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군 전투기 ‘부품 돌려막기’ 심각…추락 위험 증가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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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간 910건…전투기 노후화·외국산 부품 의존 탓
가동률 끌어올리려 억지 돌려막기…1월에도 추락사고
설훈 “부품 국산화 개발이 최선의 해법…시장 경쟁력 높아질 것”
KF-16 ⓒ연합뉴스
1980년대에 도입한 공군 전투기 KF-16 ⓒ연합뉴스

공군의 주력 전투기들의 부품이 제때 확보되지 않아 ‘부품 돌려막기’를 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과정에서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불필요한 인력과 비용도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설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군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공군 전투기의 동류전용 건수는 910건으로 집계됐다. 동류전용이란 특정 부품이 부족해 항공기가 가동되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항공기 부품을 빼내어 끼워 넣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A항공기가 고장났을 때 B항공기에서 부품을 떼어 ‘돌려막기’를 하는 것이다.

특히 전투기종 가운데 1980년대에 도입한 KF-16의 동류전용 횟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KF-16 경우에만 최근 5년 간 527건으로 나타났으며, 지난 한해 176건 부품을 갈아 끼워 한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F-4E, F-5E 등 이보다 앞서 1970년대 도입된 전투기들의 동류전용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칙적으로 금지된 ‘동류전용’…불필요한 비용 발생

동류전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유사시 전투기 긴급운용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추락 등 사고 위험 역시 높아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부품을 갈아 끼울 때마다 추가 인력이 필요하고, 그 주변 부품들까지 함께 교체해야 하므로 추가적인 비용이 소요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공군은 필요한 부품들의 조달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탓에 동류전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부품 조달이 안 돼 동류전용을 반복하고 있는 우선적 이유로는 주요 부품들의 ‘단종’이 꼽힌다. 즉 전투기 자체가 도입된 지 이미 40~50년이 지난 탓에 해당 기종에 할당된 부품을 찾기 불가능해진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부품이 단종된 오랜 전투기들을 빠르게 도태시키고 있다. 일례로 독일의 경우 이미 부품들이 단종된 F-4E를 전량 도태시켰지만, 우리 공군에선 여전히 30여대의 F-4E가 활용되고 있다. 당장 노후한 전투기의 수명을 억지로 연장해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부품이 없어 동류전용이 이뤄지는 F-4, F-5기의 경우 지난 1월에도 추락으로 인한 참사가 발생했는데, 예견된 사고였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필요한 부품들이 지나치게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부품 조달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당장 우리나라 카이(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개발·생산한 경공격기 FA-50만 해도 부품의 60~70%가 외국산 부품들로 채워졌다. 이 때문에 FA-50 역시 최근 5년 간 부품 조달 지연으로 인한 동류전용 횟수가 70건에 달했다.

 

새로 들일 전투기 부품도 외국산 투성…“국산화율 높여야”

이처럼 부품을 무리하게 돌려 끼우면서까지 고장 난 전투기들을 빠르게 가동시키려는 이유는 ‘가동률’ 때문이다. 공군은 대비태세를 갖추기 위해 평시에 전투기의 적정 가동률을 70% 이상으로 유지시킨다. 이 가동률을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멈춘 전투기들의 부품 돌려막기를 서두르는 것이란 지적이다. 이 경우 평시 가동률은 안정적일지라도 정작 유사시 치명적인 허점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공군은 “부품 조달이 어려운 70~80년대 도입 전투기를 향후 순차적으로 도태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26년부터 그 빈자리를 채우게 될 KF-21 역시 부품의 30%가량이 외국산인 탓에 동류전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잦은 고장이 예상되는 부품들에 한해서라도 국산화 비율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훈 의원은 “부품 국산화 개발은 동류전용 현상을 차단하고 안정적인 부품 확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부품 개발은 수요가 많지 않다 보니 국내 업체에서 개발을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우리나라 기술로 전투기 양산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해외 수출도 큰 성과가 기대되는 만큼, 부품의 국산화까지 적극 추진된다면 전투기는 물론 부품시장의 경쟁력까지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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