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인중개사 1위” 해커스, 엉터리 가답안으로 합격자를 ‘과락’ 만들어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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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회 중개사 1차 시험 직후 수험생에 전송한 가답안, 최종 답안과의 일치율 37.5% 불과
20여분 뒤 수정됐지만 일부 수험생 2차 시험 포기…“피 같은 1년 또 쏟아야 한다니 억울”

“공인중개사 1위”를 자처하는 중견 교육기업 해커스가 지난 10월 공인중개사 1차 시험 직후 엉터리 가답안을 배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해커스는 답안을 수정해 재배포했지만 가답안 초안으로 채점한 사람들 다수가 과락을 예상하고 2차 시험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커스 측은 잘못을 인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커스는 올 10월28일 치러진 제34회 공인중개사 시험을 앞두고 ‘실시간 정답 제공’ 서비스를 진행했다. 이는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중개사 시험장에서 시험 직후 휴대폰으로 가답안을 받아볼 수 있는 이벤트다. 해커스는 “수험생들은 모바일로 편리하게 정답 및 합격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해커스 홈페이지 캡처
ⓒ 해커스 홈페이지 캡처

 

가답안 초안대로 매기면 100점자도 37.5점...40점 미만은 ‘과락’

그런데 시사저널 취재 결과, 해커스가 중개사 1차 시험 직후 이벤트 참여자들에게 전송한 가답안 중 부동산학개론 과목에 해당하는 문항 1~40번의 가답안이 최종 답안과 비교했을 때 일치율이 37.5%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래대로라면 부동산학개론 100점 만점을 받았을 수험생도 이 답안에 따라 매겼다면 37.5점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이는 40점 미만으로 과락이다. 중개사 시험에서 과락인 과목이 하나라도 있으면 합격 기준인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 이어도 최종 탈락 처리된다.

중개사 1차 시험은 매년 10월28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전 11시10분까지 치러진다. 이후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오후 4시20분까지 2차 시험이 진행된다. 해커스가 잘못된 가답안을 전송한 시각은 시험 당일 1차 시험이 끝나고 20여분이 지난 오전 11시35분이다. 당시 2차 시험 전 휴식시간에 해커스의 가답안으로 1차 시험을 매겨본 수험생들은 소위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고 한다.

인터넷 카페 등에는 실시간으로 “첫 문제부터 이상하다” “가채점 해보고 어지럽고 귀가 안 들린다” “저는 집에 먼저 간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후 또 20여분 뒤인 낮 12시쯤 해커스는 수정된 가답안을 공개됐다. 해당 가답안은 최종 답안과 100% 일치(‘전항 정답’ 처리된 두 문항 제외)했다. 한 수험생은 “벌써 집이다. 일을 이따위로. 소송 각”이라며 강한 불만을 호소하는 글을 남겼다.

해커스에서 공부했던 수험생 A씨는 시사저널에 “최초 가답안대로 채점해보니 부동산학개론 과목에서 27.5점이 나와 시험을 포기하고 집에 돌아갔는데, 나중에 다시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공지도 없이 가답안이 수정돼 있었다”며 “다시 가채점한 결과는 62.5점으로 1차 합격”이라고 말했다. 11월28일 발표된 합격자 발표도 이와 같았다. A씨는 “오답 투성이인 가답안에 대해 해커스에 문의했으나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며 “가답안을 믿고 2차 시험을 치지 않은 수험생 잘못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피 같은 시간을 또 1년 동안 쏟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억울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최소한 해커스가 사과 공지라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제34회 공인중개사 1차 시험 직후인 10월28일 오전 11시35분 해커스가 공개한 가답안 초안과 20여분 뒤인 낮 12시쯤 수정해 올린 2차 가답안. 부동산학개론 과목의 가답안 초안이 2차 가답안 및 추후 공개된 최종 가답안과 비교했을 때 일치율이 37.5%다. 해커스 측은 "작년 시험 가답안을 실수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제34회 공인중개사 1차 시험 직후인 10월28일 오전 11시35분 해커스가 공개한 가답안 초안과 20여분 뒤인 낮 12시쯤 수정해 올린 2차 가답안. 사진 좌측 윗부분에 캡처된 시각으로 가답안 공개 시점을 알 수 있다. 부동산학개론 과목의 가답안 초안이 2차 가답안 및 추후 공개된 최종 가답안과 비교했을 때 일치율이 37.5%다. 해커스 측은 "작년 시험 가답안을 실수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 제보자 A씨 제공

 

‘멘붕’ 빠진 수험생들...“최소 사과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해커스를 포함해 에듀윌, 박문각 등 공인중개사 학원 대다수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시험이 끝나자마자 경쟁적으로 서둘러 가답안을 공개하고 있다. 가답안과 최종 답안의 일치율은 각 학원의 신뢰도의 척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물론 학원의 가답안보다 더 공신력 있는 자료는 공인중개사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험 당일 오후 6시 이후에 공개하는 가답안이다.

하지만 중개사 시험 1차와 2차 시험의 간격이 2시간 가까이 되다 보니 학원의 가답안으로 미리 채점해보는 수험생이 적지 않은 편이다. 학원 측도 가답안 채점자에게 선물을 주거나 시험결과 분석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가답안 채점을 독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원의 잘못을 가답안에 의존한 수험생 탓으로만 돌리는 건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커스 홍보팀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담당자의 실수로 시험 당일 11시35분부터 11시52분까지 작년 시험 가답안이 올라갔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정정 공지를 했지만 어쨌든 혼란을 드려 죄송할 따름”이라며 “잘못된 가답안을 믿고 2차 시험을 응시하지 않은 수강생이 있을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필요한 조치’의 구체적 내용과 사과입장 표명 여부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해커스의 “공인중개사 1위” 광고를 객관적 근거 없는 거짓·과장 광고로 판단해 해커스 운영사 챔프스터디에 과징금 2억8600만원과 시정명령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해커스가 제시한 근거는 한 언론사가 실시한 만족도 결과였다. 앞서 경쟁업체 에듀윌도 지난해 2월 “합격자 수 1위” 광고가 기만성을 띠고 있다는 이유로 동일한 과징금 2억8600만원과 함께 시정명령을 받았다. 해당 광고는 2016·2017년 두 연도의 공인중개사 시험에만 한정된 내용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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