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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피해의 한가운데 들어선 한반도

폭염 일수 5.8일, 열대야 일수 10.8일 더 많아져…온대가 아닌 ‘아열대 기후’로 들어가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02(Tue) 17:34:14 | 13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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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 연일 무더위와의 전쟁이다. 낮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어섰다는 뉴스도 들린다. 대한민국은 그나마 약과다. 중국 남부지방은 평균 기온이 40도를 넘으면서 최근 고온경보가 발령되었고, 일본 동부지방은 39도로 폭염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도 전국적인 폭염으로 아우성이고, 인도는 50도, 쿠웨이트의 경우 54도로 관측 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HO)는 올해를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로 예상했다.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데 있다. 특히 8월 상순에는 기록적인 역대급 폭염이 나타나고, 이런 더위가 9월까지 이어지면서 평년보다 무더운 날씨가 지속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지성 집중호우의 우려도 제기된다. 지구가 마치 정상이 아닌 듯 돌아가는 이런 ‘이상기후’ 현상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한반도는 과연 얼마나 이를 피해 갈 수 있을까. 정답은 ‘피해 갈 수 없다’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적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지구 전체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대기의 에너지가 세지고, 뉴턴의 운동법칙에 따라 높아진 에너지는 대기를 더 빠르게 움직이게 만든다. 이전에 수증기 이동 속도가 자전거 정도였다면 지구온난화로 더워진 대기의 속도는 중형차와 같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비구름을 만들고, 강한 비를 뿌린다는 것이다.

 

6월8일 인도네시아 자바 섬 세마랑에서 폭우로 수십 명이 사망하는 기상재해가 발생했다.


‘엘니뇨’보다 파괴력 더 큰 ‘라니냐’ 진행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가면 ‘엘니뇨’라든가 ‘라니냐’ 같은 자연변동성 원인이 작용한다. 자연변동성이란 지구의 대기·해양·지질 등에 이미 내재돼 있는 주기적인 변화다. 수년에서 수백 년 주기를 갖고 반복된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적도 부근의 무역풍이 약화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0.5도 이상 차이가 나는 상태로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해수면의 온도가 올라가면 엘니뇨, 내려가면 라니냐라고 하는데, 3~7년마다 나타난다. 이들 현상은 단순히 바닷물의 온도 변화에 머물지 않고 지구 기후 현상 전반에 영향을 주기에 문제가 된다.

 

엘니뇨의 경우, 이는 지구의 열 순환과 관계가 있다. 북극해의 차가운 바닷물이 바닥부터 퍼져 페루 앞바다 부근에서 위로 올라오면서 전반적으로 바닷물이 식는데, 이때 뜨거운 육지도 같이 식는다. 그러나 이 현상이 일정하게 일어나지 않으면 바닷물이 식지 않기 때문에 육지의 온도는 올라간다. 육지가 뜨거우면 물이 증발해 구름을 만들고, 이 구름이 태평양 동쪽에 많은 비를 뿌린다. 따라서 동태평양에 인접한 중남미에서는 폭우와 홍수가 나타난다. 반면 한반도가 위치한 태평양 서쪽은 가뭄이 들고 뜨거운 육지로 인해 무더운 여름 날씨가 이어진다. 지난해 슈퍼 엘니뇨 영향으로 한반도는 여름에 가뭄에 시달리고, 겨울엔 남부지역에 폭설이 내리는 기상이변이 속출했다. 2년 동안 위세를 떨치던 엘니뇨는 이제 물러갔고, 현재는 그보다 파괴력이 더 큰 라니냐로 진행하는 과정이다.

 

라니냐는 차가운 바닷물이 많이 올라와 생기는 이상기후다. 찬 바닷물이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장마가, 중남미에는 극심한 가뭄이 들고, 북아메리카에는 강한 추위가 발생하게 된다. 한마디로 엘니뇨가 기온 상승을 동반하면서 폭우와 가뭄을 일으킨다면, 라니냐는 기온 하강과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것도 지역에 따라 굉장히 대조적인 기후 현상 말이다.

 

우리나라도 올여름 라니냐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 같다. 초여름엔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었지만, 8~9월에는 폭염과 함께 비가 많이 내릴 가능성이 높고, 태풍도 평년과 비교했을 때 많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이와 같은 최악의 더위는 올 한 해의 특이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기후변화 속에서 한반도에 나타나는 이상기후의 하나로, 지속적인 추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기상청이 발표한 ‘2010 이상기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는 1912년부터 2010년까지 약 100년간 기온 상승이 1.7도로 지구 평균에 비해 두 배나 높았다. 연강수량도 변동성이 매우 커 20세기 초반 10년에 비해 최근 10년 동안 약 19% 정도 증가했다. 반면 강우 횟수는 감소해 왔다. 집중호우로 수해와 가뭄 피해가 동시에 심화돼 온 셈이다. 겨울철 강수량의 변화는 뚜렷하지 않으나 강설에서 강우로 나타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말라리아·뎅기열 등 열대성 질환 국내 발병

 

지금도 깜깜한데 앞으로 한반도는 더 큰 위기에 빠질 전망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5차 보고서와 기상청·환경부의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는 2050년까지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이 2도에서 최대 4도 상승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폭염 일수는 5.8일, 열대야 일수는 10.8일 더 많아진다. 온실가스 배출 추세를 현재대로 유지할 경우 21세기 후반(2071〜2100년) 한국의 기온은 현재보다 5.3도 높아지는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한국이 온대가 아닌 아열대 기후(열대와 온대의 중간 기후)에 들어가게 된다는 의미다.

 

아열대 기후는 월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 최한월(最寒月)의 평균기온이 -3~18도 지역을 말한다. 이 기준에 의하면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지역은 이미 아열대 기후에 들어섰다. 이런 가운데 올여름 전국 곳곳에 아열대를 연상케 하는 이상기후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기후변화는 생태계에서 먼저 감지되고 있다. 주요 작물의 재배지가 점차 북상하고 있는 것. 이제껏 사과 하면 경북 대구였는데 요새는 충북 청주, 강원 영월에서도 재배된다. 녹차 재배지도 전남 보성에서 강원 고성으로 북상했다. 제주도의 특산품이던 감귤은 재배지가 전남 완도·여수와 경남 거창으로 북상했고, 한라봉도 서귀포에서 전남 보성·담양·순천·나주 등지로 확대되고 있다. 반면 제주를 대표했던 유채꽃 축제는 전국 각지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바다에도 이어지고 있다. 1980년대만 해도 매년 10만 톤 이상 잡히던 명태가 지금은 거의 잡히지 않고 있다. 한반도 근해의 수온이 계속 오르면서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인 명태가 러시아 쪽으로 북상해 버린 것. 지난 100년간 전 세계 해양 수온은 0.5도 상승했는데, 한반도 주변 수온은 지난 40년간 1.3도 올랐다. 우리 근해의 해수 생태계 변화가 그 어느 곳보다 빠르다는 얘기다.

 

질병도 열대성 기후를 입증하고 있다. 말라리아·뎅기열·쯔쯔가무시와 같은 열대성 질환이 국내에서 발병하고 있는 것.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무엇이 달라진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무서운 역습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 법. 지금부터라도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 그것만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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