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격전지를 가다] “장세용에 빼앗긴 보수의 심장 구미 탈환할 것 ”
  • 심충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4@sisajournal.com)
  • 승인 2022.02.13 15:00
  • 호수 1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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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주목하는 구미시장 선거
국민의힘 이양호·김석호 치열한 내부 경합…민주 장세용 시장과 오차범위 내 접전

4년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보수의 심장으로 불렸던 경북 구미시장 자리를 더불어민주당 장세용 시장에게 내주며 충격에 빠졌다. 당시 장 시장은 40.8%(7만4917표)를 얻어 자유한국당 이양호 후보(38.7%·7만1055표)를 3862표 차이로 이겼다. 대이변이었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구미시장에 민주당 출신이 당선된 건 처음이다. 

공업도시 구미는 경북 23개 시군 중 주민 평균 나이가 36.8세(2017년 기준)로 가장 젊지만, 지난 6차례 지방선거에서 모두 보수진영 후보가 압승했을 정도로 보수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김관용 전 시장과 남유진 전 시장이 각각 3선을 했다. 진보정당 출신은 후보를 낸 것도 2010년과 2014년 두 차례뿐이었고, 득표율도 20% 미만이었다.

4년 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보수 후보가 난립한 것도 장 시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자유한국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양호 후보가 최종 확정됐지만, 공천에서 탈락한 김봉재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바른미래당에서 유능종 후보도 출마한 것이다.

올해 6월 구미시장 선거는 장 시장의 재선이냐, 절치부심한 국민의힘의 탈환이냐를 놓고 전국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민주당 2명, 국민의힘 8명 등 모두 10명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장세용 시장은 현직 프리미엄을 앞세워 재선 도전에 나선다. 또 지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공천에서 고배를 마신 김봉재 민주당 구미시갑 지역위원장이 당내 경선에 나설 것으로 보여 2파전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내부 경쟁 열기가 뜨겁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등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민심이 민주당을 떠난 것으로 확인되자 ‘공천=당선’이라는 인식 아래 8명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장 시장에게 석패한 뒤 4년간 구미를 떠나지 않고 와신상담 중인 이양호 전 농업진흥청장이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김석호 국민의힘 민족화해분과위원장도 지난해 11월17일 출마를 선언하고 지역 행사를 찾아다니며 얼굴을 알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구미갑 공천에서 컷오프되자 보수 분열을 막기 위해 무소속으로 나서지 않고 불출마한 바 있다.

경북 구미시를 가로지르는 낙동강과 구미산업단지 전경ⓒ구미시
경북 구미시를 가로지르는 낙동강과 구미산업단지 전경ⓒ구미시

민주 우세 분위기, 지역경제 침체로 바뀌어

민주당 지지세가 우세한 것으로 평가받던 구미시의 민심은 이렇듯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 변화가 예상된다. 국내 최대의 내륙 수출도시 구미의 경제가 침체된 탓이다. 구미는 수도권 규제 완화로 인한 대기업 공장의 이전과 교통의 발달로 인한 상대적인 입지 경쟁력 감소 등이 지역경제 침체의 근본 배경으로 꼽힌다. 지역에 기업을 새로 유치하기는커녕 있던 기업조차 떠나는 상황이 이어지자 구미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월11일 문재인 대통령의 구미형 일자리 공장 착공식 참석이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매일신문이 소셜데이타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1월20~21일 경북 구미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5명을 대상으로 ‘차기 구미시장 적합도’에 대해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한 결과, 이양호 전 청장이 13.0% 지지를 받았다. 이어 김석호 위원장 12.9%, 윤창욱 경북도의원 12.7%로 국민의힘 소속 세 후보가 그야말로 초접전 양상이다. 민주당 장세용 시장도 11.7%로 이들과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했다. 이번 여론조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석호 위원장은 자신에 대해 '감투’를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소개했다. 미친 듯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한 사람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를 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구미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던 시간은 찾아볼 수 없다. 구미에서 노동자의 삶을 시작으로, 경영자로 근무하며 경영 일선에서 구미가 처한 경제적 현실에 누구보다 가슴 아파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구미산업수출진흥협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구미의 애환을 몸으로 직접 느끼며 살아왔기에 누구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열심히 일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록 정치적 실패를 무수히 겪어왔지만, 구미 시민들이 경제 활성화를 열망하는 지금이야말로 김석호의 배짱과 끈기가 필요한 때”라며 “미친 듯이 구미를 사랑하는 열정으로 구미 시민과 함께 구미의 재도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4차산업기지 건설과 관광산업 육성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위원장은 구미에서 태어나 지역에서 초·중·고는 물론 대학(금오공대)까지 나온 지역 토박이인 점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석호·이양호·구미시 제공
김석호 국민의힘 민족화해위원장, 이양호 전 농업진흥청장, 장세용 구미시장(왼쪽부터)ⓒ김석호·이양호·구미시 제공

김석호 “열정”, 이양호 “비전”, 장세용 “안정” 강조

지난 선거에서 석패한 이양호 구미경제연구소 소장도 설욕을 노리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장과 한국마사회장을 역임한 경력으로 그는 현재 구미의 총체적인 위기 상황을 타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구미가 기업이 떠나고, 인구가 줄고, 자영업이 어려운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구미는 미래 먹거리와 공단 활성화, 중소상공업과 자영업 진흥, KTX 역사 설치, 농축산물 판로 확보 등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는 사실 서로 연결된 문제다. 구미의 미래 발전을 위한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구미 미래비전과 마스터플랜’을 조속히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4선 도의원 출신으로 김석호·이양호 등과 3파전을 형성했던 윤창욱 도의원은 지난해 11월말 건강상의 이유로 시장 불출마 선언은 물론 도의원직도 사퇴했다. 

구미 지역에 다시 보수 야당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현역 장세용 시장의 저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시장은 그동안 구미의 변화와 혁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삶의 방식과 산업 체계를 바꾸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장 시장은 “신산업을 일으키고,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방역과 민생의 균형을 위해 전력을 쏟았고, 산업구조 재편으로 혁신 산업단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코로나19로 예산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의 지방교부세를 확보했고, 2022년도 예산 1조5060억원 시대도 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장 시장은 전략적 투자유치로 민선 7기 동안 929개사 6조2120억원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고, 통합신공항 시대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 시장은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서고, 민선 7기를 잘 마무리해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한다”면서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구미형 일자리가 정부 상생형 지역 일자리로 선정된 만큼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구미 시민들의 뜻을 겸허히 받들고, 안정적인 시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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