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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이 자꾸만 오지로 들어가는 이유

超연결사회의 피로감, 자발적 고립으로 치유한다

정덕현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6(Sun) 10:00:00 | 1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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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사단이 만든 tvN 《숲속의 작은 집》은 제작진 스스로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라고 명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숲속에 작은 집 한 채를 지어놓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공공 수도나 전기도 닿지 않는 이 외딴곳에 지어진 집은 그래서 도시의 편리한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사람들과의 대면은 전무하고, 무언가를 사거나 할 수 있는 상점 또한 없으니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피실험자로 이곳에 들어간 박신혜와 소지섭은 그래서 ‘자발적으로 고립된’ 삶을 하나하나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고립된 삶 속에서 ‘신세계’를 경험한다. 아무도 없어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한 숲속에서 이들은 새로운 소리들을 듣게 된다. 어디선가 흘러가는 개울 소리,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 알 수 없는 새소리, 밤이면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 등등. 도시에서는 전혀 들을 수 없었던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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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작은 집》이 찾아낸 신세계

 

밤이면 깜깜 절벽이 되는 그곳에서 박신혜는 밤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을 바라보며 아이처럼 즐거워한다. 비 오는 날 산책을 하던 소지섭은 빗방울이 빛방울이 돼 반짝이는 광경들을 발견하고 놀라워한다. 세 시간에 걸쳐 천천히 음식을 먹어보자 도시에서 자신들이 얼마나 급하게 한 끼를 때우며 살았는가가 새삼 느껴진다.

 

《숲속의 작은 집》은 그래서 마치 도시생활에서 잃어버렸던 ‘감각 재활훈련’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소음에 귀먹고 현란한 네온사인에 눈멀었던 그 감각들은 이 오지 속에서 다시금 깨어난다. 미니멀 라이프, 오프 그리드 같은 트렌드를 거론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된다. 우리가 얼마나 과잉된 세상에 살고 있는가를.

 

오지(奧地)의 사전적 의미는 ‘해안이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의 깊숙한 땅’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오지를 이런 사전적 의미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딘지 중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소외된 곳이란 부정적 인식이 그 단어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오지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소외된 곳이 아니라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오히려 평온함을 되찾을 수 있는 곳이고, 나아가 현실에서 잃고 있던 삶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지에 대한 긍정적 시선은 이미 2008년 《MBC 스페셜》에서 방영돼 화제가 됐던 ‘곰배령 사람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휴대폰이 터지지 않을 정도로 오지인 곰배령에 사는 사람들의 친자연적인 삶에 시청자들은 오지가 가진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2년부터 지금껏 방영되고 있는 《나는 자연인이다》는 이러한 오지의 매력을 그곳에서 살아가는 자연인들의 삶을 통해 확인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이 프로그램은 7% 시청률을 넘김으로써 얼마나 지금의 대중들이 자연적 삶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가를 보여줬다.

 

SBS 《생방송투데이》에서 월요일마다 방영되는 ‘오지기행 어디로’ 같은 코너에서는 은퇴한 이들이 오지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KBS에서 여름특집으로 방영된 6부작 《그 섬에 살고 싶다》는 가파도·비양도 같은 오지 섬에서 살아가는 쉽지 않은 삶의 편린들을 담아내면서도 그것이 도시인들에게는 하나의 로망처럼 다가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경쟁하지 않고 잡히면 잡히는 대로 친구들과 저녁 한 끼를 나누며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삶은, 결코 녹록지 않은 오지의 삶마저 한번쯤 꿈꾸고픈 삶으로 느껴지게 했다.

 

우리가 사는 사회를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라 부른다. 모든 것들이 연결돼 있어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끊임없이 외부세계와 연결된다. 누구나 갖고 있는 스마트폰에는 이제 1000개에 가까운 전화번호들이 들어가 있다. 게다가 메신저 서비스나 SNS는 계속해서 친구들(?)을 연결해 준다. 이러한 초연결사회 속에서 살다 보면 연결이 끊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많은 연결 속에서 진정으로 대화할 수 있는 친구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은, 그러한 관계가 본질적이지 않다는 걸 말해 준다. 끊임없이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서 호응하며 살아가다 보니 정작 나란 존재는 희미해지게 됐다는 것이다.

 

오지는 그래서 초연결사회로부터 피난처가 된다. 가끔 모든 걸 끊어내고 산사에서 며칠을 머무른다거나, 전화통화가 되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거나,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삶을 아예 선택하는 건 그래서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인 셈이다. 이 상황에서 오지는 더 이상 ‘소외’를 의미하지 않는다. ‘회복’이고 ‘위로’이며 ‘행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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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곳에서 치유하는 곳으로 바뀐  오지

 

도시생활에 지쳐 고향집으로 내려온 한 인물의 시골 생활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무려 150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지금의 대중들이 얼마나 자발적 고립을 희구하게 됐는가를 잘 말해 준다.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가 그러했듯이 《리틀 포레스트》도 한 시골에서 철마다 나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해 먹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도시인들을 몰입시켰다. 봄에 쑥을 캐 음식을 해 먹고, 여름엔 콩국수, 겨울에 뜨끈한 수제비와 배추전을 해 먹는 이 영화는 그래서 먹방을 보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걸 보며 느끼게 되는 건 도시인들이 가진 ‘마음의 허기’다. 하루하루 급하게 살아가다 보니 허투루 대했던 나와, 그래서 그 내가 가진 채워지지 않던 허기를 이 시골의 자연은 넉넉하게 채워준다.

 

늘 급하게 앞으로만 달려왔던 우리들은 이제 숨이 턱까지 차올라 있다. 잠시만이라도 숨을 고르고 싶고, 돌아보지 않던 자연만큼 막 대하던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 이젠 저 멀리 있을 것처럼 유혹하던 화려하고 거창한 성공이 도시의 불야성처럼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까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오지는 지금까지 우리를 둘러싸던 것들을 끊어냄으로써 잃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곳이란 점에서 새로운 신세계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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