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남욱, 박영수 특검을 ‘삼촌’이라 불러… 조폭 동원해 대장동 사업 포기 협박”
  • 조해수·유지만·공성윤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2 08:00
  • 호수 167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이강길 전 씨세븐 대표 “원로 조폭 조씨, 박영수에게 남욱 아버지 소개”
 박영수 전 특검 “남욱 부친 얼굴도 본 적 없다”
남욱 변호사(왼쪽)와 박영수 전 특검 ⓒ연합뉴스
남욱 변호사(왼쪽)와 박영수 전 특검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된 남욱 변호사가 개발 초기 정치권 로비를 주도했으며, 유명 법조인은 물론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해 대장동 개발사업을 차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남 변호사가 화천대유 고문변호사로 활동한 박영수 전 특검을 ‘삼촌’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밀한 사이며, 남 변호사의 아버지와 박 전 특검이 원로 조폭의 소개로 만났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대장동 개발을 추진하며 남 변호사를 자문역으로 고용했던 이강길 전 씨세븐 대표는 “2010년 당시 이재명 시장(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은 나를 한나라당-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측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남 변호사는 이 시장 측과 함께 나를 대장동 사업에서 몰아냈다. 당시 남 변호사가 조폭을 동원해 ‘250억원을 줄 테니 대장동 사업에서 손 떼라’고 협박했다”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검·경의 수사가 시작됐다. 남 변호사도 함께 수사를 받았는데, 이때 수원지검장이 강찬우였고 남욱의 변호인이 박영수였다. 남욱은 무죄를 받았고, 강찬우·박영수는 화천대유의 자문·고문 변호사가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 전 특검은 “남욱의 부친 얼굴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전 특검의 인척인 이아무개 분양대행업체 대표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100억원가량을 받은 혐의로 10월19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특히, 남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업체 직원의 개인 계좌를 통해 이씨 회사에 4~5억원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 측은 시사저널의 질의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보다 앞서 남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15년 이후 대장동 사업에서 완전히 배제됐으며, 화천대유가 토지를 수용하는 데 협조한 것 외에 한 역할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 10월18일 입국한 남 변호사를 공항에서 바로 체포했으나 20일 석방했다.

정영학·남욱·김만배씨와 어떻게 만나게 됐나.

“대장동 사업은 내가 2008년도부터 시작했다. N감정평가법인에 이사로 있었던 민○○이라는 사람의 소개로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를 만났다. 정영학의 소개로 부산저축은행 자금을 끌어온 조○○을 소개받았다. 정영학의 광주 대동고 인맥을 활용한 것이다. 정영학이 컨설팅업체 김○○를 데려오고, 김○○가 배성준 기자(천화동인 7호 소유주)를, 배성준이 김만배 기자(화천대유 대주주)를 소개했다.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는 2009년 12월에 만났다. 대출, 토지계약이 다 끝나고 만난 걸로 기억한다. 남욱이 첫 만남 때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와 함께 왔다. 자기를 검찰 출신이라고 자랑하더라. 정민용 변호사는 당시 정○○ 국회의원의 5급 비서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욱·정민용이 ‘이○○ 의원, 정○○ 의원과 친하다, 대장동 민간 개발과 관련해 힘써 보겠다’고 말했다.”

남욱 변호사가 로비를 담당한 것인가.

“남욱은 2010년도부터 국토부, 국회 등을 돌아다니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LH가 공영 개발을 포기했는데, 남욱이 이 일에 힘써준 대가로 정○○ 국회의원에게 5억원을 줘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남욱에게 내가 직접 5억원을 전달했다. 쇼핑백 두 개에 2억5000만원씩 담아서 신문지로 덮고, 손잡이가 터질까 봐 테이프로 꽉꽉 붙여가지고… 그때 상황이 생생히 기억난다.”

2010년 이재명 성남시장이 취임한 이후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배제됐는데.

“이재명 시장 측에서 나를 한나라당-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측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업에서 나를 배제시키기를 원했다. 남욱 등이 나를 배신하고 이 시장 쪽으로 붙으면서 쿠데타를 일으켜 나를 몰아낸 것이다.”

이후 상황은 어떤가.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내 회사(씨세븐)가 사실상 남욱에게 넘어갔다. 회사를 차지하려고 남욱이 나에게 건달도 보내고 그랬다. 수원 남문파의 오야붕(두목)인 홍○○ 회장이라고 있다. 이 사람을 내세워서 애들(조폭)을 나한테 보내고, 내가 대장동 현장에 가면 막아버리곤 했다. 그러다가 (남욱이) 2013년 말부터 2014년 초·중순까지 홍○○을 통해서 협의를 시도했다. 나한테 ‘250억원을 주겠다’고 해서 용인 수지에서 남욱, 홍○○과 같이 만났다. 남욱이 홍○○을 삼촌이라고 하던 게 기억 난다. 남욱이 하는 말이 ‘지금 나도 깊이 들어왔고 이제 와서 빠질 수도 없으니까 250억원을 주겠다. 대신 대장동 사업에서 손 떼라’고 하더라. 내가 당한 것도 많고 딱 잘라 거절했다. 억만금을 가져와도 그 돈 안 받을 생각이었다.”

검·경 수사를 받고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건달을 동원하고 협의도 하려다 먹히지 않으니까, 그다음에 법적으로 들어간 거다. 2014년도 연말에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나를 내사한다, 수사한다’는 식으로 여러 가지 말이 나왔다. 나를 불러대기 시작하더니 수원지검 특수부로 넘기더라. 그때 나도 남욱이 정치권 로비에 관여한 것을 다 얘기했다. 내가 남욱에게 직접 5억원을 전달했다고 상세히 밝혔지만, 검찰은 거들떠보지도 않더라. 지금 언론에서 거론되는 법조인 이름을 이때 다 들었다. 박영수 특검의 경우, 남욱이 나에게 ‘박영수 변호사라고 있는데 유명한 검사 출신이다. 내가 삼촌이라고 부르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내가 사법시험 준비할 때 공부 열심히 하라고 박영수가 용돈도 줬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와 나 사이에 중재를 섰던 원로 건달 중 한 명인 조○○ 회장 역시 나에게 ‘오래전 박영수 특검에게 남욱의 아버지 남○을 소개해 줬다’면서 남욱 아버지 얘기를 자세히 들려준 적이 있다. 결국 남욱은 무죄를 받았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