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3’ 여행사 호언장담한 교원 2세의 험난한 경영 도전기
  • 김경수 기자 (2ks@sisajournal.com)
  • 승인 2023.10.31 11:05
  • 호수 1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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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투어 실적 악화에 소속 임원 일탈 논란까지…장동하 교원투어 대표의 향후 행보 주목

‘구몬’과 ‘빨간펜’으로 잘 알려진 교원그룹은 2021년 1월 국내 10위권 여행사인 KRT(현 교원투어)를 전격 인수했다. 동유럽 등 장거리 여행에 이점을 가진 KRT를 통해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이듬해에는 한발 더 나아갔다. 교원그룹은 지난해 7월 간담회를 개최하고, ‘여행이지’라는 브랜드를 공식 출범했다.

장평순 교원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장동하 교원투어 대표가 신사업의 총대를 멨다. 장 대표는 “장 회장의 사업철학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고객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토털 라이프케어를 완성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여행업과 관련된 투자는 계속될 것이고, 규모 역시 그룹 내에서 가장 클 것”이라면서 “교원투어를 시장점유율 기준 여행 업계 3위 사업자로 발돋움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당시 교원그룹의 행보에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전 세계 경제가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특히 여행 업계의 경우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여행사 매출이 최대 94%까지 줄어 폐업이 속출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란풍선 등 여행 업계 ‘빅3’도 유탄을 피해 가지 못했다. 이들 기업은 당시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여행객이 줄어들고, 매출이 사라지면서 사실상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직원들 역시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휴직을 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로는 레드오션 산업인 여행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나갔기 때문에 의문을 표시했다.

2022년 7월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동하 교원투어 대표 ⓒ교원그룹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여행사업 진출 왜?

여행사업 진출 후유증은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실적 악화와 내부 임원 구설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선 실적이 발목을 잡았다. 교원투어는 현재 3년째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교원투어는 지난해 19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47억원) 대비 적자 증가 폭이 300%에 이른다. 부채는 89억원에서 511억원으로 470%나 늘어났다. 재무 상태도 좋지 않다. 2022년 12월 기준 교원투어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사업을 주도한 장동하 대표의 입지 역시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원그룹 측의 설명은 달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편되는 여행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여 나가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한 게 적자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그룹 관계자는 “상품과 서비스 경쟁력,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인력 충원과 함께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 유명 연예인(조승우·손석구) 등을 내세워 TV CF나 홈쇼핑 판매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와 같은 공격적인 광고선전비 등을 지출하면서 영업비용이 크게 늘어났다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교원투어는 지난해 영업비용만 290억원을 썼다. 전년(57억원) 대비 409%나 확대된 규모다. ‘여행이지’ 출시와 함께 광고비 집행 역시 28억원에서 103억원으로 268%나 증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경영 상황은 정상화되지 않고 있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익 없이 교원투어의 적자가 계속된다면 9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교원라이프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교원투어가 여행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지만, 재정 능력과 이에 따른 사업계획에 맞게 진행해야 하는데 무리수를 던지는 게 아닌가 싶다”며 “교원투어의 적자가 계속된다면 모회사인 교원라이프의 지원이 계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교원투어가 이제라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선 지금과는 차별화된 수익모델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교원투어 한 임원의 행동으로 인해 잡음에 시달렸다. 교원그룹 내 익명의 내부 고발자라고 밝힌 A씨는 교원투어 특정 임원이 해외 접대, 원정 성매매, 여직원 성희롱·성추행, 협력사 유착관계 등의 부정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교원그룹은 곧바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팀이 당시 파악한 내용을 보면, 교원투어는 지난해 5월 회식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여직원이 혼자 걷기 어려울 정도로 만취했다. 해당 임원은 이 여직원이 정상적으로 귀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다른 여직원과 함께 호텔 프런트에서 객실을 결제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임원의 비윤리적인 행위를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어 감사는 중단됐다. 성추행 등 제기된 다른 내용도 구체성이 떨어지는 데다,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명확하지 않아 더 이상 감사에 착수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특정 임원에 대한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교원투어는 결국 해당 임원의 부정행위 의혹과 관련한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교원그룹 측은 입장문에서 “성희롱·성추행 등은 제보자가 언급한 피해자가 이를 부인해 문제 삼을 수 없었다. 일부 내용은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면서 “그럼에도 당사가 부정행위자를 비호한다는 프레임을 씌워 악의적인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음해성 주장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민형사상 조치를 검토하는 등 강경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행사업 진출 3년 차를 맞은 교원그룹이 실적 악화와 내부 임원 구설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여행사업 진출 3년 차를 맞은 교원그룹이 실적 악화와 내부 임원 구설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교원그룹 측 “4분기부터 영업이익 반등할 것”

공은 이제 장 대표에게 넘어갔다. 교원투어의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경우 장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장 대표가 이 위기를 잘 넘겨 경영을 정상화할 경우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후계구도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원투어는 지난해 ‘여행이지’를 론칭하면서 브랜드 홍보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교원투어 관계자는 “올 3분기의 경우 코로나 이후 가장 많은 송출객 수를 기록했다.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이어지면서 4분기부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면서 “향후 교원라이프와 협업을 통한 상품 출시, 시니어 여행사업 확대 등을 통해 성장세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해 적극적인 이익 개선을 꾀할 방침이라고도 밝혔다. 교원투어는 지난 7월 샌드박스 네트워크와 디지털 마케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샌드박스 네트워크 소속의 분야별 전문 크리에이터와 협업을 통한 테마 상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그 효과가 4분기 이후 나타날지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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