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이재명 사법 문제가 당 옥죄어”…‘공천 학살’에도 경고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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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체제 후 ‘도덕성’ 퇴화 지적…‘제3지대’에 주목하기도
“전우의 시체 위 응원가 못 불러”…지원 유세 거절 가능성 전해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회의실에서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생존전략' 평화학세미나에서 강연을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회의실에서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생존전략' 평화학세미나에서 강연을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쓴 소리를 부쩍 늘리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 본인의 사법 문제가 당을 옥죄고 있다”고 직격한 데 이어 당내 일부 의원들에게 총선 공천 결과에 따라 당의 지원유세 요청을 거절할 가능성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8일 공개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본인의 사법 문제가 민주당을 옥죄고 그 여파로 당 내부의 도덕적 감수성이 퇴화했다”며 “사법적 문제가 다른 것을 가리는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굉장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후 9월 체포동의안 부결을 요구했던 것과 관련해선 “굉장히 인상적으로 민망했던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서 공언했을 정도면 지켰어야 옳다”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이재명 지도부가 이끄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과 관련해서도 “이제까지 국민이 봐왔던 민주당과 다르고, 국민 일반이 가진 상식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며 “국민이 좀 질려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내년 총선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이 전 대표는 “여당이 이기게 되면 윤석열 정부가 다시 폭주하게 될 것 아닌가. 그런 비극은 막아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민주당이 크게 승리할 것 같지도 않다”고 예측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좋다’고 지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라도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하는 지지자들도 있다”며 “후자의 지지자들에게 응답해야 할 텐데, 그만한 매력이나 신뢰감이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총선 정국에서 ‘제3지대’의 행보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제3세력의 의석수가) 역대 총선 평균보다는 더 많을 것 같은 느낌은 든다”며 신당 성공 가능성에 대해 “어떤 비전이나 메시지를 국민 앞에 내놓을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총선 공천 과정이 불공정하게 진행될 경우 내년 총선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총선 때 후보들이 지원 유세를 요청하면 도와줄 건가’라는 질문에 “그래야겠지만 왜 도와줘야 하는지를 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엉망이니까 이쪽 찍어 달라’는 말만 해야 한다면 내가 나가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서로 네거티브 전쟁하는데 용병처럼 끌려들어 가는 건 별로 의미가 없지 않나”라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이 같은 의지를 더욱 강한 어조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가까운 의원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혹 이재명 대표 측근들이 대거 공천을 받게 될 경우 “전우들의 시체 위에서 응원가를 부를 수 없다”고 표현하며 지원 유세에 응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한동안 활동을 자제해 온 이 전 대표는 정치 행보를 본격화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만큼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지도부를 향한 견제구 또한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 전 대표는 오는 28일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이 개최하는 토론회의 기조연설을 맡을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의 현 상황에 대한 보다 가감 없는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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