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만난 이준석 “대통령 한 명 바뀌고 당 대표 계속 쫓겨나”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3 17: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현 대표직 사퇴 직전 비공개 회동
李 “가장 큰 잘못은 金 아닌 尹…신당 대화 없었다”
“김건희 특검 관련해, 다른 사람 때문에 피해 입지 말라 했다”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22년 4월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옆엔 이준석 당시 당대표 ⓒ시사저널 박은숙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22년 4월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옆엔 이준석 당시 당대표 ⓒ시사저널 박은숙

이틀간의 잠행 끝에 당대표직 사퇴를 선언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 직전인 13일 오전 이준석 전 대표와 비공개로 만나 이 전 대표의 탈당과 김 대표의 거취 문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 대표의 거취 및 김건희 특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으며, 자신의 신당 창당과 관련한 대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정치권과 언론 등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탈당에 앞서 김 대표를 한번 만나겠다고 했고, 그 연장선에서 만난 것”이라며 “상황이 이렇게 돼 자연스럽게 김 대표 거취 관련 대화를 주로 나눴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유튜브 채널 ‘스픽스’에 출연해 “제 거취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 만나려 했던 것인데, 어쩌다보니 김 대표 거취에 대해 이야길 많이 나눴다”며 회동 내용을 추가로 전했다.

그는 회동 당시 김 대표의 상황에 대해 “본인과 대통령의 호흡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모든 언론에서 퇴진으로 몰고 있어 납득이 안 되실 것”이라며 “그래서 ‘지금 닥친 상황의 가장 큰 책임은 김 대표가 아니니 조금 여유를 가지시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전투에 졌는데 지휘관은 멀쩡히 네덜란드 가시고 군단장 정도 원흉으로 몰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에 대해 왜 당내에서 올바르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게 싸가지 없는 거지 뭔가”라고 지적하며 김 대표와도 이러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보수정당으로서 안정감과 책임감을 갖춰야 하는데, 대통령 한 명 바뀌었다고 어떻게 이렇게 계속 당대표를 쫓아내고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신당 창당과 관련해선 이날 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신당을 창당하지 않는 조건을 제시한다거나 하는 대화가 아니었다”며 “저는 늘 김 대표가 아닌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김 대표를 만나 ‘어떻게 바뀌시라’라며 (조건을) 제시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오는 28일 야당이 국회 본회의 처리를 추진 중인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김 대표와 나눈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다른 사람의 문제 때문에 너무 피해 입지 마시라(고 말해줬다). 특검법 관련해서다”라고 언급했다. 이를 비롯해 거취 등 여러 조언들에 대한 김 대표의 반응에 대해 이 전 대표는 “그것까지 전하진 않겠다”며 노코멘트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도 특검법과 관련해 “잘 모르고 거부권을 행사하면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에 꽃놀이패를 안겨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을 처리하고 나서 공천을 하면(국회의원 들을 자르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당의 선거일정을 뒤로 늦추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게 사실 의미가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지금 아마 용산의 누군가는 대통령에게 12월28일에 특검법이 처리되면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통해 국회로 돌려보내고, 그러면 1월 중순쯤에 최종 부결되고 나면 그 다음에 공천으로 의원들 잘라버리면 된다고 보고 했을 것”이라고 추측하면서 “그런데 헌법 제53조를 보고 국회법의 어떤 조항을 봐도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을 언제 다시 재의결해야 되는지에 대한 조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민주당과 김진표 의장의 의사에 따라 국민의힘의 공천탈락자가 나오는 시점 이후에 재의안건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특검법이 공천이라는 일정과 맞물려서 상당한 장애물로 동작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이걸 모르고 용산에서 작전을 짰다면 상당한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자신의 국민의힘 잔류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 없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오는 27일을 신당 디데이로 제시했던 이 전 대표는 “아마 27일에 하게 되는 건 탈당이고 바로 그 다음 날부터 창당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