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인구위기 대응 평가한 ‘K-ESG’ 지표 도입해야”
  • 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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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연구용역 결과 발표한 세미나 성료
“인구위기는 기업에 직격탄, 해결 위한 실마리도 기업에 있다”
지난 3월12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24 제1차 인구2.1 세미나-인구위기 대응 K-ESG 기업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3월12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주최로 열린 ‘2024 제1차 인구2.1 세미나-인구위기 대응 K-ESG 기업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인구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는 기업에 있다. 상당수 젊은 세대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도 자유로운 육아휴직 사용 보장 등 기업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이에 기업의 인구위기 대응을 평가한 ‘K-ESG’를 도입해야 한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하 한미연, 이사장 정운찬·원장 이인실)이 3월12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주최한 ‘2024 제1차 인구2.1 세미나-인구위기 대응 K-ESG 기업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선 이러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K-ESG는 ▲출산·양육 지원 ▲일·가정 양립 지원 ▲출산 장려 기업문화 조성 ▲산학협력·지역인재 할당과 같은 지역사회 기여(지방소멸 대응) 등 기업의 인구위기 대응 평가지표다. 모두 58개의 지표로 구성됐다.

“기업의 인구위기 대응 ‘K-ESG’ 지표 도입 시급”

K-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한 ESG에 인구위기 대응 평가도 포함한 것이다.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다. 앞서 한미연은 인구위기와 관련해 2030세대 1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한 연구보고서를 올해 초 발간했다. 지표 평가모델 조사 등을 위한 용역도 한국ESG연구소를 통해 진행했다.

지난 3월12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24 제1차 인구2.1 세미나-인구위기 대응 K-ESG 기업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는 한유경 한국ESG연구소 책임연구위원. ⓒ시사저널 박정훈
지난 3월12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24 제1차 인구2.1 세미나-인구위기 대응 K-ESG 기업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서 발언하고 있는 한유경 한국ESG연구소 책임연구위원. ⓒ시사저널 박정훈

한유경 한국ESG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글로벌 ESG 평가지표에는 인구위기 대응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대응 지표가 많지 않다”며 “인구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확대된 영역의 평가모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도적인 기업 사례를 확산시켜 다른 기업들도 저출산 대응에 관심을 가지고 동참하도록 ‘인구위기 대응 K-ESG’ 도입이 시급하다”고 했다. “출산과 양육정책 위주의 기존 제도에서 나아가 지원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이 인구위기 해결의 주체’라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한미연에 따르면, 기업의 지원 프로그램이 출산과 육아의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기간 단축 근로 지원, 재택근무, 자율출퇴근제 등이 대표적이다. 발제자로 나선 임동근 한미연 연구위원은 “다만 이러한 지원 프로그램들에 대해 근로자들이 얼마나 활용하고 만족하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2030세대는 “자유로운 육아휴직 사용 보장”을 효과적인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1순위로 꼽기도 했다. 육아휴직은 이미 법으로 보장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일부 기업에선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운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육아휴직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임동근 위원은 “직장에 만족할수록 근로자의 결혼·출산 의향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0% 높다”며 “그러나 한국 근로자의 가족친화 지원 이용률은 2021년 기준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라고 했다.

지난 3월12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24 제1차 인구2.1 세미나-인구위기 대응 K-ESG 기업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 (왼쪽부터) 홍은주 ESG플러스 컨설팅 대표, 임동근 한미연 연구위원, 한유경 위원,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 교수, 김광기  ESG경제 대표, 이은아 매일경제 논설위원, 장윤제 법무법인 세종 ESG연구소장. ⓒ시사저널 박정훈

“인구위기는 기업에 직격탄, 정부에만 해결 맡길 순 없다”

저출생 고령화는 기업에 타격을 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산업인력의 감소세가 그 요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인구위기에 따른 근로자 평균 연령 상승 ▲산업성장률 하락 ▲산업 구조 재편에 따른 비용과 리스크(Risk) 등도 거론됐다.

한미연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는 약 3700만명(2023년 기준)에서 2300만명(2050년)으로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문제는 만 25~54세 ‘핵심 노동인구’의 감소다. 핵심 노동인구 비중은 2023년 기준 44.5%다. 이는 OECD 38개국 중 2위다. 그러나 2047년 이후면 38개국 가운데 꼴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고령화에 따라 노인부양비는 증가할 예정이다. 취업자의 평균 연령 역시 현재 47세에서 2050년 기준 53.7세로 전망됐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징벌’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지난 1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출산‧양육 지원제도가 기업 입장에선 인센티브(Incentive·유인책)가 적고 페널티(Penalty·벌칙)가 많다’는 기업의 응답은 40.3%였다. 징벌적 제도는 되레 기업의 고용 회피를 일으킨다는 것이 한미연의 지적이다.

‘유일한 인센티브 정책’의 실효성 문제도 거론됐다. 이러한 제도는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인증제, 고용노동부의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제도 등이 꼽혔다. 이는 정부가 기업을 직접 인증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이마저도 한미연은 “사실상 인증마크 제공 외에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매우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한미연이 기업의 자구책으로 K-ESG를 꺼내든 배경이다.

다만 토론자 가운데에선 “국내에서 ESG 평가 지표 잘 활용되지 않고 있다”(김광기 ESG경제 대표)며 K-ESG 지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안 등이 나왔다.

정운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이사장이 3월12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주최한 ‘2024 제1차 인구2.1 세미나-인구위기 대응 K-ESG 기업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정운찬 한미연 이사장이 지난 3월12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24 제1차 인구2.1 세미나-인구위기 대응 K-ESG 기업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서 환영사를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정운찬 한미연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이번 세미나는 기존의 ESG 지표가 세계 최악의 출산율을 기록하는 한국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며 “K-ESG는 인구문제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보여주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의 인구위기가 임계점에 달했다는 통계가 나온 가운데 진행됐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23년 기준 0.72명, 이마저도 4분기로 좁히자 0.65명으로 떨어졌다.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도 0.7명대가 무너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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