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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치닫는 北·美 관계, 고조되는 8월 한반도 위기설

[평양 Insight] 북한 7월 두 차례 미사일 발사 후 양측 고위급 간 설전 이어져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0(Thu) 10:30:00 | 14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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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 간 때 아닌 ‘발편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발편잠은 ‘근심이나 걱정이 없어져 마음 놓고 편안히 자는 잠’이란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는 순우리말. 북·미 양측이 상대방을 향해 ‘발 뻗고 자는 꼴은 못 보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거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이 같은 상황을 촉발시킨 건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과 본토타격 발언이다. 7월4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시험 발사한 북한은 ‘대성공’을 주장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물론 노동당과 군부의 수뇌부, 북한 관영 선전매체 등이 일제히 “미 전역이 핵 미사일 타격 사정권에 들었다”며 워싱턴을 자극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자 미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사령탑이 전면에 나섰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8월2일(현지 시각) 김정은을 겨냥해 “그는 밤에 편하게 잠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미국의 대북압박 파고가 매우 높아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경우에 따라 김정은 제거를 목표로 한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경고로도 해석된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김정은에게 맞서고 있다”며 “김정은은 고립돼 있고, 북핵 문제에서도 고립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정권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예측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며 통제 불능 상태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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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매스터 “김정은 잠 편하게 자선 안 될 것”

 

앞서 북한도 ‘밤잠’ 문제를 거론하며 워싱턴을 정조준했다. 화성-14형을 처음 쏜 지 이틀 만인 지난달 6일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 ‘메아리’는 “이제부터는 미국 놈들이 발편잠을 자지 못할 것”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을 편히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북한의 조선중앙TV에는 연일 ‘화성-14형으로 미국이 밤잠 설치도록 만들어버리겠다’는 주민들의 구호가 등장하고, 규탄 캠페인도 곳곳에서 벌어진다. 발편잠이 반미의 키워드로 자리 잡는 듯한 분위기다.

 

이 같은 상황은 김정은이 핵실험이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군부대 현장방문 때마다 직접 발편잠을 입에 올리면서 확산됐다. 지난해 3월 김정은 위원장은 신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지켜본 뒤 “최근 개발한 타격무기들을 최고사령부의 작전 전역들에 하루빨리 실전 배치함으로써 적들이 제 땅에서 최후의 종말을 맞는 순간까지 단 하루, 단 한시도 발편잠을 자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때도 김정은은 “적대세력들의 뒷잔등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탄을 매달아놓는 것”이라며 “적들이 발편잠을 자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5년 5월에도 북한과 미국은 밤잠 문제로 신경전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해리 해리스 신임 태평양사령관이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이며 북한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한 대목을 북한이 물고 늘어졌다. 조선중앙통신은 논평에서 “해리스가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북조선이 아태 지역에서 가장 큰 위협’이라느니, ‘북조선 때문에 저녁에도 잠자리에서 일어난다’느니 하며 횡설수설했다”고 해리스 사령관의 발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어느 하루도 발편잠을 잘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미 간 이 같은 공방은 심리전적 측면이 강하다. 당장 실제적인 위협을 가하거나 위기가 닥친 상황은 아니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뒤흔들려는 의도다. 북한식 표현대로 이른바 ‘말폭탄’이란 얘기다. 하지만 북한의 ICBM급 탄도미사일의 잇단 도발로 한반도 위기지수가 훌쩍 높아지면서 점차 말뿐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북한의 ‘본토 타격’ 위협을 실체적 위협요인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북한도 김정은 체제 붕괴를 상정한 미국의 대북압박을 체감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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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부에서 北 ‘레짐 체인지’도 제기돼

 

트럼프 대통령은 8월2일 북한과 러시아·이란에 대한 고강도 제재방안을 담은 패키지법안에 서명했다. 북한이 원유 및 석유제품을 수입하는 걸 봉쇄하고 외국 국가들이 북한의 노동자를 채용하거나 상품거래 등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화된 독자제재 조치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 등 약발이 다한 대응방안에는 더 이상 집착하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분위기다. 김정은 정권의 축출을 의미하는 ‘레짐 체인지’를 염두에 둔 해법도 공개적으로 거론된다. 미국의 세계적 외교석학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북한의 ICBM 발사 이튿날 미·중 간 조율을 통한 김정은 체제붕괴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 축출을 통해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위기를 제거하는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논의하는 걸 미·중이 다뤄보자는 방안이다. 워싱턴의 조야(朝野)에서는 미 본토를 위협하게 된 북한의 위험한 핵과 미사일로부터 불안정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을 분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없는 건 아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평양 측과의 대화가 필요한 때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하지만 국무부 대변인이 나서 “북한과 대화하거나 협상을 고려하기까지 북한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교통정리를 하는 분위기다. 북한에 잘못된 사인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대북압박의 거친 파고를 만난 김정은은 장고(長考)에 들어간 분위기다. 두 차례의 ICBM 발사 이후 어떤 선택을 할지를 놓고 몇 가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7월4일 화성-14형 발사 때 김정은은 “미국 놈들에게 크고 작은 선물을 보내줄 것”이라며 추가 도발을 예고했다. 하지만 2주 뒤 추가 발사에 성공한 이후에는 “이만하면 미국이 알아들었을 것”이라며 다음 수순으로 넘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6차 핵실험과 같은 도발로 미국과의 대립각을 더 세울 것인지, 협상국면으로의 탐색을 벌일지를 놓고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선 것이다.

 

8월 한반도 정세는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복잡하고 긴장된 상태다. 하순에는 한·미 합동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이 잡혀 있다. 함모와 전폭기 등을 총동원한 대북압박에 김정은은 다시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참수작전 등이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상황에서 지하벙커에 은둔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어차피 발편잠을 자기 어렵게 된 김정은이 꺼내들 대미(對美)카드가 무엇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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