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말할 힘조차 없다”...말 없어도 튀르키예에 필요한 것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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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7.8 지진에 비·한파까지 겹친 상황...보온 위한 전기공급 안 돼 가스히터 필요

원자폭탄 수십 개에 버금가는 대지진에 삶의 터전을 잃은 튀르키예 이재민들이 추위에 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통에 대해 말할 힘조차 없다”는 목소리가 현지로부터 전해져 왔다. 국내 각지에서는 구호품 전달과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IT업체에 근무 중인 튀르키예 이스탄불 출신 민 세나(Mihn Sena)는 2월9일 시사저널에 “현지 상황이 너무 나쁘다고 들었는데 인터넷마저 잘 안 돼서 연락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고등학교 동창의 집이 무너졌다고 들었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세나는 “주변에 고통을 겪는 현지인들이 많은데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연결해주려 해도 너무 지쳤다며 말 한마디 꺼내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튀르키예 이스탄불 출신 민 세나가 현지 지인으로부터 받아 시사저널에 전달한 지진 현장 사진 ⓒ 세나 제공
튀르키예 이스탄불 출신 민 세나가 현지 이슬라히예 지역 헌병대원 오케슈 폴라트(Ökkeş Polat·32)로부터 받아 시사저널에 전달한 지진 현장 사진 ⓒ 세나 제공

 

 

세나는 “비와 한파까지 겹쳐서 추위가 심하다”며 “사람들의 체온을 높여줄 보온용품이나 옷이 필요하다고 들었다”고 했다. 보온용품의 경우 전기 공급이 안 되다 보니 가스 히터가 필요하다고 한다. 세나는 또 “오늘로 지진이 발생한 지 4일 째인데 기부 물품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지 사정상 물품 조달이 힘들도 느리다 보니 유통 전문기업이나 대기업이 기부를 주도하면 마케팅도 되고 물품도 빠르게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지진 4일째인데 물품 도착 안 해...대기업 주도 어떨까”

주한튀르키예대사관도 2월7일 트위터를 통해 현지에서 우선 필요한 물품 목록을 공유했다. 해당 목록에는 △겨울의류(성인 및 어린이) △코트·재킷 △우비 △부츠 △점퍼 △바지 △장갑 △스카프 △모자 △양말 △속옷 △텐트 △텐트용 매트리스 △담요 △침낭 △보온병 △손전등 △식품(통조림 등) △유아식 △기저귀 △위생물품 △생리대 △보조배터리 등이 포함돼 있다.

대사관 측은 “구호 물품 기부를 희망하는 분들은 물품을 상자에 포장한 뒤 물품 종류와 ‘Aid Material / Türkiye’라고 기재해 보내주시면 됩니다”라고 안내했다. 대사관이 안내한 물품 전달 주소는 인천공항 물류센터(인천시 중구 자유무역로 107번길 20, 304-306호)다. 여기로 물품을 보내면 튀르키예 항공을 통해 현지에 보급된다고 한다.

 

2월9일 오전 인천공항 물류센터에 쌓인 튀르키예 지진 구호 물품 ⓒ 세나 제공
2월9일 오전 인천공항 물류센터에 쌓인 튀르키예 지진 구호 물품 ⓒ 세나 제공

 

재해 성금 전달을 원한다면 주한튀르키예대사관에서 개설한 계좌로 기부가 가능하다. 계좌번호는 ‘920-910004-89105(하나은행)’이고 계정 이름은 ‘EMBASSY OF THE REPUBLIC OF TURKEY AFAD earthquake relief(주한튀르키예대사관 지진 구호)’이다. 온라인에서도 기부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제구호 NGO 기아대책은 기부 플랫폼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2월9일 현재까지 1억6500여 만원이 모였다.

지난 2월6일 새벽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 국경 지역에서는 규모 7.8 강진이 발생했다. 2010년 50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초래한 아이티 지진의 규모(7.2)보다 더 세다. 필리핀 화산·지진학연구소에 따르면, 지진 규모가 7.0만 돼도 히로시마 원자폭탄 32개와 맞먹는 에너지를 낸다고 한다.

이번 튀르키예 지진으로 이미 확인된 사망자 수만 1만5000명이 넘었다. 현재 사망자 수는 튀르키예 1만2000여명, 시리아 약 3480명으로 보고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 사망자가 14%의 확률로 10만 명이 넘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경제적 손실은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6%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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