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그만!” 송영길 맹폭 행보에 민주당 전전긍긍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5 15: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동훈과의 설전으로 불붙은 ‘86퇴진론’…“선배님 자중하시라”
‘조‧추‧송 신당설’에 당내선 “리스크” “좋은 건지 모르겠다” 난색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직선거법, 정당법 위반 혐의 관련 고발장 제출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직선거법, 정당법 위반 혐의 관련 고발장 제출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내년 총선에 앞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일 존재감을 발휘하면서 민주당 안팎에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거친 설전을 벌이는가 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신당 창당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서자 민주당은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당 일각에선 송 전 대표의 언행을 비판하며 용퇴를 촉구하는 공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송 전 대표는 14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내년 총선에 대비한 비례대표 신당 창당을 시사했다. 그는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가’라는 질문에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제 개인의 당이 아니라 개혁적이고 정말 검찰 독재와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새로운 47석의 비례대표의 정당, 민주당을 견인할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송 전 대표는 ‘신당을 만들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함께하나’라고 묻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다”며 처음으로 연대 가능성을 공언했다. 그는 “조 전 장관도 얼마나 억울하겠냐”며 “이렇게 전국구의 공간이 열리게 되면 조 전 장관도 뭔가 자기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것을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송 전 대표‧조 전 장관, 여기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까지 이른바 ‘조‧추‧송’ 연대 가능성이 커지는 움직임에 대해 일단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다. 송 전 대표의 출마가 당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을 순 있지만, 그동안 공들여온 중도 민심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는 부담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송영길 신당’과 관련한 질문에 “신당을 만드는 게 좋은지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고,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아마도 홍 원내대표는 그러지 않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민주당 지도부 한 관계자 역시 15일 통화에서 “송 전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한 인물”이라고 선을 그으며 “‘조‧추‧송’이 총선 정국에 등장하면 민주당과 엮여서 오르내릴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당이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 아닌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리스크에 휩싸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2년 전 ‘꼰대정치’ 극복 얘기해놓고…”

신당 시사와 함께 최근 송 전 대표가 한동훈 장관과 벌이고 있는 거친 설전에 대해서도 민주당 내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 9일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한 장관을 향해 “건방진 놈” “어린놈”이라며 “물병이 있다면 머리에 던져버리고 싶다”고 공개 비난했다. 이에 한 장관이 공개 반박하면서 계속 설전을 주고받는 상황이다.

민형배‧유정주 의원 등 일부 강경파에선 한 장관을 향한 저격 행보에 동참하고 있지만, 당내에선 ‘플러스 요인이 없다’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한 장관의 언행이 부적절한 것과는 무관하게 민주당을 향한 여론에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당 지도부가 송 전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자중을 요청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송 전 대표의 도발로 민주당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퇴진론에 다시 불이 붙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장관은 11일 입장문을 내고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사회에 생산적인 기여도 별로 없이 자그마치 수십 년간 자기 손으로 돈 벌고 열심히 사는 대부분 시민들 위에 도덕적으로 군림했다”며 “대한민국 정치를 수 십 년간 후지게 만들어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13일엔 86세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모인 ‘민주화운동 동지회’가 논평을 내고 송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 당대표까지 했던 자의 발언이라 하기엔 지나치게 저급하고 저열하다”며 “송 전 대표와 같은 타락한 정치인이 한때 민주화운동의 유명 인사였다는 사실에 깊은 부끄러움을 느끼며 국민께 머리 숙여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당내 젊은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여론은 좋지 않다. 대표적으로 문재인 청와대 출신 청년 정치인 여선웅 전 행정관은 전날 SNS를 통해 “대의로 시작한 (송영길) 선배님의 정치가 사의로 끝난다는 느낌”이라며 “선배님 이제 좀 자중하시라”고 용퇴를 공개 요구했다.

또 다른 민주당 청년 정치인은 이날 취재진에 “2년 전 송 전 대표가 당 대표에 출마할 당시 ‘꼰대정치’를 극복해야 한다고 선언했던 걸 기억하나”라며 “지금 본인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꼰대정치를 시전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