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투자하나요, 투기하나요”
  •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4 12:00
  • 호수 16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부동산] ‘유행과 반대로 갈 때 투자 성공’ 공식 역사적으로 증명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다. 자연스럽게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거주 목적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집을 사고파는 사람이 많아졌다. 최근 통계를 보면 서울에서 집을 산 사람 중 약 9.2%(2020년 1분기 기준)가 살고 있는 곳뿐만 아니라 추가로 집을 한 채 더 산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매수자 중 40% 이상은 떳떳하게 투자 목적으로 집을 샀음을 밝혔다. 보증금을 떠안고 집을 사는 갭투자 현황을 보면 30대가 30.7%를 차지한다. 이제 한국에서 부동산 투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한 필수 코스가 됐다고 봐야 한다.

부동산 투자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급이 한정되어 있는 부동산은 항상 돈을 벌기 위한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조선시대에도 땅과 집이 좋은 투자 대상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부동산 투자의 기본은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사진은 다양한 부동산 정보가 들어 있는 모바일앱 서비스ⓒ시사저널 임준선
부동산 투자의 기본은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사진은 다양한 부동산 정보가 들어 있는 모바일앱 서비스ⓒ시사저널 임준선

시장 변화 아랑곳 않고 장기 투자로 접근해야

부동산의 투자 시장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바꿀 수 없는 일에 화를 내기보다 ‘어떻게 현명하게 이 상황을 대처할 것이냐’는 문제로 초점을 바꿔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필자는 앞으로 부동산 무림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술을 독자 여러분과 같이 나눠보고자 한다.

공부에서나 투자에서 첫출발은 명확한 개념 규정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번 생각해 보자. 투자란 무엇일까. 투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투기와 구별부터 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와 투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가장 큰 차이는 투자는 변화를 인정하는 것이고 투기는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경기도 시흥·광명에 위치한 신도시 예정지에 미리 토지를 매입해 전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많은 사람은 이를 보면서 부동산 투기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내부 블라인드에서 직원들이 ‘우리는 투자도 못 하냐’며 항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정적인 분노는 잠시 접어두고 그들의 항의를 명확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 행위는 투자였을까, 아니면 투기였을까.

투기는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다. 공기업 직원들은 빚을 엄청나게 일으켜 땅을 샀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개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고 왕버드나무를 빽빽하게 심었을 것이다. 돈을 벌 수 있다는 절대 믿음이 있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은 명백히 투기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투자는 변화를 인정한다. 오르던 가격은 떨어질 수 있고, 지금 모두가 외면하는 부동산이라도 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투자다. 투자는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키거나 맹신하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언제든지 상황은 변할 수 있다는 자세를 갖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부동산 시장에서 대다수의 사람은 투자보다 투기에 집착한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과거 집값의 변화와 사람들의 행동이 근거가 될 수 있다. 1987년 이전까지 국내 주택가격은 공급 증가와 부동산 규제로 하락세를 보였다. 지속적으로 떨어지던 가격은 1987년부터 회복했고 이후 3년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결론적으로 보면, 1987년도는 내 집 마련을 하거나 부동산을 사기에 가장 좋은 한 해였다. 그렇다면 1987년 신문 기사를 통해 사람들이 부동산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펴보자.

우선 눈에 띄는 기사는 ‘주택에 대한 인식에서 재산 수단이 아닌 거주 개념이 부각된다’라는 내용이다.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집을 가지면 귀찮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당시 이러한 분위기에서 집을 사기보다 임차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세 가격이 상승했다. 집값 하락을 경험한 사람들은 “집보다 차를 사야지”라며 차량 구매를 외쳤다. 당시는 고급차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를 위해 쏘나타가 처음 출시된 때였다.

그러나 집보다 비싼 차를 샀던 사람들에게 1988년부터 날벼락이 떨어진다. 1988년 가을 부동산과 관련된 언론 보도 중 가장 많았던 기사의 제목은 ‘집값 폭등’이었다. 이후 집값은 1990년까지 빠르게 상승한다. 다시 사람들은 집으로 몰리기 시작했고 너도나도 집을 사야 한다고 대출(빚)을 일으켰다. 그리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게 된다.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빚을 일으켜 집을 샀던 사람들은 못 버티고 급매물을 내놓았다. 많은 이가 ‘이제 다시 부동산은 끝났다’고 이야기했다.

집값은 1999년부터 다시 급격하게 상승했다. 이후 무려 8년 이상 지속된 장기 호황이었다. 사람들은 다시 또 집에 투기하기 시작했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또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켜 부동산을 샀다. 그러나 2010년부터 집값은 다시 하락했고 ‘하우스 푸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가격 하락이 절정이었던 2013년 사람들은 또 집보다 차를 이야기했다.

 

투기로 시장을 보면 ‘하우스 푸어’ 만 늘어나

투기는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다. 지금 가격이 오른다면 영원히 오를 것처럼 행동한다. 반대로 가격이 하락하면 놀란 가슴에 ‘절대 집을 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든 사지 않든 모두 동일한 투기심리의 발로다. 반면, 투자는 다르다. 변화를 인정한다. 언제나 상황은 변화할 수 있다. 유연하게 행동하고 조심스럽게 여러 가지 의견을 듣는다.

최근 6년간 집값 상승이 가팔랐다. 대다수 전문가가 지속적인 가격 상승을 전망한다. 이렇게 올랐으니 더 오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마음은 급하고 빨리 사야 한다. 그래야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과 행동은 투자일까, 투기일까.

투기를 통해 세상을 보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하우스 푸어’는 많아질 것이고, 투자를 통해 세상을 보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건강한 노후가 보장된 가계가 증가할 것이다. 투기를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투기가 왜 나쁜지 명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그것이 전문가의 의무고 옆집에서 같이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책임이다.

가계 부채가 급증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투자로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투자하고 있는가. 그리고 투자도 못 합니까”라고 항변하는 그들에게 꼭 이야기해 주고 싶다. “먼저 투자부터 제대로 배우세요”라고.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