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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의 교실에서 아이돌은 큰다

각국 음악 산업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한국식 스타 트레이닝’의 비밀 / 준비에만 수년 걸려

강수진│경향신문 스포츠칸 가요담당 기자 ㅣ 승인 2010.11.08(Mon) 20: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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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돌 그룹은 모든 것이 뛰어나다. 딱 봐도 연습량이 많았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감춰도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사실’이다.”(일본 인기 그룹 AKB48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 “한국의 콘텐츠를 모델로 해 본사도 한창 공부 중이다. 한국의 우수한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상태이다.”(태국 최대 음반사 GMM그래미 부사장 수라차이 센스리), “한국에 가면 확실히 실력이 늘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실제로 그러했다.”(여성 그룹 ‘미스A’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국인 가수 페이)

신한류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아시아 각국의 대중 음악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K-POP 아이돌 그룹의 인기 배경은 다양하다. 유튜브 등 세계 통합 동영상 사이트의 개설 및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발달, 2000년대 한류 드라마의 보급으로 인해 고취된 한국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 K-POP 고유의 우수한 콘텐츠….

아시아 각국의 음악 산업 종사자들은 특히 ‘한국식 스타 트레이닝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기획사 고유의 트레이닝 시스템에서 생산된 K-POP 가수의 솜씨가 자국 가수의 그것보다 우월하고, K-POP의 신화가 그 차이에서 기인했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런닝머신 위에서 노래 부르기’ 연습도

무대 장악력, 퍼포먼스, 안무 등 한국 가수들이 갖는 차별화된 솜씨와 월등한 격차는 어느 한류 현장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 종사자들의 의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스스로가 ‘혹독하리만치’ 엄정한 트레이닝 시스템에 대해 되레 강한 자부심을 드러낼 때도 많다. “데뷔 전 런닝머신 위에서 노래 연습을 했어요”(보아).

 이런 런닝머신 등의 방식은 무대에서 격렬한 춤에도 흔들리지 않는 가창력을 보유하기 위한 나름의 한국식 특훈이다.

체계화된 가수 육성 프로그램을 소유한 회사로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우선 언급될 수 있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f(x) 등 K-POP의 주역을 끊임없이 배출한 SM은 남다른 트레이닝법으로 시장을 선도해 온 주역이다. 

SM에 따르면 가수로 데뷔하기까지의 각 과정이 철저히 분업화된 가운데, ‘아티스트 개발팀’에게 트레이닝 업무가 전담된다.

현재 SM에서 준비 중인 ‘연습생’은 20여 명. 여느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SM의 연습생이 되는 것 자체를 부러워할 만큼 연습생이 되는 문턱 자체가 높다. 해외 오디션과 국내 오디션 등에서 춤·노래 등을 둘러싼 빼어난 ‘끼’나 발전 가능성을 보인 이들 중에서 선발된 연습생은 보통 네 가지 분야를 집중적으로 훈련받는다. SM 김은아 과장은 “안무, 보컬, 연기, 언어 총 네 가지를 중심으로 교습이 이루어진다. 획일화된 교육보다는 이른바 ‘맨투맨’ 형식으로 맞춤형 트레이닝을 꾀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연습생에게 필요한 주요 수업 및 과목은 오디션 등 다양한 평가 과정을 통해 결정된다. 각자의 스케줄 표가 주어지고, 주마다 과업에 따른 성과를 따지는 테스트 과정이 따라붙는다. 각 수업은 분야별로 세분화되어 있다. 재즈댄스·힙합·비보잉 등 다양한 장르를 교육하고, 보컬에서도 팝과 솔, 혹은 재즈적인 감성이 필요한 연습생 각각의 색깔에 맞추어 집중적인 강의가 이루어진다. 랩이 필요한 연습생에는 따로 랩 강사가 붙고, 외국어도 기본적인 영어를 비롯해, 중국어·일본어 교습이 주간별로 구성되어 있다. 안무를 제외한 대다수의 강사가 외부에서 초빙된다. 

