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사납금 못 견뎌 길거리로 나앉는 택시기사들
  • 경남 창원 =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8.09.2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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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해진 법 취지…택시발전법에 ‘처우개선’이 없다

경남 창원에서 10년간 회사택시를 운전 중인 김아무개(51)씨는 전직(轉職)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 10월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이하 택시발전법)이 창원에 시행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매출은 늘지 않는 반면 사납금은 오히려 오르면서다. 결국 두 자녀의 대학 학비를 감당하기 위해 전직을 고민하고 있다. 김씨는 “법이 만들어질 당시 택시기사들은 조금 더 살만해지겠다며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사납금이 오르면서 기사들은 형편이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김씨가 근무한 택시 회사는 유류비 추가 사용 비용을 김씨한테 고스란히 전가했다. 

 

경남 김해에 있는 한 택시회사 소속 기사 최아무개(47)씨도 지난 9월 시내버스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회사가 사납금에 차량 구입비와 세차비 등을 더 달라고 요구해 버티지 못했다고 한다. 최씨는 “등골이 휜다. 줄어든 수입으로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수입이 더 나은 버스를 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최씨가 몰던 택시가 신형으로 바뀌면서, 회사에 납부하는 사납금이 일일 14만원에서 14만2000원으로 올랐다. 

 

승차장에 늘어선 택시 ⓒ 연합뉴스

 

 

사측 친화적인 노조와 회사가 맺은 임금협정…택시기사 수입 감소로 이어져

 

정부는 지난 2016년 10월부터 택시발전법을 시행했다. 택시기사들의 환경개선을 위해서였다. 택시업체는 이 법에 따라 운행에 필요한 유류비·사고처리비·세차비·차량구입비를 택시기사에게 부담시켜서는 안된다. 이처럼 운송비용 전가금지를 목적으로 한 택시발전법은 2016년 광역자치단체를 시작으로 작년 10월 전국 지방자치단체까지 확대 시행됐다. 

 

하지만 사납금이 오르면서 택시기사들이 점점 쫓겨나고 있다. 창원시에 따르면, 작년 연말 1928대였던 창원지역 35개 택시회사의 보유 차량은 1868대(2018년 8월 기준)로 줄었다. 택시가 60대 줄어든 만큼 택시기사도 일자리를 잃었다.

 

택시기사들은 사측 친화적인 노조와 회사가 통과시킨 임금협정 때문에 인상된 사납금을 낼 수 밖에 없었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창원 35개 택시업체는 작년 9월경 택시기사들이 회사에 내는 사납금을 하루 1만원에서 3만원까지 인상했다. A업체는 작년 9월 40ℓ까지 지급하던 유류량을 전량 회사가 부담하기로 하면서 사납금을 11만원에서 14만4000원으로 올렸다. 반면 월 기본급은 최저임금 인상과 관계없이 그대로 35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결국 A업체의 택시기사들은 사납금 인상으로 한 달(13일) 기준 44만2000원을 회사에 추가로 내면서 월수입이 줄었다. 

 

이와 관련, 박인규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장은 “기본급 인상은 거의 없으면서 창원 택시회사들은 평균 유류사용랑(40ℓ​ 내외)을 초과하는 유류비를 택시기사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택시발전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헌법재판소는 택시발전법 중 택시 운송비용 전가를 금지하는 조항과 이를 위반할 시 택시운송사업면허를 취소하는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또 이로부터 한 달 뒤 울산지법도 노사합의로 맺은 임금협정이 택시발전법의 효력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임금협정을 통해 택시기사들에게 유류비의 일부를 부담시켰다가 택시 4대에 대해 120일의 사업일부정치처분을 받은 행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택시회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 연합뉴스


창원시, 운송비용 전가금지 실태조사 펼치고도 단속 실적 전무

 

하지만 택시회사의 택시발전법 위반을 단속할 권한이 있는 창원시는 지난 7월 운송비용 전가금지 이행 실태조사를 펼쳤지만, 단 1건도 단속하지 못했다. 창원시청 관계자는 “회사 내부 정보를 강제로 볼 수 없어 적발이 쉽지 않다”며 “앞으로 현장 위주로 조사를 펼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하게 대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택시발전법에 정작 택시기사의 처우개선이 보이지 않는 데 대해 택시 노조 관계자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인규 본부장은 “그동안 택시 기사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져서 많은 기사가 떠났다. 그나마 남은 기사들은 개인택시 면허만 바라보며 억지로 버티고 있지만 사정이 점점 안 좋아 지고 있다”며 “지자체에서 강력하게 대처해야 처우개선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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