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愚公移山)과 월봉인수(月逢印綬)
  • 한가경 미즈아가행복작명연구원장·시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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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경의 운세 일기예보 (1)]

 

살다보면 이 길을 갈까, 저 길을 갈까 고민할 때가 있다. 주위 사람들 눈치를 보며 다 집어치우고 새로운 길을 개척할까, 아니면 하던 일을 계속할까 고심할 때도 있다. 마치 삼거리길 같은 곳에서 어디를 갈지 고민하는 경우다. 골머리를 앓으며 끙끙댈 때가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사실 이 길을 가도 되고 저 길을 가도 되는 경우가 많다. ‘피할 수 없거든 즐기라’는 미국의 심장전문의 로버트 엘리엇의 말이 있다. 힘들더라도 우직하게 하던 일을 계속 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인 경우가 많다.

 

© 사진=Pixabay

우화같은 옛날 얘기 하나가 고사로 전해온다. 중국 익주에 태행산과 왕옥산이라는 두 개의 큰 산이 있었다. 각각 둘레가 700리나 되고 높이는 수만 척에 이른다. 산 북쪽에 우공(愚公)이라는 이름에, 2% 부족한 듯한 노인이 살고 있었다. 나이는 90살에 가까웠다. 

 

노인은 어디를 가야 할 때마다 이들 두 산을 빙 둘러야 했기 때문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느 날 가족회의를 소집해 의논한 끝에 산을 옮기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음날 아침부터 우공네 가족들은 산을 옮기는 작업에 착수했다. 파낸 흙이나 돌은 삼태기에 담아 멀리 발해까지 운반해 바다에 버렸다. 가족들만 하는 일이고 보니 작업의 진전이야 보잘 것 없었지만, 그래도 전혀 낙망하지 않고 모두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했다. 

 

주위에서 빈정거리자 우공이 대답했다. “내가 죽더라도 아들과 손자들이 있고, 또 그 아들과 손자들이 태어나니 일하는 손이 끊이지 않을 것이오. 산이야 지금보다 조금도 커지지 않을 것 아니오. 그러니 언젠가는 두 산을 다 옮길 수 있을 것이오.”

 

하늘의 옥황상제가 우공의 기개에 감탄했다. 그래서 신에게 명해 하룻밤 사이에 두 산을 딴 데로 옮기라고 명했다. 덕분에 우공의 집 앞에서 한수까지 일직선 도로가 생겼다. 이 일화로 인해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가 탄생했다.

 

최근 둘째 아가의 신생아작명을 하기 위해 P씨 부부가 필자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P씨 부인이 필자에게 연신 고맙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유인즉슨 남편 진로 자문 덕이었다. 3년 전 첫 아이 이름을 지으러 방문했을 때였다. 집에 돈이 다 떨어져 곤란한 지경인데 딸까지 태어나 속터지는 상황이었다는 것. 교수가 꿈인 남편은 책만 붙잡고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남편이 석․박사 학위 다 따며 공부하도록 놔두어야 하느냐, 아니면 어디 일자리라도 알아보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남편은 누가 말려도 계속 공부해 학위를 취득할 것이며 2016년엔 교수 꿈을 이룰 것이라고 필자가 말해줬다는 것이다. 실제 남편은 지난해 1월말 모 대학 교수채용 때 합격통보를 받았다며 부부는 신기해했다. 남편이 학교에서 강의를 재미있게 해 인기를 끌고 있을 것이라는 첨언에 산모는 또 한 번 무릎을 쳤다. 아닌게 아니라 남편이 타고난 말재주를 십분활용, 인기 강의로 유명해지고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역리학교과서에 ‘월봉인수(月逢印綬)’라는 말이 있다. 태어난 날을 일간 혹은 일주, 태어난 달을 월지 혹은 월령이라고 한다. 또한 하나의 오행을 생조하는 오행을 인수라고 부른다. 인수는 공부하는 학문별이다. 이 때 월지가 일간을 생조하는 오행으로 구성돼 있을 경우, 바로 월봉인수 사주가 된다. 

 

월봉인수 명조는 교육자나 학자 등 문인이 많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며 하늘로부터 10년 묶음으로 받는 운기를 대운(大運), 1년씩 돌아가며 받는 운을 세운(歲運)이라고 한다. P씨 운세를 살펴보니 2015년까지는 10년간 우직하게 공부만 하는 인수 운이었다. 그리고 2016년부터 재운이 드니 취직에 성공하게 된 것이었다. 역학에서는 한 해의 바뀜이 입춘 무렵부터라고 본다. 그래서 오랫동안 실업자생활을 해온 P씨였지만 지난해 1월 교수직 합격 통보를 받고 입춘 직후인 2월초부터 직장 근무를 하게 됐던 것이다. 

 

P씨는 일간이 금, 월지는 토 오행이었다. 그리고 대운은 기묘(己卯) 대운으로 2015년까지 인수인 토, 2016년부터 재성인 묘 오행 대운으로 바뀌는 운세 흐름이었다. 지난해 세운이 병신년. 병신년의 병(丙)도 다행히 합격이나 취직을 의미하는 관운을 안겨주는 좋은 운이었다.

 

만일 P씨가 ‘아이 분유값도 없다’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석․박사 공부를 그만 포기하고 어디 취직자리라도 알아봤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랬다면 겨우 어느 기업체에 취직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교육직이 천직인  P씨였다. 아마 못내 찜찜해하며 마지못해 한 5년쯤 직장을 다니다 사표 쓰고 다시 박사공부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에게 2021년부터 5년간 다시 공부에 매진하는 인수 운이 찾아오니까 말이다. 그랬다면 목표로 가는 지름길을 놔두고 고생스럽게 에둘러가는 힘든 인생이 됐을 터.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했던가. 우리가 여행이나 작업을 할 때에도 과학의 힘이 바탕이 된 날씨예보를 참고해 착수하는 날을 잡거나 일정을 기획하고 조정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다. 운세 일기예보도 마찬가지다. 운세 지도를 참고해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판단하는 것은 이처럼 성공적인 미래경영을 위해 도움이 되는 현명한 일이 된다.

 

 

© 사진=한가경 제공

주요 이력

 

한국문인협회·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시인()

문학세계 문학상 수상(2015년)

미즈아가행복작명연구원장(www.poethan.com)

 

)

천지일보 논설위원()

한국일보 오늘의 운세 연재()

국민일보 정치부·사회부·문화부·체육부기자·차장·부장·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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