김은아 과장은 “청소년이 대부분이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어 실력을 테스트한 후 중국으로 한 달간 연수를 다녀올 수 있는 ‘차이나 캠프’ 혜택을 주기도 하고, 캠프에서 월등한 언어 성장을 보일 경우 가족에게 중국 여행을 보내주는 포상 제도도 도입했다”라고 설명했다. 슈퍼주니어의 최시원, 소녀시대의 서현 등이 차이나 캠프를 다녀온 멤버들이다. 중간 중간 직접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거나 각종 비공개 자체 실전 무대에 오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SM, 연습생에게 연간 10억원 투자

이같은 트레이닝 과정은 적게는 3년, 많게는 7년까지 이루어진다. 소녀시대의 전 멤버가 3~7년간의 트레이닝 기간을 거쳐 데뷔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각종 연습 무대를 통해 단련된 만큼 일반 대중은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생방송 무대를 이들은 너끈히 소화해낸다. 아시아 어느 국가의 가수도 이런 트레이닝 기간을 갖지는 못한다. SM 본사를 방문하는 아시아 음악 산업 종사자들이 혀를 내두르는 대목이기도 하다.

연습생의 트레이닝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SM 연습생의 경우 연간 10억원의 비용이 투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습 기간 동안의 식비가 100% 지원되고, 지방 및 해외로부터 온 연습생의 숙소 비용, 모든 트레이닝 경비 역시 무상이다.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트레이닝 시스템의 확산은 달라진 가요 환경에서도 일정 부분 연유를 찾아볼 수 있다. 1990년대 외모 위주의 아이돌 그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각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은 ‘립싱크’를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고, 결국 노래를 못하는 가수를 차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되었다. 아이돌 역시 보컬 실력을 갖춰야 하는 시장으로 거듭난 셈이다.



  “좋은 콘텐츠 있기에 어느 시장에서도 가능성 있다”
박준영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싱실 실장 인터뷰

SM엔터테인먼트에서는 자체적으로 춤과 노래 등 모든 것을 해결한다. 박준영 프로듀싱실 실장은 SM에서 곡 프로듀싱과 비주얼 콘텐츠의 실무를 맡은 책임자이다.

소녀시대의 음악은 장르적으로 어떤 위치인가?

장르로 따지자면 댄스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시대와 장소에서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좋은 곡이라면 소녀시대는 어떤 장르의 음악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Gee>와 같은 전형적인 한국적 댄스 음악부터 <소원을 말해봐>의 유로팝 댄스, <훗> 에서는 고고 리듬에 복고풍의 기타 사운드가 어우러진 경쾌한 느낌의 팝댄스 곡을 선보였기 때문에 장르적인 위치를 따로 두고 있지 않다. 

소녀시대가 유럽·미국에서까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에 SM은 유튜브에 SM 공식 채널을 만들었다. 유튜브를 통해 SM의 콘텐츠가 유럽, 미국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렇듯 유튜브·페이스북·트위터 등 전세계 공통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소녀시대는 비틀스 등의 팝스타처럼 일본 진출 전부터 현지의 수많은 팬을 확보해 일본에서 관객 2만2천명 규모의 쇼케이스를 열고 데뷔 2개월 만에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음악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K-POP 가수가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미국에서 곡 작업을 할 때, SM 아티스트를 설명하기 위해 현지 작곡가들에게 소녀시대 등의 뮤직비디오를 보여주면 크게 놀란다. 뛰어난 실력의 퍼포먼스나 외국인과는 다른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지닌, 그러면서도 가창력이 있는 아티스트들을 보며 전체적인 퀄리티에 놀라는 것이다.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어느 시장에서도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소녀시대의 최근 곡 가운데는 해외 작곡가의 곡도 들어가 있는데.

SM 음악은 북유럽 작곡가의 곡, 미국 안무가의 춤, 한국의 프로듀싱이 더해져 만들어진다. 단순히 해외 작곡가의 곡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없다’의 접근이 아닌 월드와이드로 콘텐츠를 제작해 전세계 사람이 열광할 수 있게끔 만든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무조건 해외 작곡가의 곡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1년에 100곡을 받을 수 있고, 그 곡으로 앨범을 제작하는 환경과 해외의 곡을 받을 루트가 생겨 1년에 100개의 곡을 더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우리에게는 두 배의 옵션이 생기는 셈이다. 그런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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