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탐정들이 ‘손정민 사건’을 산으로 보내나 [쓴소리 곧은 소리]
  •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2 10:00
  • 호수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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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씨 사망 사건 수사하는 경찰 앞에 놓인 장애물

4월24일 밤 친구 연락을 받고 집 근처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던 손정민씨가 행방불명됐다. 손씨의 아버지는 같은 달 28일 네이버 블로그에 아들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고, 국민 모두 손씨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그러나 같은 달 30일 손씨는 싸늘한 주검으로 한강에서 발견됐다. 손씨의 사망원인을 찾기 위해 서울경찰청 및 관할 서초경찰서 7개 강력팀이 모두 투입돼 진상 파악에 나서고 있다. 손씨가 술을 마신 장소, 시신이 발견된 장소를 기준으로 한강 CCTV, 한강공원 출입 차량 블랙박스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시신이 발견된 지 20일이 지난 현재까지 명확하게 사망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손씨 실종 당일인 5월18일 새벽 4시40분경 한강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봤다는 7명의 목격자가 나왔다. 그러나 한강 안으로 들어간 사람이 손씨라는 확증은 아직 없다.

어버이날인 5월8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고 손정민씨 아버지 손현씨에게 카네이션 등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손정민씨는 한강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연합뉴스
어버이날인 5월8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고 손정민씨 아버지 손현씨에게 카네이션 등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손정민씨는 한강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연합뉴스

‘손씨 사건’이 곧 ‘내 사건’이라는 공유감정

손씨 사망원인을 밝혀 달라고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고, 경찰의 진상 파악 속도가 늦다는 국민 원성이 자자하다. 손씨의 사망원인을 찾기 위해 많은 네티즌이 모여 정보를 상호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적 관심은 사건 실체를 밝히는 데 도움도 되지만 그 정보 속에 확인되지 않는 사실이 확산되면서 수사에 지장을 주거나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다른 실종 사망 사건과 달리 이번 사안에 국민이 왜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지, 그리고 손씨의 사망원인을 경찰이 밝혀줄 것이라는 믿음에 왜 불신이 생기게 된 것일까.

우선 손씨의 사망원인에 많은 네티즌이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사건 발생 장소가 평범한 일상 공간인 한강시민공원이라는 점,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는 보편성, 그리고 손씨 사망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찾는다면 ‘정의’를 실현하는 바른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람은 집 근처 공원에서 친구 혹은 가족과 함께 일상의 평화로움을 즐기고 있다. 공원에서 여유와 평안을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손씨 사건 이후 안전하다고 믿었던 한강시민공원은 매우 안전하지 못한 곳이 돼 버렸다. 24시간 개방되고, 강변이 있으며, 하절기에는 노숙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우리 안전을 보호하는 장치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오죽했으면 경찰은 한강시민공원에 설치된 CCTV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 손씨 실종 당일의 동선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사건 당일 한강시민공원에 있던 차량 블랙박스를 전수조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국가에서 마련한 물적 기반으로는 실종 상황을 식별하기 불가능하고, 같은 공간에 있던 시민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현실은 국민 모두에게 같은 ‘공유감정’을 만들고 그 감정에 ‘절대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내가 실수 혹은 범죄로 실종된 경우, 국민의 도움이 없으면 나를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결국엔 ‘이번 사안은 바로 내 문제’라는 ‘공유감정’을 만든 것이다. 결국 이번 사건에 도움을 주는 행동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라는 절대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여기에 더해 현재까지 손씨 사망은 ‘사건’ 혹은 ‘사고’ 가능성이 완전히 열려 있다. 나의 ‘도움’이 결정적 ‘단서’가 되는 경우, 그 도움은 곧 ‘정의’가 된다. 국민의 관심이 뜨거워지는 대목이고, 진상이 확실해질 때까지 관심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관심이 뜨거워 질수록  '정의'에 도움이 되는 '진실'이 필요하다.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진실한 사실'로 받아들이거나, 이 사안이 영리 수단으로 변질되어서도 안된다.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도 한몫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 있다. 왜 국민은 경찰의 수사를 믿지 못하게 된 것일까. 이번 사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허위정보가 바로 그날 술자리에 동석한 친구 집안에 대한 것이다. 유력 인사 집안이며, 특히 경찰과 관련된 인사가 있어 사안의 실체를 막고 있다는 허위정보가 휘몰아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국가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불신’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국가 무형자산 중 가장 최고는 ‘신뢰’다. 그런데 국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거의 바닥 수준이다. 우리가 믿고 따라야 할 국정 최고지도자들이 보여준 모습은 ‘공정’과 ‘정의’에서 많이 부족했다.

또한 ‘검찰 개혁’을 위해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수사권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했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놓친 것이 바로 사건의 실체가 덮이는 ‘정의의 공백’이다.

국민은 경찰이 외풍에 흔들릴 수 있고, 진실을 밝히는 능력을 의심하고 있다. 이런 국민의 시선을 경찰이 탓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진상을 철저하게 밝혀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검찰 개혁’이라는 속도전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자유에 직결되는 수사제도를 개선·발전시키지 않고 70년 수사실무를 일시에 개혁했다. 경찰은 이 개혁 앞에 실력으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세상에는 아들을 먼저 보낸 부모를 일컫는 단어가 없다. 그 아픔의 깊이를 짐작하게 한다. 손씨의 사망 경위를 수사 당국이 명명백백하게 찾아야 하는 이유는 손씨 가족에 대한 의무이면서 우리 삶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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