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시계도 멈춰 세우는 ‘김건희 특검’? 尹-與 관계 역전될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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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법’ 이탈표 나올라, ‘공천 일정’ 연기 조짐에 비판 쇄도
尹 부탁 받은 ‘우위’ 김기현, 윤심과 민심 사이 딜레마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출국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출국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이 추진 중인 ‘김건희 특검’이 내년 총선 전 여권의 최대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특검법 처리 전까지 당 ‘결속’을 위해 총선 일정까지 조정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김건희 방탄’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당 지도부에 특검법 처리에 대해 직접 당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직적 당정관계가 역전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1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초 이달 중순으로 예정했던 공천관리위원회 출범을 ‘김건희 특검법’ 처리 이후인 이달 말로 연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특검을 총력적으로 막기 위해, 당 단결에 해가 될 수 있는 총선 공천 절차를 뒤로 미룬 것으로 해석됐다. 공관위에서 공천 컷오프 대상을 앞서 발표할 경우, 대상이 된 현역 의원들이 반발해 특검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검법은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 단독으로도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한 상황에서, 다시 국회로 돌아오는 특검법을 최종 통과시키기 위해선 전체 3분의3(200석)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민의힘에서 약 18표 정도만 이탈해도 통과가 가능해진다. 공천 컷오프 등으로 당내 반발이 커진 상황에선 충분히 넘길 수 있는 숫자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의 ‘특검 협상 카드’, 용산 우위 당정관계 역전될까

이에 대한 윤 대통령의 초조함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이 지도부와의 오찬 자리에서 김 대표에게 직접 특검법 처리를 여러 차례 ‘당부’한 사실까지 전해졌다. 이를 두고 당장 여러 뒷말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김기현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대신, 특검법 처리와 관련한 모종의 약속을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인요한 혁신위와의 극한 갈등 속에서도 김 대표가 버틸 수 있던 배경에 이 ‘특검 협상 카드’가 있었을 거란 분석도 이어졌다. 줄곧 용산이 우위에 서 있던 ‘수직적 당정관계’가 이번 ‘특검 정국’을 거치며 뒤집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당 지도부가 총선을 앞두고 민심에 반해 ‘용산 지키기’ ‘김건희 방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그동안 민주당을 향해 가했던 ‘이재명 방탄’ 공격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페이스북에 “다들 미쳤나. 리버스로 ‘김건희 방탄’ 프레임에 걸려들고 싶은가”라며 “총선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이 김건희 특검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최근 ‘서울 49개 지역구 중 단 6곳에서만 여당이 우세하다’는 당내 판세 분석까지 보도되면서 수도권 선거에 대한 당내 위기감은 극에 달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이 김 여사를 지키기 위해 쇄신을 보여줄 ‘적기’를 놓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1월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노조법과 방송3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1월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노조법과 방송3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고 대통령의 잦은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尹의 당부 vs 70% 국민 여론, 金의 선택은?

특검법을 둘러싼 김 대표의 고심은 막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의 당부가 있었지만,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을 외면할 순 없기 때문이다. 윤심과 민심 사이 기로에 놓인 셈이다. ‘윤심’을 등에 업고 탄생한 김기현 체제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이 같은 딜레마에 놓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 특검이 필요하다는 민심은 압도적이다. 국민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7~8일 전국 성인 10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0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할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률은 70%에 달했다.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20%에 그쳤다. 모든 연령, 모든 지역에서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았으며, 특히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거부권 반대’가 67%로 ‘거부권 찬성’(19%)을 크게 앞질렀다.

여기에 김 대표는 거센 ‘사퇴론’에도 직면해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전권’을 주겠다며 띄운 혁신위가 해산된 데다가, 총선 위기론도 날로 커지면서 김 대표를 향한 공개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자신의 입지가 좁아들고 있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의지할 곳이 결국 또 다시 ‘윤심’이라는 점에서, 김 대표가 특검을 두고 어떤 결단을 내릴지 더욱 주목되고 있다.

특검 및 총선 일정과 관련한 파장이 커지자 당 지도부는 부랴부랴 반박하는 입장을 내며 진화에 나섰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10일 오후 공지를 내고 “특검법 등으로 공관위 구성이 늦춰질 것이라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공관위 구성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법 표 이탈 변수를 줄이기 위해 중진들을 향한 ‘희생 요구’나 본격적인 ‘공천 칼질’은 최대한 늦춰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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