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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에 업고 ‘新한류’ 뚫는다

한류 콘텐츠에 대규모 투자하는 넷플릭스의 속내 주목

정덕현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18(Sun) 12:00:00 | 14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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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는 지금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 사드 여파로 인해 중국 시장이 막힌 후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건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다. 인터넷 기반의 이 글로벌 플랫폼은 로컬 콘텐츠를 곧바로 글로벌 콘텐츠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류 콘텐츠 전반의 변화를 예고한다.

 

넷플릭스는 이미 한국 드라마 및 예능 프로그램 판권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는 JTBC와 600시간 콘텐츠 계약을 맺었고 tvN·OCN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JTBC 《맨투맨》은 회당 35만 달러에, tvN 《비밀의 숲》은 회당 20만 달러에 판권 계약을 맺었고, OCN 《블랙》 《나쁜녀석들》, tvN 《화유기》 《슬기로운 감빵생활》 《아르곤》의 독점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넷플릭스에 속속 입점하는 한류 콘텐츠들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 이어, 아예 넷플릭스가 직접 투자해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들’도 곧 방영될 예정이다. 《시그널》로 화제를 일으킨 김은희 작가의 신작 드라마 《킹덤》은 넷플릭스가 회당 12억~15억원을 투자해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다. 이 밖에도 천계영 작가의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이 제작되고 있고, 개그맨 유병재의 《오리지널 스탠드업 코미디 스페셜》이나 《런닝맨》을 제작했던 조효진 PD의 《범인은 바로 너》 같은 예능 프로그램들도 이미 넷플릭스가 투자를 확정한 상태다. 물론 이미 제작된 한국 드라마들도 다수 입점해 있어 넷플릭스를 통해 우리는 물론이고 전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누구나 한류 콘텐츠들을 접할 수 있게 됐다.

 

“한국 콘텐츠는 미국 드라마 못지않게 중요한 콘텐츠”라고 넷플릭스가 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건 실제로 우리네 한류 콘텐츠가 가진 작품성이나 완성도를 높이 평가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이만큼 가성비 높은 투자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김은희 작가의 신작 드라마 《킹덤》을 예로 들어보면, 회당 제작비가 12억~15억원이다. 국내 드라마 중 최고의 회당 제작비를 투입한 드라마는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로 회당 9억원이 들었다. 그래서 《킹덤》은 제작비가 꽤 높은 것 같지만, 미드와 비교해 보면 굉장히 소소한 수준이다. 《왕좌의 게임》 같은 대작은 회당 제작비가 무려 700만 달러(80억원 수준)에 이른다.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옥자》도 마찬가지다. 《옥자》의 제작비는 600억원으로, 국내 영화 제작비 수준과 비교해 보면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올해 넷플릭스가 내놓은 콘텐츠 제작 예산이 8조6000억원이라는 걸 떠올려보면 전체 예산의 1%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제작비는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지만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옥자》 같은 경우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봉준호 감독 작품이라는 점 자체가 넷플릭스 브랜드 홍보에 큰 효과를 낸 바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컸던 것은 국내에서 이 작품을 두고 벌어졌던 멀티플렉스 영화관과의 대결구도를 통해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다. 넷플릭스는 《옥자》를 통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자신들의 플랫폼을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각지에 알릴 수 있게 됐던 것이다. 홍보 효과 이외에도 한류 콘텐츠는 아시아권 같은 지역에 넷플릭스의 저변을 넓히는 중요한 거점이기도 하다. 아시아권을 통틀어 한류 팬들은 주로 불법 유통되는 한류 콘텐츠들을 접하고 있지만, 넷플릭스가 《킹덤》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된 한류 콘텐츠를 내놓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 글로벌 플랫폼의 저변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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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건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이 만들어내는 한류 콘텐츠의 변화 기류다. 지난해 방영돼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비밀의 숲》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17 국제TV드라마 Top 10’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장르물이 해외에서도 충분히 먹힌다는 걸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런데 《비밀의 숲》이라는 드라마가 가진 독특함이 눈에 띈다. 그건 이 드라마가 기존 장르물과는 사뭇 다른 ‘본격 장르물’의 정수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살인 사건이 등장하지만 이를 추적해 가며 드러나는 검찰 내부의 비리를 청산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놀랍게도 이수연이라는 신인 작가의 첫 작품인 《비밀의 숲》은 그래서 국내 드라마가 어떤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는 징후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킹덤》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좀비물이라는 특이한 소재를 가져왔다. 국내 드라마에서 그토록 많은 사극들이 등장했지만 이런 시도는 거의 없었다. 사극에 좀비 장르가 더해진 것. 그런데 이런 퓨전이 우연적인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넷플릭스 안에 들어가 있는 많은 장르물과 《킹덤》이 나란히 서 있는 광경을 떠올려보면 그 선택이 쉽게 이해가 된다. 즉 《킹덤》은 보편적 장르로 자리한 좀비물을 가져와 글로벌 콘텐츠로서의 면면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사극이라는 우리네 장르적 특수성을 더해 차별화를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한류 드라마나 영화, 예능 프로그램 같은 콘텐츠의 글로벌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가요계를 강타하고 있는 글로벌 플랫폼은 유튜브다. 지난해 아메리칸 뮤직어워드 무대에 서서 방탄소년단이 《DNA》를 부를 때 관객들이 떼창을 하는 모습은 유튜브가 갖고 있는 파급력이 얼마나 큰가를 확인시켜줬다. 즉 방탄소년단은 유튜브를 통한 글로벌 소통을 일찍부터 해 온 바 있다. 뮤직비디오나 새 앨범이 나왔을 때, 또 딱히 별다른 일이 없더라도 일상적으로 담아내는 연습 과정 같은 영상들이 유튜브를 통해 소개되며 방탄소년단은 일찍이 팬덤을 구축해 왔다는 것이다.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들조차 노래를 따라 하게 된 건 이유가 있었다. 처음에는 유튜브 등에 소개된 칼군무로 시선을 빼앗긴 그들이 자연스럽게 팬덤으로 들어가 노래까지 습득하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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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유튜브가 확인시킨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

 

방탄소년단이 보여준 이 글로벌 플랫폼의 힘은 이제 가요계 전반으로도 전파되고 있다. 이른바 ‘리액션 영상’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네 가수가 부른 노래에 전 세계의 유튜버들이 리액션을 보이는 동영상들이 현재 유튜브에는 넘쳐난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시각적으로 그리고 감성적으로 연결되는 소통의 순간들이다. 박효신이 부른 《야생화》의 가사 내용을 외국인들은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노래에서 전해지는 절절함에 외국인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들이 영상을 통해 전파되고, 그것은 입소문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K팝에 대한 저변을 넓혀주게 되는 것이다. 한류는 과거 특정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바 있다. 즉 일본 시장, 중국 시장, 동남아 시장 같은 표현이 나온 건 그 특정 국가를 겨냥한 콘텐츠 제작과 마케팅 방식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특히 아시아권에서 어떤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갈등 상황들이 발생하면 아예 시장 자체가 막히는 일도 생겨났다. 역사적 문제가 발화돼 일본 시장이 막혔을 때, 중국 시장이 개척됐고, 그 후 사드 문제로 중국 시장이 막혀버리자 베트남 같은 새로운 시장 개척을 했던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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