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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원도 울고 갈 심부름센터의 진화

조직화·전문화로 업무영역 확대…최첨단 장비로 무장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8(Fri) 11:04:12 | 14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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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심부름센터(흥신소)’를 검색하면 수십 개의 업체들이 검색된다. ‘조용하고 정확한 문제 해결!’ ‘절대비밀 보장’ ‘증거수집 전문’ ‘최첨단장비 보유’ ‘특수팀 운영’ ‘광역수사대 출신’ 등 홍보 문구가 예사롭지 않다.

 

전국을 네트워크화한 ‘기업형’도 상당수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상시 의뢰가 가능하고 여성 고객을 위해 여성 전문 상담원도 두고 있다. 지역 지부장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지방 의뢰가 쉽도록 했다. 지부장들의 사진을 게재하고 휴대전화 번호도 게시해 놓았다. 업무 특성상 신뢰도를 높이고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다. 전직 경찰 출신들이 운영하는 업체도 눈에 띈다.

 

현행법상 심부름센터는 ‘기타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있다. 사업자등록을 내고 운영하는 것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다만, 심부름센터는 말 그대로 합법적인 대행업무만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행이나 도청 등 각종 불법 행위가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 폭행, 납치, 살인까지 저지르기도 한다. ‘심부름’으로 포장돼 있을 뿐 실상은 민간조사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설 민간조사업은 불법이다. 심부름센터가 합법과 불법 사이를 줄타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 시사저널 이종현·임준선


불법·탈법 난무, 규제는 뒷전

 

문제는 심부름센터를 관리·감독할 법적 근거가 없고, 마땅한 규제가 없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기저기서 음성적으로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현재 전국에 난립하고 있는 심부름센터는 최소 30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체당 직원 2명씩만 계산해도 6000명이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심부름센터의 의뢰인 모집은 대부분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의뢰인은 더욱 비밀을 유지할 수 있고, 업체 측은 쉽고 빠르게 의뢰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취급 업무는 개인·기업 민원 업무 외에 연예인, 유명 인사, 고위직 공무원이 주요 고객인 VVIP 서비스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개인정보 판매 브로커와 결탁해 주민등록번호부터 가족관계, 주소, 차량, 재산, 출입국 여부 등 전방위에 걸쳐 조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갈수록 조직화·전문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IT심부름센터’까지 등장했다. ‘사생활 캐내기’에 주로 이용된다. 배우자나 애인의 불륜을 알아내거나 사생활을 훔쳐보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이용자들이 필수적으로 이용하는 카카오톡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타깃이다. 메일을 해킹하기도 한다.

 

경쟁사 홈페이지를 해킹해 영업에 타격을 줄 목적으로 IT심부름센터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디도스 공격으로 사이트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심부름센터의 사회적인 폐단은 심각하다. 첨단 장비가 등장하면서 청부 살인, 불법 채권 추심, 개인정보 유출, 사생활 침해 등이 더욱 교묘하게 이뤄진다.

 

돈을 주고 의뢰했다고 해도 심부름센터를 그대로 믿었다가는 큰코다친다. 지난 3월 충남 아산에서는 기가 막힌 일이 있었다. 지적장애(2급)를 앓고 있는 A씨가 실종되자 가족들은 심부름센터에 의뢰해 찾아달라고 했다.

 

심부름센터 측은 공무원증을 위조해 경찰 행세를 하며 전남 목포에서 A씨를 찾았으나 “집에 가기 싫다”고 하자 부모에게 알리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했다. 이들은 A씨의 통장에 있던 361만원을 빼앗고, 대부업체를 통해 800만원의 대출까지 받도록 했다. 의뢰인인 A씨 부모에게 착수금을 받은 뒤 집에 보내지 않는 조건으로 A씨로부터도 돈을 받는 파렴치한 행위를 한 것이다. 이렇듯 실종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심부름센터에 의뢰하는 것은 위험이 뒤따른다. 경찰은 “신속하게 경찰서에 신고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당부한다.

 

지난해 11월에는 통신사 직원부터 해커, 여기에 관공서에 배치된 사회복무요원까지 연루된 심부름센터 일당이 붙잡혔다. 이들은 1년4개월 동안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업체 거래단가를 몰래 조사해 달라거나 채무자나 내연관계인의 소재 파악 등을 의뢰받았다. 이렇게 받은 의뢰 건수는 410건이나 됐고, 개인정보를 내다 파는 수법으로 1억4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이들은 범행을 위해 통신사 직원, 구청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 해커 등을 매수하고, 인터넷에 ‘각종조회, 증거수집, 소재파악’이 가능하다고 홍보하면서 의뢰인들을 끌어들였다. 수사기관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서로 모르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했다. 고객과 개인정보를 거래할 때는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하거나 익명성이 높은 모바일 SNS 메신저로 소통하는 등 치밀하게 움직였다. 의뢰인들을 보면 자영업자부터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주부, 공인중개사 등 직업 분야도 다양했다.

 

2016년 4월 박아무개씨가 A씨의 의뢰를 받아 그녀 남편 차에 위치추적기를 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 연합뉴스


간통죄 폐지로 호황 누려

 

지난 2015년 5월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심부름센터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만큼 수요가 늘 것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간통죄 폐지 이후 심부름센터는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의뢰인 10명 중 8명이 여성이고 대부분이 주부다.

