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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vs勞③] “문재인 정부, 만원의 행복을 절망으로 만들어”

[인터뷰]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최저임금 개악, 청와대와 사전 교감 없이는 불가능”

조해수 기자 ㅣ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0(Wed) 08:00:00 | 14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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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이제 막 시작됐지만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의 얼굴은 이미 새카맣게 그을려 있었다. 6월1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6월10~11일 울산을 방문해 6·13 지방선거 지원 유세를 펼치고 서울로 급히 돌아온 상황이었다. 선거도 선거지만, 민주노총은 최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6월11일에는 ‘양승태(전 대법원장) 구속수사 촉구 결의대회’가 열렸다. 6월7일부터는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 문화제’가 매주 목요일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는 최근 노동계가 느끼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박근혜 정부의 ‘적폐청산’과 더불어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법 개악’에 맞서 오는 6월30일 올해 최대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까지 예고된 상태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최저임금 1만원을 명목상으로 달성하기 위해, 최저임금법 자체를 무력화하고 노동민주주의를 파괴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소득주도 성장,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재벌 개혁 등이 모두 공수표에 그쳤음이 드러났다. 최저임금 개정안을 폐기하지 않을 경우 노동계의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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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8일 국회가 강행처리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6월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2019년 1월부터 시행을 예고하고 있다.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상여금의 경우 매달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임금교섭을 통해 반기·분기나 명절 등 특별한 시점에 받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 개정안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특례조항’을 신설해 노조나 노동자 과반의 동의 없이도 상여금의 지급 주기를 변경하도록 허용했다. 따라서 상여금을 월할(月割·월별로 분할)로 쪼개서 지급할 수 있는 것이다. 

 

복리후생비 중 대표적인 것이 식대다. 하루 식대가 6000원,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가정했을 때 식대를 8시간으로 나누면 시간당 800원 정도 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인 7530원 안에 800원이 포함되는 셈이다. 즉,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다.

 

알바생(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경우 이전에는 식대를 따로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식대를 따로 받을 수 없게 됐다. 교통비도 마찬가지다. 알바생이나 이주노동자 등 최저임금을 받으시는 분들의 경우 식대와 교통비가 없어지면 최저임금 인상을 전혀 체감할 수 없게 된다. 심각한 문제다. 개정안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할 뿐만 아니라 임금삭감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특례조항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특례조항에 따라, 과반수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 의견 청취만 하면 된다. 일방적인 힘을 갖고 있는 사용주 측에서 동의를 구한다는 명목하에 통보만 하고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은 노동민주주의를 파괴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하지 못한 일이다. 이는 노사 안정을 꾀하는 것이 아니라 노사 분규를 촉진하는 법이다.”

 

문재인 정부가 개정안을 왜 이렇게 서둘렀다고 보나.

 

“문재인 정부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소상인들 달래기 정책을 편 것이다. 경영계의 요구를 달래기 수준이 아니라 전폭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선거용 퍼주기다. 5월28일에 급하게 처리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공공연하게 “5월에 무조건 처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국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하기 전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것은 수석비서관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보다 위에서 결정한 것이다.”

 

이번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다시 논의를 벌이겠다고 요청했음에도 국회가 의결을 강행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지난 4월초 노사정대표자회의를 통해 새로 만들어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었다. 이러한 모델이 최저임금에도 적용됐어야 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산입 범위 등을 논의하는 것은 노사정 대화의 시금석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첫 단계부터 뻐그러졌다. 양대 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합의하고 국회에서도 동의하는 분위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홍 원내대표와 청와대의 핵심 인사들 간의 교감 속에서 개정안이 강행 처리됐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처리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나에게 얘기한 바 있다. 노동 문제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찬성했지만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나서서 일을 이렇게 만들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수준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번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개악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폐기를 요구한다. 이번 개정안의 문제점들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한 예로 이 법대로 하자면 통상임금이 최저임금보다 적을 수도 있다. 정부가 최소한 ‘재검토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노동부 장관, 노사정위원장 등 이런 분들의 부분적 보완조치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 요청을 한 것이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특례조항은 위헌 소지가 있다. 이 조항은 노동민주주의를 파괴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위헌 소송도 진행할 것이다.

 

6월30일 청와대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최저임금 개악에 대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노동·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도 병행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소득주도 성장,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재벌 개혁을 약속했다. 세 부문 모두 낙제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 존중 사회, 저녁이 있는 삶 등을 얘기했다. 그러나 지금도 자본 중심, 재벌 중심 사회다. 그것을 끊자고 든 것이 촛불이다. 그런데 촛불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하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오히려 후퇴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중소영세상인, 노동자, 농민들이 적폐청산·노동개혁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7530원이라고 하는 최저임금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16%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하자마자 이를 지키지 못하고 흔들려 버렸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을 천명했지만, 오히려 만원의 행복을 절망으로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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