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의원들의 귀 붙잡은 新산업...‘메드테크’가 온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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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법무법인 율촌 ‘메드테크&바이오’팀 이끄는 SK 출신 채주엽 변호사
“바이오 기업에서의 오랜 변호사 경험, 법률과 메드테크 결합에 초석 됐다”

코로나 사태는 여러 모로 국가의 동력을 떨어뜨렸지만, 그로 인해 반사이익을 받은 분야도 있다. 그 중 하나가 바이오 산업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전세계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산업은 연평균 31% 급성장했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한 지금, 바이오 산업의 성장세를 이어받아 용틀임을 준비하는 산업이 또 있다. 의료기술(Medical Technology)을 뜻하는 메드테크다. 올해 3분기에만 국내 메드테크 업체가 6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 받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고금리로 투자업계 자금난이 심각한 때라 더욱 주목받는 성과다.

법무법인 율촌은 국내 주요 로펌 중 메드테크 분야에 비교적 일찍 닻을 내렸다. 율촌은 올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10명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메드테크&바이오’팀을 구성해 시장 파악에 나선 상태다. 국내 대형 로펌 중에서 메드테크 분야 공략을 위해 이 정도 규모로 팀을 꾸린 사례는 처음인 것으로 전해진다. 면면도 화려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약·의료기기 업체의 리베이트 조사 등을 이끌었던 황윤환 변호사(사법연수원 32기), 판사 출신 이승호 변호사(31기), 제약업체와 검찰을 거친 윤가희 변호사(변시 9회), 한의사 출신 김민지 변호사(11회) 등이 포진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팀장을 맡고 있는 채주엽 변호사(33기)가 있다.

12월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법무법인 율촌에서 채주엽 변호사가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12월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법무법인 율촌에서 채주엽 변호사가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메드테크 진출 선언한 율촌...법조인 10명 규모로 팀 꾸려

채주엽 변호사는 변호사라는 직함보다 ‘부장’ ‘이사’ 등으로 더 오래 불렸다. 20년 가까이 사내변호사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사내변호사의 시초 격 인물이다. 2004년 사법연수원을 마친 뒤 곧바로 LG전자에 입사해 LG그룹 공채 1기 사내변호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후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북아시아 법무총괄 전무, SK바이오팜 지속경영본부장(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그러다 올 8월 율촌으로 들어와 인생 2막을 열었다. 몸담은 회사에서 드러나듯, 채 변호사는 사내변호사 시절 메드테크 분야에서 줄곧 전문성을 쌓아 왔다.

12월1일 서울 강남구 율촌 사무실에서 만난 채 변호사는 메드테크&바이오 팀에 대해 “대한민국 의료 발전에 정말 진심인 법조인들이 모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메드테크 시장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분야로 영역이 넓어지면서 결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무궁무진해졌다”며 “그만큼 한국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도 확대됐고, 그에 얽힌 법무와 지켜야 할 기준이 상당히 복잡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채 변호사는 SK바이오팜 재직 시절 미국 자회사 임원을 겸직하며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업무를 진두지휘했다. 그는 “바이오 기업에서의 오랜 변호사 경험이 법률과 메드테크를 결합시키는 데 초석이 됐다”고 자평했다.

율촌 메드테크&바이오 팀이 출범한지는 아직 반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채 변호사는 관련 업계와의 접점을 넓혀 나가고 있다. 지난 11월17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KMDIA)는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 타워에서 메드테크 업계의 발전과 소통의 기회를 모색하자는 취지로 윤리위원회 정기 워크숍을 열었다. 관련 업계 종사자 100여 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채 변호사는 제1강연자로 나서 실무자를 위한 공정경쟁 규약 등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KMDIA 윤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또 11월 16~17일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인천 송도에서 주최한 윤리경영 워크샵 때는 제약업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현황에 대해 강연했다.

ⓒ 시사저널 박정훈
ⓒ 시사저널 박정훈

 

국회 토론회 내내 자리 지킨 의원들...“정치권도 메드테크에 진심”

정치권과의 소통도 이어 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송기헌·유동수 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는 ‘글로벌기업 경쟁력 강화 의원모임’은 11월7일 국회에서 SK그룹과 토론회를 열었다. 주제는 ‘바이오 산업을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책임 경영의 시사점’이었다. 채 변호사는 여기에서 좌장을 맡아 토론을 이끌었다. 그는 당시 참석자들이 보여준 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떠올렸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국회에서는 토론회가 굉장히 자주 열린다. 하지만 토론 주제가 기억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주최자가 인사말만 하고 가버리거나 참석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SK그룹과 진행한 토론회 때는 의원들이 꽤 많이 앉아 있었고, 중간에 들어와서 듣는 분들도 많았다. 그런 광경은 처음 봤다. ‘정치권도 메드테크에 대해 진심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용 의료기기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

채 변호사는 “국내 메드테크 분야가 도약하려면 개인정보보호법을 완화해 환자 데이터의 활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계의 빅데이터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 데이터는 곧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의료계의 해묵은 과업인 의료수가 문제도 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채 변호사는 “규제 완화와 수가 적정 조정이 이뤄지면 메드테크 분야는 날개를 달 수 있다”며 “제약은 임상이 필수라 상용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메드테크의 핵심인 의료기기는 환경만 조성되면 3~5년 안에 글로벌 시장에 충분히 진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특히 미용 관련 의료기기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 가장 빛을 많이 보게 될 분야”라고 했다.

채 변호사는 “사기업에 있을 때는 고위 임원이라 실무를 지시하는 역할이 많았는데 여기서는 최전선에서 직접 실무를 봐야 하니 좀 더 힘들다”며 웃었다. 이어 “그래도 변호사로서 남을 돕는다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게 돼 보람도 있고 기대도 된다”고 덧붙였다. 채 변호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메드테크&바이오 팀을 대외에 알리는 동시에 주요 메드테크 업체와의 파트너십 구축에 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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