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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대선 캠프에 줄을 서시오’ 폴리페서들의 권력 도착증

명예․자리 욕심에 집착, 폴리페서들이 만들어낸 아수라

권상집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0.11(Tue) 16: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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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6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출범하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지난 10년을 비판하며 ‘정권교체’를 넘어 ‘경제교체’를 하겠다는 사실상의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경제교체와 함께 기업 중심이 아닌 국민 중심의 경제를 약속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 기회의 나라, 미래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전 대표의 뒤에는 무려 500명의 교수 및 학계 전문가가 싱크탱크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500명의 규모를 넘어 올해말까지 참여 교수를 1000명 이상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전히 자문단 규모에만 집착하는 문재인 캠프가 안타까울 뿐이다.

 

대한민국은 유독 언론인․교수․법조인․시민운동가 등이 자신의 직업을 정치권에 들어서기 위한 교두보로 인식한다. 정치에 대한 혐오는 전국적으로 높아지고 있는데 오피니언 리더로 부각되는 순간 상당수 교수․언론인․법조인 등은 갑작스럽게 정치를 자신의 소명으로 착각한다. 그리고 때로는 시대가 자신을 원한다는 망상에 빠져 지배계급 최후의 수단인 정치에 입문하기 위해 전방위로 모든 노력을 다한다. 전근대사회에서 신분의 귀천과 직업의 귀천을 구분하던 사농공상의 시대착오적 패러다임에서 여전히 그들은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미국 및 유럽에서도 학자들이 현실 정치에 발을 들여놓거나 캠프에서 정책 자문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선 때마다 각 정당의 후보 캠프가 대규모 교수 자문단을 구성하는 경우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 주요 학문분야별로 최고의 연구 성과를 창출하는 학자들은 절대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 학자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 일본 학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내 대학 교수들은 대선을 통해 감투 쓰는 것을 가장 명예로운 것으로 여기고 때로는 이를 가문의 영광으로 여긴다.

 

정치에 폴리페서들이 몰려드는 계기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부터였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했던 그들이 민주화에 대한 정통성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자 당시 지식인층이라고 일컬어진 주요 대학 총장, 각 대학 교수들을 현실정치에 끌어들여 국무총리, 장관, 청와대 수석 등의 각종 감투를 제공해 일부 교수들의 눈과 귀를 가로막았다. 김종인 현 민주당 의원 역시 그렇게 해서 군사정권 시절 발을 들여놓은 3류 폴리페서에 불과하다. 학자로서의 소명과 장인정신을 갖고 자신의 직분에 충실히 몰입하는 서구 및 일본 학자들이 유독 정치권에 줄을 서는 국내 학자들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이유는 바로 국내 학자들의 소명의식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싱크탱크에 발기인으로 참가한 교수들의 면면을 보니 주요 대학 총장이나 학회장 등이 참여했다. 예전부터 자리 욕심에 연연한 그들이 애초에 대한민국 성장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고 있을 리 없다. 이들의 목표는 한결같다. 대선캠프에서 최우선 순위로 주요 분과 위원장을 맡은 후 자신이 줄을 선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 청와대 수석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것이 그들의 최종 목표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국무총리․장관이 되려면 인사청문회를 거치고 신상이 탈탈 털릴 수 있기에 최근 캠프에 참가하는 교수들은 한결 같이 청와대 요직 또는 공공기관 이사장 등을 욕심내는 편이다.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낸 정책이나 슬로건이 참신할 리 없다.

 

