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치기 대책, 파괴력 있는 ‘한 방’이 없다
  • 김관웅│파이낸셜뉴스 기자 ()
  • 승인 2014.11.0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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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전·월세 대책 ‘맹탕’ 지적…정치권, 전·월세상한제 ‘만지작’

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전세난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자 정부가 10월30일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10·30 전·월세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주택 시장이 활성화되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자연스럽게 전환되고 이를 통해 주택 시장을 정상화시키겠다는 복안이었지만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되자 다시 개입에 나선 것이다.

기획재정부·안전행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 등 정부가 공동으로 발표한 내용은 전·월세 불안 우려 지역에 대해 즉시 입주가 가능한 매입·전세 임대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재건축 이주 시기를 분산시켜 수급 불안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경우 공사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을 확대하고, 기업형 임대사업자 육성을 위해 임대주택 관련 규제도 더 풀어주고 금리 혜택도 주겠다는 게 골자다. 보증부 월세를 사는 ‘렌트 푸어’를 위해서는 일정액 내에서 월세 자금을 저리로 대출해주겠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가운데)이 10월30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10·30 전·월세 대책은 과거의 전·월세 대책과 좀 다른 면이 있다. 일반적인 전세 수요자를 정책 수혜 목표로 하기보다는 저소득 월세 수요자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이다. 전세 대책이라는 게 공급을 확대하는 것 말고는 묘안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번 대책에는 형식적인 내용만 담겼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전세 대책’이 아니라 ‘월세 대책’이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전세 수요자를 위한 대책은 공급이 부족한 곳에 공급을 집중적으로 늘리겠다는 다소 빤한 내용과 입주 시기가 빠른 다세대·연립 주택을 최대한 많이 넣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 중·장기 대책으로 기업형 임대사업자 육성을 위해 용적률 등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게 전부다. 과거의 전세 대책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세보다 저소득층 월세입자에 주목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은 이에 대해 “이번 전·월세 대책은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는 수용하되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사회 취약계층이나 보증부 월세 가구를 보호하는 데 목표를 뒀다”고 설명했다. 최근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 주택을 월세 주택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인정하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이런 변화 속에서 원하지 않았는데도 월세로 돌아서게 된 비자발적 월세 거주자, 즉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대표적인 게 근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취업 준비생에게 연 360만원의 월세를 최대 2년까지 2%의 초저금리로 대출해주는 방안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500억원의 자금을 별도로 준비하겠다고도 했다.

대한주택보증은 월세 보증 범위도 확대하고 보증 가입 대상을 신용등급 9등급까지로 넓혔다. 사회 취약계층은 보증료도 30% 추가 할인하기로 했다. 정부 전·월세 대책의 중심이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전세난 해소 대책을 기다렸던 시장에서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은 “정부가 전·월세 대책으로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을 모두 내놨지만 실제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할 만한 해결책은 하나도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다세대·연립 주택을 많이 짓겠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부작용은 생각하지 않은 손쉬운 탁상 행정이라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임 사장은 “지난 2002년 전세난이 극심할 때도 정부가 주택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 위해 다세대·다가구 주택 건축을 장려하면서 공급 과잉이 일어났고 나중에는 집주인이 전세를 빼주지 못하는 역전세난까지 발생했다”며 “최근에도 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단기간에 공급이 가능한 도시형 생활주택을 많이 짓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공급 과잉이 일고 있는데 또 이 같은 대책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대책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은 “고공비행 중인 전세가 대책이 빠진, 단기 성과만 노린 벼락치기 대책”이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이 내세우고 있는 전·월세상한제, 계약 갱신 청구권, 임대차 등록제 등 전·월세 시장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도 “지금은 시장 원리대로 두고만 보기에는 전세가가 너무나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계약 갱신 청구권은 반대하지만 (전세금) 인상률을 규제하는 전·월세상한제는 검토해볼 만한 상황”이라고 말해 11월에 열리는 국회에서 전·월세상한제가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정부와 여당은 주택 시장 활성화를 위해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등에 대한 처리를 강력히 원하고 있어 전·월세상한제 등을 놓고 빅딜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전세 주기를 현재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을 10%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 측은 “(두 법안의 빅딜 가능성에 대해) 모든 문을 열어둬야 한다”며 “다만 정부의 의견을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빅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물론이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도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전셋값 상승을 오히려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전·월세상한제 등이 도입될지는 현재로서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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