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공백 사태 시급…여당 단독 출범도 고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06.21 13:00
  • 호수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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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승래 국회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
"야당, 정연주 前 KBS 사장 거론하며 맹비난…이건 대통령 권한"

‘디지털 성범죄’ 정보를 심의하고 처리해야 할 새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들이 5개월째 임명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시간이 곧 생명인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신고 심의가 올스톱 상태다. 방심위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디성단)으로부터 받은 통계에 따르면, 방심위 직전 기수(4기) 활동이 종료된 지난 1월30일부터 6월14일까지 총 1만5086건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접수됐다. 하루 약 110건의 신고가 들어온 것이다. 이 중 디성단 차원에서 해당 사이트 등에 요청 공문을 보내 즉각 삭제 처리한 경우는 5180건. 나머지 9906건은 현재 기약 없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심의 공백의 원인은 국회에 있다. 방심위원은 3년마다 대통령, 국회의장,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각각 3명씩 총 9명을 추천해 위촉한다. 지난 1월 4기 방심위원들의 활동이 종료된 직후, 대통령 추천 몫인 방심위원장 자리에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내정됐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문제는 시작됐다. 야당이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며 추천 명단 제출을 거부한 것이다. 야당은 청와대와 여당이 확정된 추천 명단을 먼저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당은 야당이 방심위 출범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정치권의 정쟁에 속 타는 건 피해자, 그리고 그들로부터 피해 신고를 받고 성범죄 정보를 24시간 모니터링하는 방심위다. 민경중 방심위 사무총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를 열어 방심위 출범 지연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알리고 과방위 여야 간사에게 위원 임명을 촉구하는 편지까지 보냈다. 그러나 방심위엔 어떠한 소식도 전달되지 않고 있다. 이를 소관하는 국회 과방위 여당 간사 조승래 더불어민주당은 6월10일 시사저널과 만나 현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조속한 출범을 위한 대안을 제안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5기 방심위’ 출범 지연으로 디지털 성범죄 등 긴급을 요하는 민원이 쌓이고 있는 걸 알고 있나.

“알고 있다. 야당이 방심위 출범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여러 핑계를 대고 있다. 공개된 것도 아닌데 정연주 전 KBS 사장 같은 대통령의 특정 추천 인사를 거론하며 이를 기정사실인 것처럼 맹비난하고 있다. 이유가 될 수 없다. 유추하건대 야당이 추천하고자 하는 위원들이 자격 시비가 걸릴 것을 걱정하는 듯하다. 비난의 화살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고 있다.”

대통령은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임명을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정연주 전 사장을 공식적으로 지명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야당이 이를 트집 잡아 논의 자체를 거부해 버린 것이 문제다. 설령 대통령이 정 전 사장을 임명한다 하더라도, 그건 엄연히 대통령의 임명 권한이다. 야당이 발목잡을 권리는 없다.”

민원인들은 5기 방심위 구성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방심위가 새로 구성될 때마다 지연이 반복되니까 정치권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인식이 시민들의 피해로 연결되고 있다. 당장 각종 민원 신고 건수가 수만 건이라고 한다. 그들의 피해 구제를 어떻게 할지 걱정이다.”

민원인들을 위해 여당이 대승적으로 양보할 계획은 없나.

“야당의 주장은 지금 대통령의 추천권을 박탈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청문회나 국회 인준이 필요한 사안도 아닌데 말이다. 지금 야당의 주장처럼 전언만으로 자신들 몫을 추천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엄밀히 말하면 국회가 (방심위원들을) 추천하는 것이지 정당이 추천하는 건 아니다. 편의상 교섭단체가 숫자를 나눠서 추천하는 것이다.”

야당과 합의를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은 뭔가.

“최대한 야당과 협의를 진행하겠지만, 사안의 엄중성과 시급성을 더 이상 무시할 수는 없다. 단독으로라도 정부·여당이 (5기 방심위) 출범을 강행하는 안도 고려해야 한다.”

2018년 방심위 3기에서 4기로 넘어갈 때도 7개월이 넘는 공백이 발생한 바 있다. 그때도 여야의 추천 권한 배분과 관련한 알력 다툼 탓이었다. 이후 방심위원들의 임기를 서로 다르게 하거나, 새 기수가 출범하기 전까지 직전 기수의 임기를 연장하는 식의 아이디어가 제안돼 왔다. 그러나 매번 아이디어로만 그쳤을 뿐 논의가 공식화된 적은 없었다.

심의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새 방심위 출범까지 이전 위원들의 임기를 연장하자는 대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공감한다. 지금의 방심위 구성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위원 임기를 종료시킨 후 새로 구성하는 방식인데, 구성이 안 되면 활동을 못 하니 기관의 지속 가능성을 해친다. 추천 과정을 임기 종료 몇 개월 전부터 여유롭게 진행해 종료 전에 구성하게 하든지, 아니면 구성될 때까지 전 기수의 임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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