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자 71.8% “비혼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적 문제”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6.09.2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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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모니터에 나타난 비혼(非婚)인식 조사

직장인 이아무개씨(34)는 나이 탓인지 주변에서 "넌 장가 안 가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마다 "결혼 그거 왜 해요. 전 지금 이대로 쭉 살 겁니다"고 답한다. 그는 결혼하지 않은 삶에 큰 불만이 없다. 은행 대출을 끼고 있지만 자신 소유의 집도 있고 업무 시간이 끝난 뒤에도 할 게 너무 많다. 운동을 하며 땀을 흘리고 집에서 책을 읽고 쉬기만 해도 행복하다. 그렇다고 이성을 안 만나는 건 아니다. 연애는 한다. 여자친구는 좋지만 아내는 굳이 필요 없다는 이 씨는 수많은 ‘비혼족’ 중 한 명이다.

 

비혼에 관한 담론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인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의 조사를 보면 그런 분위기가 숫자로 나타난다. 전국 만 19세~59세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비혼 문화와 관련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는데 결과를 보면 이씨처럼 결혼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미혼남녀들이 점점 늘어나는 게 뚜렷이 보인다. ‘비혼 문화’가 공감 받고 있다는 얘기다. 

 

혼인할 의지가 없는 사람들을 일컫는 ‘비혼족’ 증가 현상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어봤더니 전체의 86.5%가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비혼 문화가 생각보다 관심이 높다는 뜻인데 특히 여성(91.3%)과 30대(91.3%)에서 비혼에 관한 인지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 Pixabay


비혼을 결정한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이해가 된다’(68.3%, 중복응답), ‘남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63.6%), ‘공감이 간다’(60.8%)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특히 결혼적령기인 30대와 미혼여성에서 비혼족의 결정을 이해하고(30대 74.4%, 미혼여성 73%), 남일 같지 않게 생각하며(30대 70.4%, 미혼여성 65%), 공감하는(30대 66.1%, 미혼여성 66.5%) 태도가 강하게 나타났다. 

 

자신도 비혼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미혼자의 절반 이상(50.5%)이 하고 있었다. ‘비혼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응답은 미혼여성(54.8%)과 30~40대(30대 52%, 40대 52.7%), 대학원 학력 소유자(대학원 졸업/재학 55.6%)에게서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과거와 달리 비혼자에 대한 인식 전환도 상당히 이뤄졌다. 비혼자들을 한심하고(2.3%), 답답하고(3.4%), 뭔가 문제가 있을 것 같다며(5.8%)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미미하게 나타났다. 

 

한편으로는 의문이 든다. 비혼족이 왜 이렇게 늘어났을까. 젊은 세대의 비혼을 두고 전문가들은 그들의 소득이 현 사회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담보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그동안 진단해왔다. 이번 조사도 그걸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왔다. 비혼 증가의 이유로 꼽힌 주된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미혼남녀가 증가한 것(71.2%, 중복응답)이 가장 큰 배경으로 꼽혔다. 자녀 양육비(63.1%)와 주거 비용(60.8%), 결혼 비용(59.6%) 등 결혼과 그 이후에 드는 경제적 비용에 대한 부담감도 큰 영향을 줬다. 특히 젊은 세대가 자녀 양육비(20대 70.2%, 30대 68.6%, 40대 55.6%, 50대 55.9%)와 주거 비용(20대 65.7%, 30대 71.8%, 40대 53.4%, 50대 46.9%), 결혼 비용(20대 68.3%, 30대 63.2%, 40대 55%, 50대 46.9%)에 대한 부담감에 많이 공감했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비혼을 단순하게 개인의 선택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다수는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미혼자의 71.8%는 비혼을 ‘사회적 문제로 야기된 하나의 현상’이라고 봤다.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 높은 결혼비용, 주거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결합되면서 등장한 하나의 선택지가 ‘비혼’이라는 얘기다. 특히 젊은 미혼남녀(20대 74%, 30대 75.1%, 40대 68.7%, 50대 68.3%)가 비혼 증가의 원인을 사회적 문제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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