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대법관 등장에 요동치는 ‘이재명-화천대유 커넥션’ 의혹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1.09.24 16:00
  • 호수 1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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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 이재명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무죄 취지’ 의견 내
퇴임 직후 ‘화천대유’ 고문 취임…“사법 거래” 지적 나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성남 판교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연관성에 대한 의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무죄 취지의 의견을 냈던 권순일 전 대법관이 퇴임 직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나 이 지사와의 연관성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 지사와 화천대유 측은 연관성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지만 권 전 대법관의 행적 자체가 의문을 더욱 키우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사법 거래”란 지적도 나온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10월 대법관에서 은퇴한 뒤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됐다. 그는 고문으로 재직하며 월 1500만원, 연봉 2억원 수준의 자문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에 고문 재직 사실이 알려진 후 “전화 자문 정도만 했고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며 화천대유의 투자처를 알지 못하며 대장동 사업에 대해서도 자문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고문을 맡은 사실이 알려지자 9월17일 고문직을 사임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대법관 시절 이재명 손들어줘 ‘기사회생’

권 전 대법관의 고문 재직 사실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그가 대법관 재직 시절 이 지사 사건을 다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쟁점 중 하나로 이 지사의 ‘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의혹을 심리했다. 검찰이 2018년 5월 지방선거 기간 동안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성남시가 개발이익금 5503억원을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환수했다”는 내용의 선거공보물을 배포한 것을 허위사실 공표로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2심에서 벌금 300만원 선고가 나와 이 지사가 지사직을 상실할 위기에 놓인 상황이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선 유죄와 무죄가 5대 5로 팽팽히 갈렸는데, 권 전 대법관이 무죄 의견을 내면서 유죄와 무죄가 5대 6이 됐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에 따른다는 관례에 따라 최종 유죄 5, 무죄 7 의견으로 이 지사의 무죄가 확정됐다. 무죄 확정에 권 전 대법관이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당시 판결에 대해서는 대법원 안팎에서 뒷말이 많았다. 권 전 대법관을 잘 아는 한 법조계 인사는 “‘권순일이 이재명 손을 들어준 판단’이란 지적이 나왔다”며 “선거법은 엄격히 적용해야 함에도 느슨한 잣대를 적용했다는 비판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화천대유와 이 지사 간 연관성을 잘 몰랐다는 해명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며 “당시 재판의 쟁점과 관련된 회사를 모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화 자문만 했다”고 해명했지만, 화천대유 측은 전혀 다르게 말해 논란이 오히려 커진 상황이다. 9월20~21일 공개된 한국일보 인터뷰에 따르면, 화천대유 대표인 이성문 변호사는 “권 전 대법관이 일 열심히 한 건 우리 직원들도 잘 안다”며 “자문료 월 1500만원에 상응하는 일을 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전화 자문’과는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그는 화천대유 의혹에 대해 ‘허위사실’이라며 국민의힘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 사건을 수사팀에 배당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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