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與 혁신위원들, 尹에 ‘영수회담’ 제안 논의…인요한이 거절
  • 변문우·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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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해산’ 혁신위, 내부서 논의된 혁신안 대부분 ‘사장’
당정관계 변화‧영수회담 필요성 나왔지만 인요한 등 일부 반대로 막혀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9일 여의도 당사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1월9일 여의도 당사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기 해산’이 결정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내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수직적 당정 관계를 개선하고 여야 대표와 회담도 가지도록 촉구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지만, 인요한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혁신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이 8일 입수한 혁신위 내부 자료에 따르면, 혁신위는 42일 간의 활동 기간 동안 총 열두 차례 내부 회의를 갖고 각종 혁신안들을 마련, 논의해 왔다.

그 가운데 현재 수직적인 당정관계를 건강하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요구들도 다수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에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불러 회담을 가질 것을 촉구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하지만 인요한 위원장과 일부 혁신위원들이 이러한 제안들을 공식화하길 원치 않아 끝내 사장된 것으로 파악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여덟 차례에 걸친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 요청을 거절해왔다. 그때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여야 대표 회동이 먼저다’ ‘원내대표들과는 만날 수 있다’는 이유를 내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혁신위원은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정확히 어떤 위원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당‧정관계 변화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무성 전 대표가 혁신위에 방문했을 당시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는 마음으로 ‘대통령께 여야 대표 회동을 촉구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나왔다”며 “다만 인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위원들이 반대했다. 그 사유는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혁신위원 역시 통화에서 “당정관계 논의 과정에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 필요성에 대해 계속해서 건의드렸다”며 “하지만 위원장님이 원치 않으셨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혁신위는 지난달 17일 혁신위 제8차 회의 자리에 김무성 전 대표를 ‘여권 원로’ 자격으로 초대해 당 혁신과 관련한 사안들을 논의한 바 있다.

전날 끝내 ‘조기 해산’이 결정된 혁신위는 그동안 혁신의 핵심인 ‘수직적 당정관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아 줄곧 비판에 직면해왔다. 인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지적하는 건 월권”이라거나 대통령을 ‘나라님’으로 표현하는 등 윤 대통령을 사실상 ‘성역화’하면서, 당 안팎에서 혁신위가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혁신위 내부 안건 가운데 제왕적 대통령제를 탈피하고 ‘건강한 당정관계 변화’를 위한 여러 제안들이 포함돼 있었다. 대통령실과 당 간의 수평적 관계가 이뤄져야 당내 민주주의도 활발해질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혁신위는 이 같은 안건 대부분을 끝내 제대로 제시하지도 못한 채 활동을 종료했다. 혁신위 내부 온도차를 줄이지 못한 데다, ‘지도부‧중진‧친윤 희생안’과 관련한 당내 갈등으로 혁신위 스스로 빠르게 동력을 잃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초 오는 24일까지로 활동이 정해져 있던 혁신위는 11일 지도부에 최종 혁신안을 보고한 후 공식 역할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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