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증명하는 ‘트로트민국’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6 11:05
  • 호수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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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시청률과 매출, 음반·광고 시장, 행사 개런티 모두 재편

그야말로 ‘트로트민국’이다. 트로트의 인기가 4년 넘게 지속돼 온 배경에는 숫자, 즉 실적이 자리하고 있다. 방송 시청률, 음반 판매량, 관객 동원력, 광고 효과 등은 전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TV조선의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2》가 올해 2월 ‘한국인이 좋아하는 방송영상 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한국갤럽은 2월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요즘 가장 즐겨 보는 방송 영상 프로그램에 대해 물은 결과(2개까지 자유 응답) 《미스터트롯2》가 선호도 9.2%로 1위를 차지했다고 2월20일 밝혔다. 표본오차 ±3.1포인트에 신뢰수준은 95%다. 

《미스터트롯2》는 1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선두를 달렸다. 경쟁 프로그램인 MBN 《불타는 트롯맨》(선호도 4.7%)은 4위에 올랐다. TV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유튜브 콘텐츠까지 총망라한 조사라 양대 트로트 프로그램의 빼어난 성적은 더욱 화제를 모았다. 

가수 임영웅이 2022년 12월10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콘서트를 진행하는 모습 ⓒ물고기뮤직 제공

30% 넘는 시청률에 방송사 실적도 ‘껑충’  

지난해 12월22일 베일을 벗은 《미스터트롯2》는 첫 회부터 전국 유료 가구 기준 20.2%(닐슨코리아 제공)의 시청률로 그해 방송된 모든 예능 프로그램의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2월2일에는 21.84%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트로트 열풍의 진원지인 《미스트롯》이 2019년 5월 8위(당시 최고 시청률 18.114% 기록)에 랭크된 데 이어 트로트 전성시대를 열어젖힌 《미스터트롯》이 2020년 2월에서 4월까지 1위(최고 시청률 35.711%), 《미스트롯2》가 2021년 1월에서 3월까지 1위(최고 시청률 32.859%)에 등극했다”면서 “지금은 《미스터트롯2》가 계보를 이으며 다시 스타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생 프로그램인 《불타는 트롯맨》이 시청률(현재까지 최고 시청률 16.591%)과 화제성 측면에서 《미스터트롯2》를 위협하고 있는 점은 ‘트로트의 한계가 대체 어디까지인지’ 궁금하게 만들 정도다. 

《미스터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에서 매회 배출되는 화제의 인물은 방송에서 한 번, 유튜브와 음원 사이트 등을 통해 또 한 번 소비된다. 이는 방송사의 매출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1월15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TV조선의 2021년 방송사업 매출액은 3479억원으로 종합편성채널 4사 중 1위였다. 2020년보다 32.9%(861억원) 증가했다. 2018년 1537억원 수준이던 TV조선 방송사업 매출액은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처음 만든 2019년 1865억원으로 뛰었다. 이후 2020년 2618억원, 2021년 3479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김호중 행사 출연료만 4000만원 선” 

방송사 밖 음반시장 역시 트로트 판이다. 써클차트(옛 가온차트)의 2022년 내수 판매량 통계를 분석하니 4위(71만 장), 5위(68만 장), 9위(52만 장)에 각각 임영웅, 김호중, 영탁 등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들 앨범이 포진해 있었다. 중장년층 팬덤의 막강한 구매력을 증명한 셈이다. 최고 스타인 임영웅은 지난해 음반 판매로만 170억원가량, 전국 9개 도시에서 연 콘서트로 300억원가량, 광고 출연으로 80억원가량을 벌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연 매출액으로 따지면 500억~600억원대에 이른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1월 스타 브랜드 평판 분석 결과 임영웅은 방탄소년단(BTS)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임영웅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들도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특히 행사 개런티는 사실상 트로트 가수들의 주 수입원으로 통한다. 임영웅은 행사 섭외에 일절 응하지 않아 몸값 측정이 불가한데, 그 외의 스타 중엔 김호중이 회당 4000만원 정도로 가장 많은 개런티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영탁(3500만~3800만원), 송가인(3000만~3500만원), 이찬원(2800만원), 장민호·정동원(2500만원), 김희재(2200만원), 진해성(2000만원) 등이 뒤를 잇는다. 

유튜브 채널 ‘연예 뒤통령 이진호’를 운영하는 이진호씨는 “《미스트롯》 종방 이후 우승자 송가인이 단숨에 3500만원 선의 업계 최고 개런티를 받게 되면서 엄청나게 많은 행사에 부름을 받았다”며 “행사 주최 측에서 초고가를 지불하고도 (인지도, 관객 호응도 등을 감안할 때) 부를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무후무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미스터트롯》이 방송되고 나선 임영웅을 제외한 톱7 스타들을 중심으로 개런티가 재편됐다고 이씨는 전했다. 그는 “현재 김호중, 영탁, 이찬원, 장민호, 정동원, 김희재 등 《미스트롯》 톱7 스타들은 활발한 활동을 바탕으로 이미 상당한 부를 축적해 놓은 상태라 더 이상 행사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면서 “(돈을 벌기 위한 행사보다) 한 지역을 대표할 만큼 명분이 있고 규모도 큰 행사 위주로 출연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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