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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분노’가 이끈 고발의 시대

웨인스타인 효과가 낳은 反성폭력의 방아쇠

김회권 기자 ㅣ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11.28(Tue) 17: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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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원래는 피해 여성이 고소를 취하하면서 마무리됐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복직을 앞둔 여성을 향해 직장 내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얘기들이 돌았다. 그래서 여성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건의 내용을 알렸다. 한샘 케이스는 직장 내 성폭력을 고민하게 하는 대표적 사건 중 하나로 확대됐다.

 

일부에서는 한샘 사건을 '미투(#Metoo)' 캠페인과 관련 짓는다. 살면서 여성이 겪었던 성추행 혹은 성폭행을 공개적으로 고발하는 캠페인이 '미투' 캠페인이다. ‘사후’와 ‘공개’라는 키워드는 그간 침묵하던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걸 뜻한다. 경찰청 통계는 그런 변화의 움직임을 방증한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는 2012년 341건이었지만 지난해 545건으로 늘었다. 하지만 몇 년 새 보인 증가를 두고 단순히 사건 자체가 늘었다고 평가하기 보다 음지에 묻힐 지도 모를 사건을 고발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피해자들의 자각이 중요한 동력이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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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 하루 만에 해고된 미국의 대표 TV앵커

 

우리도 성폭력, 성희롱 문제의 고발이 이슈지만 미국에서는 보다 광범위하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투(#Metoo)' 캠페인 그 자체가 미국에서 시작한 바람이다. 11월21일, 미국 TV 앵커 중 신뢰도가 높은 인물이었던 찰리 로즈(75)는 CBS에서 해고됐다. 역대 미국 대통령이나 미국을 방문했던 주요 인사들을 상대로 심도깊은 1대1 인터뷰를 해오던 대표주자가 로즈였다. 위상이 확고한 언론인이었지만 CBS는 해고의 이유로 "매우 불편하고 용납하기 어려운 행동 때문"이라고 밝혔다. 

 

바로 전날인 20일, 워싱턴포스트는 로즈가 8명의 여성을 성희롱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로즈와 일하던 3명의 여성을 실명으로, 5명의 여성을 익명으로 등장시켰다. 1990년~2011년 사이에 당시 21세~37세였던 여성들은 원치 않는 성적 유혹과 신체적 접촉을 로즈로부터 당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로즈의 쇼 프로그램 제작에 참가하거나, 참가를 희망하는 여성들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프로그램을 함께 제작했던 주변 직원들의 목격담도 취재했다. 그 결과 로즈의 성희롱이 사실에 부합한다고 보도했다. 불과 하루 만에 미국의 대표 언론인은 자신의 경력에 종지부를 찍어야 했다.

 

최근 권력을 쥔 남성들이 했던 추악한 성적 행동이 미국에서는 계속 고발당하는 중이다. 로즈의 추락은 그런 흐름에 정점을 찍었다. 이를 두고 미국 내에서는 '웨인스타인 효과'라고 부른다. 2017년 10월 헐리우드의 거물 프로듀서인 하비 웨인스타인을 둘러싼 스캔들이 표면화되면서 시작한 말이다. 

 

웨인스타인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추악한 민낯을 보여줬다. 뉴욕타임스는 기네스 펠트로, 안젤리나 졸리 등을 포함해 수십 명의 배우와 모델이 웨인스타인으로부터 성추행 당했다고 밝혔다. 웨인스타인은 권력 관계를 철저하게 이용했다. 신인 여배우가 문제를 제기하면 몸값이 비싼 변호사를 통해 찍어 눌렀다. 다시는 업계에서 일하지 못하겠다는 위협을 실제로 사용했고 그게 먹혔다. 첫 주연을 따낸 기쁨도 잠시, 웨인스타인의 요구를 거절했던 기네스 펠트로는 당시를 기억하며 “주연 자리를 내놔야 하는 것 아닌지 두려웠다”고 회상했다.

 

배우들을 지켜야 할 입장에 서 있는 에이전시도 거물의 권력에 굴복했다. 에이전시는 소속 배우의 개런티를 통해 수입을 얻는다. 웨인스타인과 대립해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건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일이었고 그래서 침묵을 택했다. 여성들의 용기있는 고발이 계속되자 그는 자신이 공동으로 설립한 웨인스타인 컴퍼니에서 해고됐다. 

 

웨인스타인 다음은 또 다른 거물 배우였다. 미국의 유명 드라마 시리즈인 '스타트렉'에 출연했던 안소니 랩(46)은 자신이 14살 때 유명 배우인 케빈 스페이시(58)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인기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주인공을 소화하고 있던 스페이시는 시즌6에서 바로 하차했고 에이전시와의 계약도 해지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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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과 엔터테인먼트에서 이제는 정치까지

 

불편하고 용납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웨인스타인의 피해자들이 털어놓으면서 '미투' 캠페인은 시작했다. 웨인스타인과 스페이시를 향한 고발이 방아쇠가 됐다. 고발은 언론과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정계를 들썩이고 하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 주 상원의원 보궐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로이 무어 전 판사는 40대 여성으로부터 고소당했다. 여성은 자신이 14살 때 무어 후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무어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무어는 "40년 전의 일을 이제와서 되짚는 여성을 믿을 수 없다. 정치적 사건이다"며 저항하고 있다. 고소가 알려진 뒤부터 여론조사에서는 더그 존스 민주당 후보가 앞서고 있다. 

 

지금 헐리우드에서 시작해 확산된 미투 운동은 소셜 채널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 퍼지는 중이다. 성폭력방지 비영리단체인 RAINN(Rape, Abuse & Incest National Network)에 따르면 1998년부터 성희롱을 포함한 성폭력을 신고한 여성은 미국 내에서만 1770만명에 달한다. 그리고 이 중 94%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말하는 용기에서 시작한 웨인스타인 효과는 이런 비극적 성폭력 문제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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