문재인 전 대표가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창립 심포지엄에서 주장한 내용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4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슬로건 및 주요 키워드와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였던 시절 자신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을 출범시키며 강조한 키워드는 ‘국민행복’이었다. 당시 박근혜 의원은 ‘정권교체가 아닌 시대교체를’, ‘국정 운영의 중심을 국가에서 국민으로 바꿔 국가 성장의 핵심을 국민의 행복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놀랍게도 문재인 전 대표 역시 지난 6일 ‘정권교체가 아닌 경제교체를’, ‘경제 패러다임의 중심을 국가나 기업이 아닌 국민에게 맞추겠다’고 공언했다. 4년 전 박근혜 의원이 대선 출마를 위해 선언한 국민행복 선언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단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500명의 폴리페서들이 이합집산으로 모였으니 당연히 심도 있는 그리고 이 사회의 본질을 꿰뚫는 정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앞줄 오른쪽 세번째)가 10월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대선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창립 준비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앞줄 오른쪽 세번째)가 10월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대선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창립 준비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표는 ‘아동수당 도입, 셋째 자녀부터 대학 졸업까지 교육과 의료에 관한 부분’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치매질환도 국가에서 책임지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와 경쟁하듯 쏟아낸 포퓰리즘 공약의 영역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물론 교육과 의료, 아동수당과 치매질환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그는 4년 전 가장 중요한 자신의 정책 공약으로 내세운 반값등록금은 어느덧 강조하지 않고 갑자기 치매질환, 아동수당, 셋째 자녀에 관한 교육과 의료 지원이라는 또 다른 공약을 내세우는데 급급했다. 500명의 교수가 각각의 분과를 맡아 도출했다는 공약 또는 정책이 겨우 이 정도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싱크탱크에는 무려 1000명의 교수가 집결했다. 지난 2012년 대선에도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싱크탱크에 무려 1000명에 가까운 교수가 직․간접적으로 줄을 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2007년 당시 이명박 후보는 ‘신혼부부에게 모두 아파트를 제공하겠다’는 황당 공약을 내놓았고 지난 4년 전 대선에서도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경쟁하듯 서로 전면 무상 복지를 주장했다. 싱크탱크에 모인 교수들이 어떻게 해서라도 대선 후보의 눈에 띄어 청와대 또는 공공기관 사장․이사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책임한 공약과 자극적인 프레임 설정에 주력하다 보니 허경영식 공약들만 쏟아지고 있다. 그런 후에 자신이 지지한 대선 후보가 당선된 후 아무런 입각 제의를 받지 못하면 가장 먼저 해당 정부에 대해 독설을 퍼붓는 것도 바로 폴리페서 그들이다.

 

권력 집착을 넘어 권력 도착증에 빠진 폴리페서들이 만들어낸 행보가 어떤지는 그 동안 우리가 직접 생생히 경험해 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1기 참모진을 대학교수 중심으로 구성했다가 100일 간 국정 난맥에 빠졌고, 결과적으로 초기 청와대 수석 비서관들이 4개월도 안 돼 일괄 사의를 표명하는 진풍경을 보여줬다.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였던 홍기택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 참여 후 산업은행 회장이라는 핵심 요직을 꿰찬 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포지션을 허공에 날려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을 약화시키는 최악의 성과를 만들고 잠적했다. 국민의당 현역 의원인 모 의원은 교수 시절부터 총장 선거, 주요 공공 기관장,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줄을 대며 툭하면 수업권을 침해해, 학생들의 원망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조직의 본질에 관해 연구한 버나드(Barnard)는 가치와 이념을 토대로 의욕이 높은 2명 이상의 구성원만 모여도 엄청난 열정이 발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500명 또는 1000명의 이해타산 집단이 아니라, 의욕과 헌신할 의지가 높은 구성원을 소수라도 제대로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노벨상 또는 세계 정상급 학자가 없기에 수백 명의 학자가 모인다고 해서 혁신적인 정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건 필연적이다. 규모 확장이 아닌 후보를 위해 누가 진짜 몰입하고 헌신할 사람인지 문재인 전 대표는 옥석을 제대로 가려야 한다. 그래야 싱크탱크(Think Tank)가 가라앉는 탱크(Sink Tank)가 되지 않는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선 후보들은 지금 주요 대학 교수 영입에 혈안이 돼 있다. 미국과 일본의 학자들이 변함없이 학문의 진보를 위해 노력하는 사이, 국내 학자들 중 일부는 지금도 자신의 입신양명에만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규모 교수단을 구성해 캠프를 차린 후 정책․공약을 제안하는 건 저개발국가의 무능한 지도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아울러 대선 캠프에서 번호표 기준으로 100번이 넘어가면 정부 요직에 진출할 기회는 제로에 가깝다. 폴리페서들 역시 정신 차리고 학생과 학교를 위해 연구와 강의에 전념하라는 뜻이다. 아수라장 같은 대한민국은 폴리페서 바로 당신들이 만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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