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쿠싱 증후군, 방치 말고 조기 치료해야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7 11:00
  • 호수 179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령견에 많이 발생, 치료 늦어질수록 합병증 유발

반려동물의 건강은 체내 여러 장기가 각자 맡은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면서 유지된다. 심장, 신장, 간 등 두말할 필요 없이 직접적인 작용으로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관들도 있지만, 호르몬을 분비해 신체를 조절하고 건강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곳도 있다. 이 기관을 내분비선이라 부른다. 이 중에서도 부신은 신장에 접해 있는 내분비선으로 겉을 싸고 있는 피질에서 부신피질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분비한다. 코르티솔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ACTH)이 부신피질을 자극해 분비된다. 충분히 코르티솔이 분비되면 또다시 뇌하수체에 작용해 부신피질자극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음성 피드백에 의해 적정한 양이 분비되도록 조절된다. 

부신피질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돼 혈압과 혈당을 높이는 등 대응을 돕는다. 섭취한 음식을 분해해 당을 간에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하고, 간에 저장된 당을 혈액으로 내보내는 역할도 한다. 또한 세포에서 당의 이용을 억제하고 근육세포들의 단백질을 줄여 간에서의 아미노산 이용을 촉진한다. 

이런 코르티솔은 적정량 분비돼 몸이 스트레스에 대응하도록 돕지만 과잉 분비되면 문제를 일으킨다. 혈중 당 수치를 일시적으로 높이는 작용이 지속되면 당뇨, 비만, 고혈압, 우울 등의 문제가 생긴다. 이렇게 부신피질의 기능이 항진돼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되는 질환을 부신피질기능항진증, 쿠싱 증후군이라 부른다. 

이런 쿠싱 증후군은 반려견에게 자주 나타나는 내분비 질환 중 하나다. 특히 노령견에서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쿠싱 증후군에 걸린 반려견들은 체내 혈당이 높아져 다음·다뇨 증상을 보인다. 세포의 단백질이 줄어들어 체내 근육이 빠진 모습이 관찰되며 듬성듬성 털 빠짐도 관찰된다. 반려견 쿠싱 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가 복부 팽만(pot-belly)인데, 이는 복부의 근육이 빠지면서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증상이다. 

ⓒ freepik
ⓒ freepik

수술 통해 종양 제거하거나 약물로 치료 

쿠싱 증후군은 뇌하수체 의존성과 부신 의존성으로 나뉘며, 반려견의 경우 80%가 뇌하수체 의존성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부신피질의 호르몬 분비는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에 의해 촉진되는데,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긴 경우 이 호르몬 분비가 과잉돼 부신피질의 코르티솔 분비를 과도하게 자극한다. 반면 뇌하수체 기능은 정상이지만 부신피질에 종양이 생기는 경우에도 자체적으로 코르티솔 생산이 항진돼 쿠싱 증후군을 유발하는데, 이런 경우가 부신 의존성 쿠싱 증후군이다. 

앞에서 언급한 증상들이 반려견에게 나타나면 빨리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쿠싱 증후군의 원발 요인이 종양이라면 수술을 통해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개의 건강상태나 종양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수술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코르티솔 합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통해 혈중 코르티솔 농도를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쿠싱 증후군은 치료가 늦어질수록 고혈압, 당뇨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