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임원 전수조사③] 4차 산업혁명 시대 임원은 ‘전문성’이 생명
  • 이영미 커리어케어 글로벌 사업본부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0.12 10:20
  • 호수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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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과거 경험 무용지물로 만들어 미래 기술 예측하고 조직 대비시켜야

‘저희 회사 요즘 힘들어요.’ 최근 들어 기업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여러 해 듣고 있지만 요새는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는 느낌이다. 채용도 기업의 상황에 발맞춰 여러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가장 중요한 임원 채용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임원들은 환경 변화에 따라 눈에 띄게 역할과 과제가 바뀐다. 현재 기업은 임원 채용을 통해 신사업 준비, 기존 사업의 변화, 신성장동력 모색을 꾀하고,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려 한다. 더욱 임원 채용이 절실하고 절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다. 수출로 먹고살아야 해서, 다른 나라에 팔 물건을 잘 만들기 위해서 밤낮없이 일을 했다. 덕분에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조선·철강·건설 등 우리나라 기업들은 각 산업별로 글로벌 톰 레벨에 올라가 있다. 자원이나 자본도 부족한 나라에서 이 정도 성과를 낸다는 것에 같은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그런 고객들도 최근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자동차의 매출, 영업이익 증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수출도 둔화되고 있다. 조선은 최근 몇 년 연속 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저가 수주와 기술력 부족의 문제로 인해 한계를 느끼고 있다. 건설, 철강과 일부 전자업계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8월21일 서울 청담동 드레스가든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이 의류청정기 에어드레서를 발표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최근 임원 채용의 키워드는 ‘전문성’

세계적인 기업들의 사업 상황도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해 오던 사업을 버리고 새로운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거나, 기존 사업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완전히 다른 사업 아이템으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 공장 없이 물건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매장에는 사람 대신 로봇으로 대체해 수익성을 개선하고자 한다. 콘텐츠만 좋다면 물건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시장에서 충분히 먹힐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산업의 융복합으로 산업 간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제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사업을 바라보고 기술을 혁신해 신성장동력을 찾고자 한다. 새로운 것을 찾을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새롭지 않고 차별화가 없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갈 수 있다는 위기를 느끼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임원의 채용 트렌드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기술적인 트렌드를 파악해 향후 사업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달라고 한다. 임원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임원들은 이와 같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도를 추진해 새로운 사업을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 상황의 절실함에서 오는 채용의 간절함이 느껴진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에서 이러한 요구를 반영한 임원 채용 요청이 오고 있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AI, 딥 러닝, 머신 러닝, 빅데이터, 로봇, 공장 자동화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가장 많은 요청이 있는 분야이자 좋은 인재는 부족한 필드다. 아직은 관련 분야 전문가가 많지 않다 보니 인재를 구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과거의 임원들은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사업을 정착시켜 매출을 이끌어가는 사람이었다. 조직 관리, 사업 관리, 리스크 관리 능력을 두루 갖춘 제너럴리스트가 선호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임원 후보자로 제너럴리스트보다는 전문 분야에 특화된 스페셜리스트를 원하고 있다. 요즘 기업에서는 특정 분야의 직무 전문성이 없으면 임원으로 발탁하기를 주저한다. 심지어는 기업 경험이 전무한 대학 교수를 모셔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알다시피 직무 전문성은 단기간에 길러지지 않는다. 기초부터 차곡차곡 밟아가면서 충분히 경험을 쌓아야 비로소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신기술들은 과거에 쌓은 경험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도록 강하게 압박한다. 일찌감치 현업에서 손을 떼고 관리자로 돌아선 사람이라면 경쟁력을 잃기 쉽다.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계속 그 방향으로 전문적인 소양을 다져놔야 한다. 기업에서도 임원이 그 분야에 얼마나 정통한지 깊이 살핀다.
 

1월9일 ‘CES 2018’ LG전자 글로벌 프레스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박일평 CTO사장. ⓒ 연합뉴스


 

일찍 관리자 들어선 임원 경쟁력 상실

앞으로 임원은 전문가로서 미래 기술을 예측해 조직을 대비시키고 사업에 접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앞선 기술과 경쟁력을 보유하는 것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기업의 미래에 필수적인 요소였지만, 최근에는 급변하는 트렌드로 더욱더 짧은 시간 내에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성을 갖추는 게 관건이다. 그들은 전문가 수준 이상의 기술을 이해하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현재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해 왔던 비즈니스가 아닌 전혀 새로운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임원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도전적인 과제를 두려워하지 않고 조직에 새로운 과제를 계속 던질 수 있으며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 임원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추세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직을 권위로 이끌고 긴장감과 위기의식으로 채찍질하기보다는 충분한 의사소통과 공유를 바탕으로 조직원 각자에게 업무에 대한 흥미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리더가 최근 기업에서 찾고 있는 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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