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제주 유기동물 입양을 활성화하려면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6 11:00
  • 호수 1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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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문제 가장 심각…타 지역으로의 입양 확대해야

국내에서 유기동물 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역은 바로 제주도다. 제주는 많은 사람이 찾는 국내 대표 관광지이지만, 인구수 대비 보호소에 구조되는 유기동물 숫자가 가장 많다. 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하는 유기동물 비율도 가장 높다. 

아마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한 번쯤은 길에서 배회하는 개들을 마주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제주는 여전히 개를 풀어 키우거나 마당 한쪽에 묶어 키우는 등 옛날처럼 개를 키우는 모습이 곳곳에 남아있다. 이런 이유로 떠돌이 개들이 신고돼 보호소에 구조되기도 하고, 이들이 길에서 번식해 낳은 새끼들이 보호소에 다수 구조된다. 2023년 기준으로 제주 동물보호센터에 구조된 개들 중 품종이 없는 믹스견이 차지하는 비율은 92%로 압도적이다. 즉, 사람들이 유기동물 보호소에 대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키우던 동물을 유기해 구조되는 것이 아닌, 방치해 키우다 구조된 개와 그 자견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중 1년 미만의 자견 비율이 67%에 이를 정도로 제주에는 떠돌이 개들의 번식으로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 구조된다. 2023년 2241마리의 자견이 구조됐고, 약 10%는 입양, 54%는 안락사, 30%는 자연사했다. 보호소에 들어온 자견 중 84%가 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제주 유기견 입양률이 저조한 것은 떠돌이 개가 많은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여전히 옛날 모습처럼 개를 무책임하게 방치해 키우는 사람이 많으며, 반려동물 입양 수요도 높지 않아서다. 

설상가상으로 제주는 섬이라는 지리적인 제약이 유기동물 입양의 발목을 잡는다. 다른 지역의 경우 타 지역에서 입양하는 비율이 적게는 20%, 많게는 50%에 달하지만, 제주는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하는 취약한 접근성 때문에 타 지역 입양이 거의 전무하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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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핸드, 제주도청·티웨이항공과 캠페인 

방치돼 구조되는 개, 적은 도내 반려동물 입양 수요, 섬이 갖는 낮은 접근성, 이 3가지가 제주도 유기동물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떠돌이 개에 대한 명확한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제주를 비롯해 떠돌이 개로 인한 문제가 심각한 몇몇 지역에서는 마당개 중성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방치견들의 중성화를 통해 무분별한 번식을 막기 위함이다. 몇몇 지자체는 이런 사업으로 효과를 보고 있지만, 사실상 보호자가 중성화를 위해 직접 병원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보호자가 확인되지 않는 떠돌이 개들의 중성화는 이뤄지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렇게 길에서의 무분별한 번식을 막고 구조되는 두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함께 입양을 보내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우선 제주 내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타 지역의 입양 수요를 늘리기 위한 고민도 반드시 요구된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청이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 항공사 티웨이항공과 함께 제주 유기동물의 육지 입양 활성화를 위한 ‘날개를 달아줄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 유기동물 입양 시 반려동물 운임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지원이 있는 만큼 캠페인을 통해 많은 유기견이 가족을 만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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