 

이들은 배우자의 불륜이나 외도를 의심해 심부름센터에 뒷조사를 의뢰하기 시작했다. ‘불륜·외도 전문’을 표방하는 한 심부름센터의 개인 업무에는 ‘가정 내의 말 못할 고민이나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억울하게 의처증이나 의부증으로 오해받는 경우’ ‘이혼 소송 시 양육권·양육비·위자료·손해배상·재산분할’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7월 경찰에 적발된 불법 심부름센터의 경우 인터넷에 ‘차량 조회 15만원, 출입국 조회 45만원, 병원기록 40만원, 재산 조회 30만원’ 등의 글을 올려 홍보했다. 그러자 외도가 의심되는 배우자나 사위를 뒷조사해 달라거나, 헤어진 여자친구, 딸의 남자친구 위치를 추적해 달라는 의뢰가 줄을 이었다. 이들은 택배기사까지 매수한 후 택배 배송지 주소를 빼내 건당 15만원에 팔아넘겼다.

 

심부름센터와 의뢰인의 계약은 어떻게 이뤄질까. 작업은 착수금을 받는 대로 이뤄진다. 비용은 업체마다 다르다. 크게는 착수금과 성공 수당으로 나뉜다. 착수금은 의뢰비용으로 보면 된다. 성공하지 못해도 착수금은 돌려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보통 ‘50만~100만원(12시간 기준)+성공 수당’이다. 성공 수당은 작업의 난이도 등을 감안해 300만~수천만원에 이른다. 더러는 1억원을 넘는 경우도 있는데, 청부 살인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에 대해 심부름센터를 통해 청부 살인을 의뢰한 한 남편은 착수금과 성공 보수로 1억3000여만원을 건넨 적이 있었다.

 

물론, 착수금과 성공 수당은 의뢰인과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의뢰인이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의뢰인이나 상대방이 유명인이나 사회 저명인사일 경우에는 그만큼 금액이 올라간다.

 

의뢰인과의 계약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현금 거래가 원칙이다. 통장 거래를 할 경우 입출금은 대포통장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실명 통장을 이용하면 수사기관 등에 추적당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3~4명의 직원이 한 조가 돼 맡은 일을 한다. 본격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사전 작업도 한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추가 기본 정보를 수집한 후 불법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신상정보를 빼내는 것이다. 배우자 뒷조사뿐 아니라 선거 때는 경쟁 후보의 금품 수수 현장 등 불법 선거 증거를 포착해 상대 후보에게 돈을 받고 넘기는 일도 한다. 기업체는 직원들의 기밀 유출 등의 혐의를 잡기 위해 심부름센터를 이용할 때도 있다. 기초 사전 작업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최첨단 첩보 장비 정보기관 뺨 칠 정도

 

심부름센터 직원들은 첩보원도 놀랄 최첨단 장비를 가지고 다닌다. 정보기관을 뺨칠 정도다. 의뢰인이 원하는 사람의 위치를 24시간 추적할 수 있는 ‘차량 위치추적기’는 필수품이다. 크기가 담뱃갑 정도여서 차량 안에 몰래 장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차량 내부의 소리를 녹음하고 영상을 촬영하거나, 불륜 현장 증거물을 확보하는 데 쓰인다. 상대방의 음성을 녹음할 때는 자동 음성 인식 녹음기가 동원된다. 차량 등에 설치해 도청이나 동영상 촬영용으로 쓰는 소형 스파이캠(몰래카메라)도 있다.

 

심부름센터 직원들의 개인 장착품도 첨단을 달린다. 이들은 고성능 캠코더를 가지고 다니는데, 안경 모양이나 차량 리모컨 형태가 널리 쓰인다. 초소형 카메라의 경우 단추·볼펜·시계 모양이 있다. 감시 상대방이 전혀 알아차릴 수 없이 감쪽같이 위장할 수 있다.

 

배우자의 불륜 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불륜 시약’이 필수다. 불륜 행위를 한 후 일정 시간 안에 속옷 등에 뿌리면 정액이 묻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작업 난이도에 따라 망원경, 마취제, 전기충격기, 가스총까지 소지한다. 이런 첨단 장비를 동원해 미행, 차량 위치 추적, 도청, 카메라 촬영 등이 이뤄진다.

 

심부름센터는 최첨단을 달리지만 이들의 불법행위를 견제할 장치는 마땅치가 않다. 그렇다 보니 이들의 불법행위는 고삐가 풀린 상태다. 애먼 피해자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설 탐정제도’ 간절한 경찰

 

대한공인탐정연구원 개원식 행사 © 대한공인탐정연구원

심부름센터의 폐단을 막고 부족한 경찰력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탐정제도’가 거론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에서는 민간조사업(사설 탐정제도)이 합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민간조사업이 불법인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국회에도 수차례에 걸쳐 탐정 활동을 법으로 보장하는 ‘민간조사업법’이 상정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개인정보 유출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서다.

 

민간조사제도 도입에는 경찰이 적극적이다. 표면적으로는 탐정이 제도화되면 불법 심부름센터의 난립을 막고 경찰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 이면에는 퇴직 경찰관들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속내가 들어 있기도 하다.

 

지난해 4월에는 전·현직 경찰관들이 ‘대한공인탐정연구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퇴직 경찰관과 정년이 5년 이내로 남은 현직 경찰관에게 회원 자격이 주어진다. 2015년부터 경찰청 민간조사원(탐정)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 회장은 “매년 많은 실종자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경찰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탐정제도가 도입되면 장기 실종자를 찾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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