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주총 앞두고 확 달라진 정부…배당 커지나
  • 정윤성 기자 (jy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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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난해엔 ‘배당 자제’ 올해는 ‘밸류업’…시장 기대감 커져
지주들, 주주환원 확대 기조 유지…당국 압박은 여전히 변수

오는 22일부터 주요 금융지주의 주주총회가 시작되는 가운데, ‘주주환원 확대’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율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강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주주환원에 대해 지난해와는 상반된 기조를 보이는 만큼 주주환원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은행권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이 여전히 우호적이진 않은 만큼 지켜봐야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5대 시중은행에서 2200여명이 자발적으로 은행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1인당 퇴직금 지급액은 평균 6억원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 연합뉴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하나·우리금융지주는 오는 22일, 신한금융지주는 26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 연합뉴스

4대 지주 주총 키워드 ‘주주환원 확대’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하나·우리금융지주는 오는 22일, 신한금융지주는 26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번 주총에서는 배당 등 ‘주주환원 확대’가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금융지주들이 배당금 상향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주주환원 확대에 주력하면서다.

우선 KB금융은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결정한 주당 1530원을 주총에서 승인받는다. 이에 따라 연간 배당금은 3060원으로 전년 2950원보다 늘었다, 총주주환원율도 37.5%로 전년 대비 9.6%포인트 올랐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결산 배당으로 주당 525원을 포함해 연간 배당금 2100원을 결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1.7% 늘어난 수치다. 총주주환원율은 36%다. 하나금융도 연간 배당금을 3350원에서 3400원으로 확대했다. 총주주환원율은 전년보다 6%포인트 증가한 32.7%다.

우리금융은 연간 배당금이 주당 1130원에서 1000원으로 감소했지만, 총주주환원율은 26.2%에서 33.7%로 7.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4대 금융지주들은 올해 908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도 결의한다. 금융지주별로 KB금융 3200억원, 신한금융 1500억원, 하나금융 3000억원, 우리금융 1380억원 수준이다.

금융지주들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확대로 저평가 받아온 주가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4대 지주 모두 중장기적으로는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50%로 설정했다. 하나금융 등은 재무안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3%~13.5% 수준으로 관리될 경우, 전년 대비 증가한 자본 비율의 50%를 주주환원에 쓰겠다는 구체적 계획도 언급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눈치 보던 지주들…숨통 조금 트일까

금융지주들은 지난해에도 일제히 ‘주주환원’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2022년 당시 지주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주당 배당금도 역대 최대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점에서 주총 의결은 순탄했지만, 공공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눈총을 견디느라 애써야 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 확대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한 바 있다. 당시 당국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자 은행권을 향해 손실흡수능력을 키우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배당 확대를 자제하라는 경고도 지속됐다.

금융지주 주총을 앞둔 지난해 2월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되면서, ‘자본확충 3종 세트’ 등 은행 자본 규제 변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여기에 2조원에 달하는 상생금융 비용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에 따른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도 요구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은행들은 손실흡수능력 확충에 애를 먹었다. 은행권은 대손비용을 지난 2022년 6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10조원으로 3조6000억원 늘리고, 부도율 산정방식도 개선하면서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했다.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개된 가운데, 기업 자발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건물 ⓒ 시사저널 박정훈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개된 가운데, 기업 자발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건물 ⓒ시사저널 박정훈

벨류업은 호재지만…당국 압박 여전해 우려도

이에 따라 지난해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감소하면서 올해 주주환원 확대를 두고 회의적인 전망도 나온 바 있다. 금융 경기 침체와 홍콩 ELS 등 추가 손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 밸류업을 중심으로 추가 세제 혜택까지 내놓으며 지난해와 상반된 행보를 보이자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의 평가도 낙관적이다. 그간 대손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아둔 만큼 지난해와 같은 대손충당금 적립이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손충당금 전입이 감소하면서 지주들의 올해 순이익은 증가하고 주주환원 확대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은행업종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유지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은행들의 영업이익은 충당금 감소나 비이자이익 증가 등으로 만회 가능한 정도”라며 “지난해 실적에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많았기 때문에 손실을 반영해도 주주환원 정책을 크게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고 전망했다.

다만,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따른 우려도 나온다. 경기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수익성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추가 충당금 적립까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당국도 올해 1월까지 부동산 PF 손실 등에 대한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을 요구하며 배당자제령을 유지한 바 있다. 올 5월부터는 스트레스 완충자본이 도입되는 등 당국의 자본 규제도 강화된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당국의 추가적인 제도개선 의지와 지속적인 이익증가, 높은 배당수익률, 주주환원정책 상향 등을 감안하면 밸류업 지원방안 최대 수혜주는 은행주라고 본다”며 “연말까지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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