공모가 13만5000원도 파격이었다. 상장 첫날 공모가의 두 배 수준인 25만8000원으로 장을 마치며 기대감을 한층 부풀렸다. 장중 한때 35만1000원까지 주가가 치솟기도 했다. 시가총액은 8조7323억원으로 내로라하는 국내 기업들을 제치고 단숨에 3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빅히트 지분 34.63%를 보유한 방시혁 대표 역시 새롭게 주식 부호 명단에 올랐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방 대표의 주식 가치는 3조1934억원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3조1587억원)을 제치고 8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빅히트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12월22일 기준으로 빅히트의 주가는 15만4500원. 상장 첫날과 비교해 40%나 주가가 폭락했다. 시가총액 역시 37% 감소한 5조5039억원(코스피 49위)을 기록했다.

상장 하루 만에 시가총액 32위 

당연히 거품 논란이 뒤따랐다.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는 빅히트나 방 대표를 성토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방시혁 부자 만들기에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기대의 시선 또한 여전한 게 사실이다.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빅히트의 매출은 924억원, 영업이익은 325억원이었다. SM과 YG, JYP 등 국내 ‘빅3’ 엔터 업체에 들지 못했다. 불과 2년 만에 이 균형이 깨졌다. BTS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2019년 매출이 5872억원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SM, YG, JYP의 매출이 소폭 증가하거나 오히려 하락했던 것과 대조되고 있다.

2020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0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457억원과 131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SM(181억원), YG(106억원), JYP(455억원)의 영업이익을 더한 것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빅히트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전망하고 있다. 그는 “BTS를 비롯한 소속 아이돌그룹의 음반과 음원 매출을 감안할 때 4분기에만 최소 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오버행(잠재적인 과잉 물량) 이슈가 있지만 늦어도 2021년 상반기에는 투자 및 인수·합병(M&A)이나 해외 아티스트의 플랫폼 입점 등이 가시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 대표는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의 빅피처(큰 그림)를 설파해 왔다. 그는 “빅히트가 꿈꾸는 것은 음악 산업의 혁신”이라며 “음악의 부가가치를 생성·확장시키고 변화를 일으켜 회사 매출은 물론이고 시장 규모를 확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요컨대 K게임은 그동안 CD에서 온라인, 모바일로 진화하면서 산업을 꾸준히 키워왔다. K팝 역시 최근 세계적인 아이돌그룹을 연이어 배출하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빅히트는 꾸준히 변화를 모색해 왔다. 2019년 3월 BTS를 이을 차세대 그룹으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를 출범시켰다. 7월에는 쏘스뮤직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쏘스뮤직은 걸그룹 여자친구의 소속사다. 2020년 빅히트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큰손인 CJ ENM과 손잡고 빅히트 레이블 빌리프랩을 설립했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생존한 7인의 아이돌그룹 ‘엔하이픈’을 내세웠다. 지난 10월에는 세븐틴과 뉴이스트, 애프터스쿨 등의 소속사인 플레디스와의 M&A를 승인받으며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10월15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방시혁 대표(왼쪽 네 번째)가 참석한 가운데 빅히트의 상장 기념식이 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BTS 의존도 낮추는 게 최대 관건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일었다. 그럼에도 빅히트가 새로운 보이그룹을 선보이고, 기획사를 잇달아 인수한 데는 이유가 있다. BTS에 집중된 매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함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빅히트 매출의 87%가 BTS에서 나왔다. 2019년 말 97%에 비해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의존도가 높은 수준이다.

더군다나 BTS의 경우 병역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지난 11월20일 열린 법률안심사소위원회에서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에 대한 징집·소집 연기를 기능케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입영 연기 대상의 범위를 기존의 ‘체육 분야 우수자’에서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로 확대한 것이다. 해당 법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BTS는 군 입대 연기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입영 시기를 연기하는 것이 면제는 아니어서 빅히트에는 잠재적 악재로 거론되고 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빅히트의 가장 큰 하방 위험은 BTS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멤버 중 하나라도 군에 입대하게 되면 완전체 활동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 대표는 지난해 6월부터 자체 플랫폼인 위버스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위버스에는 소속 아티스트의 공식 커뮤니티가 운영된다. 또 위버스를 통해 공식 팬클럽 상품을 출시하는 등 온라인 커머스 사업에도 진출했다. 엔터 업계의 아마존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빅히트는 최근 IT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최고경영진 개편을 통해 책임경영 체제도 강화했다. 요컨대 방 대표는 이사회 의장과 단독 대표로 경영을 총괄한다. 윤석준 글로벌 CEO는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넥슨 출신인 박지원 HQ CEO를 영입해 내실 강화와 조직 혁신을 책임지게 했다. 2020년 10월15일 빅히트가 전격적으로 상장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BTS 의존도를 낮춤과 동시에 플랫폼 사업 본격화를 위한 시점이 무르익은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빅히트는 지금 국내 기업이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길을 걷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빅히트호’를 책임지는 방시혁 대표의 어깨 역시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의 실험이 과연 성공할지, 그렇지 않으면 거품만 일다 꺼질지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재계나 문화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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