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온라인’…격화되는 엔터 플랫폼 전쟁
  • 원태영 시사저널e. 기자 (won@sisajournal-e.com)
  • 승인 2021.02.12 08:00
  • 호수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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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빅히트엔터 연합 vs 엔씨-CJ ENM 연합 대결 주목

K팝으로 대표되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IT 플랫폼의 위상 역시 변하고 있다. 네이버와 엔씨소프트 등 IT업체들이 코로나19로 변화된 시기를 틈타 엔터테인먼트 회사들과 손잡고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도 전 세계적으로 K팝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팬들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IT업체와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글로벌 팬 커뮤니티에 기술과 콘텐츠 입혀

네이버는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해 양사의 엔터 플랫폼 ‘브이라이브’와 ‘위버스’의 사용자, 콘텐츠, 서비스 등을 통합한 새로운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BTS를 필두로 K팝이 만든 팬덤 문화가 글로벌 MZ세대들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만큼, 양사가 힘을 합쳐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를 위해 4188억원을 투자해 빅히트 자회사 비엔엑스의 지분 49%를 취득하기로 했다. 아울러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비엔엑스에 양도키로 결정했다. 양수가액은 2000억원, 플랫폼 통합 작업 기간은 1년 정도로 예상된다. 이 기간 동안 양사의 서비스는 기존처럼 유지될 예정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국내 플랫폼 간의 경쟁을 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플랫폼 간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아이돌 덕질로 치부됐던 팬덤 문화가 이제는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며 새로운 문화와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85% 이상이 해외 팬으로 구성된 브이라이브와 위버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리니지’ 시리즈로 유명한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도 CJ ENM과 손잡고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엔씨는 지난해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클렙을 통해 올해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엔씨는 지난 1월 CJ ENM과 콘텐츠와 디지털 플랫폼 분야 합작법인 설립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합작법인은 연내 설립 예정이다. 최근 엔씨는 클렙을 통해 K팝 플랫폼 ‘유니버스’를 정식 출시하기도 했다. 엔씨는 그동안 연구해 온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스타들의 음성에 AI 기술을 접목한 ‘AI 보이스’를 제작해 팬과 스타가 전화통화하는 듯한 새로운 콘텐츠를 유니버스를 통해 선보였다.

이렇듯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과거 오프라인 공연 중심이었으나 IT 기술 발전과 함께 온라인 플랫폼으로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는 상태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수많은 오프라인 공연이 취소되면서 전 세계 팬들이 온라인 플랫폼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IT업체들은 팬들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몰리는 지금이 엔터테인먼트 시장 진출을 위한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했다. 엔터테인먼트 업체 역시 IT업체 기술력이 필요하다. 결국 양쪽의 필요조건이 맞아떨어지며 지금과 같은 제휴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돌 팬덤 관련 연구를 해 온 장민지 경남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네이버 브이라이브 출시 이후 한국 아이돌 관련 글로벌 팬들의 유입이 크게 늘었다”며 “팬 입장에서는 아이돌이 한 플랫폼에 모여 있는 것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최근 빅히트와 네이버가 손잡은 것도 플랫폼을 분산하는 것보단 통합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더 효율적이라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양강 구조로 재편된 엔터 플랫폼 시장

이 과정에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시장 역시 크게 네이버 연합과 엔씨 연합의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향후 엔터 플랫폼 시장을 놓고 네이버 진영과 엔씨 진영이 서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네이버가 빅히트를 비롯해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등 굵직굵직한 엔터테인먼트 업체들과 손잡았다면, 엔씨는 CJ ENM 등 강소 기획사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네이버는 이미 지난 2015년 인터넷 방송 플랫폼 브이라이브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뛰어든 바 있다. 브이라이브는 단순 동영상 송출을 넘어 가수별 채널 개설을 통해 팬 관리를 비롯한 여러 라이브 콘서트를 선보였다. 브이라이브의 지난해 12월 기준 다운로드 수는 1억 건, 월간활성사용자(MAU)는 3000만 명에 달한다. 특히 SM은 지난해 8월 네이버와 제휴하고 영상 콘텐츠 제작 강화를 위해 공식 팬 커뮤니티 ‘리슨’을 네이버 팬십으로 일원화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엔씨도 유니버스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시장을 적극 공략해 왔다. 유니버스는 출시 전부터 사전 예약자 4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글로벌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188개국에서 사전 예약에 참여했고, 해외 이용자 비중은 80%다. 엔씨는 온라인 라이브 콘서트 ‘유니콘’도 이달에 개최한다. 유니콘은 유니버스 앱을 통해 전 세계에 무료로 생중계할 예정이다. 엔씨는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확장현실(XR) 기술을 콘서트에 활용하고, 멀티뷰 기능도 제공할 계획이다. 유니버스에는 아이즈원, 강다니엘, 몬스타엑스, 더보이즈, 박지훈, CIX, 아스트로, AB6IX, 에이티즈, (여자)아이들, 우주소녀 등 CJ ENM을 포함해 여러 강소 기획사 소속 스타들이 참여했다. 엔씨는 그동안 엔터 시장 진출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사업과의 접목이 활발한 AI 기술의 경우 일본 소프트뱅크가 주목할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자랑한다. 엔씨 관계자는 “윤송이 엔씨웨스트 대표가 해외 유명 AI 전문가들을 국내 연구진과 적극적으로 연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네이버 연합과 엔씨 연합의 대결이 향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민지 교수는 “엔씨와 CJ ENM 연합의 경우 당장은 신생이라는 점에서 큰 빛을 보기 어렵겠지만 유니버스 플랫폼에 CJ ENM이 그동안 구축해 온 오리지널리티들을 탑재할 경우 성공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게이미피케이션이 화두인 지금 엔씨의 캐릭터 구현 기술과 CJ ENM 소속 가수들의 결합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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